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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늘어나고 있지만, 한편에선 이제 정점을 찍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기자들은 지금 이 '위드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개학일인 2일 오전 울산시 북구 달천중학교 한 교실에 등교한 학생들이 앉아 있다.
 개학일인 2일 오전 울산시 북구 달천중학교 한 교실에 등교한 학생들이 앉아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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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맡은 보직이 담임은 아니었지만 담임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오미크론 확진으로 격리 중인 선생님이 4명이 있었고 그중 한 분이 담당하게 된 학급의 부담임으로 담임 업무를 대신해야 했다. 학기 초, 새로 배정된 학급에 들어온 아이들은 담임 얼굴도 모르는 채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임시로 학급을 맡은 나 역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야 했다.

그러한 혼란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3학년 학급의 담임교사도 확진으로 인해 나오지 못했다. 그 학급 역시 임시 체제로 운영되었다. 65명의 교사가 맞물려 움직이던 수업은 결원으로 인해 줄줄이 수업 교환이 이루어져야 했고, 대체할 수 없는 수업은 특별 보강으로 교과 상관없이 교사들을 돌렸다. 

학생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내가 들어간 학급에서는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4명의 학생이 코로나 확진으로 결석했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을 담임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워했다. 임시로 학급을 맡은 나 역시 등교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며칠을 어수선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고 3주가 지났지만 교사들의 확진이나 아이들의 확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비상연락망을 통해 바로 확진 소식을 알리지만 당일 수업의 변동은 불가피하다. 이제는 학생들도 확진된 경우 친구들이나 학급 담임을 통해 연락을 취한다. 첫 주에 비하면 혼란은 제법 안정된 듯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말 내가 코로나에 확진되었을 때의 분위기랑은 달라졌다. 당시 학교에서 확진은 나 단 한 명이었지만, 수업 결손에 대한 부담은 컸고 지켜보는 주변의 반응은 민감하고 예민했다. 밀접 접촉자로 학생이나 교사들이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불쾌하고 힘들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

3월 14일 기준 일일 코로나 확진자는 36만2338명이다. 확진자의 숫자만큼 확진에 대한 반응은 놀랍거나 당황스럽지 않다. 같은 부서의 선생님도 지난주 확진되었고 같은 교무실을 사용했기 때문에 밀접 접촉자로 신속항원검사를 2일 간격으로 해야 했지만 이전에 확진자로 겪었던 상황만큼 당황스럽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미크론의 확산 상황은 연초에 일찌감치 예고되었다. 지난달 28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새 학기 "학교 중심 대응체계와 탄력적인 학사 운영을 제시한 것에 대해 불편함이 있더라도 이해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방역과 학사운영 체계의 핵심은 철저히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학교와 지역, 현장 중심으로 상황에 맞게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것을 학교에 일임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우려에 대해서도 "학교의 방역 자체 조사는 방역 당국 역학조사의 대안으로 조사과정과 결과에 대해 학교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고 했고, "학교에서 과도하게 부담을 갖지 않도록 관련 진행방법 등을 별도로 안내하고 긴급대응팀을 운영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이 안정된 것인지 혼란에 적응력이 뛰어난 것인지 학교는 잘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또 '확진자가 단시간에 폭증하는 오미크론 상황은 예측이 어려워 대응하기 까다롭지만, 학교는 전면 원격수업이 아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유지하고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대면 수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길을 선택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학교도 아직 구체적인 논의까지야 없지만, 원격수업을 위한 시스템은 정비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은 교사와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급식실 조리사 분들의 확진으로 급식 메뉴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도 날아왔다. 예정된 급식 메뉴가 한두 가지씩 빠지게 되었다고 연락이 오더니 내일부터는 대체식으로 나온다고 한다. 모두들 메뉴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지만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이해 못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현재 점심 급식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급식 간격을 조정하고 있다. 급식 시간은 80분이다. 급식실은 자리마다 칸막이가 되어 있어도 한 자리를 띄어서 앉았는데, 지난주부터는 띄어 앉지 않는다. 지정좌석제로 운영하며 한 학년씩 들어와 점심을 먹는다. 

학교는 잘 적응하고 있다
 
개학 이후 서울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개학 이후 서울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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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이나 학교 현장에서 걱정과 우려가 컸지만 지금까지 대면 수업은 이어지고 있다. 첫날부터 지금까지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아직은 줄지 않고 비슷하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는 일상을 회복하는 듯 보인다.

누구든 한 번은 확진되어야 코로나가 끝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확진으로 인한 항체에 3차 접종으로 인한 효과까지 더해지면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물론 백신 3차 접종의 효과가 접종 3개월이 지나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방역당국에서는 발표하고 있지만. 

삼십만이 넘는 확진자 숫자는 차라리 무덤덤하게 다가온다. 이쯤 되면 위드 코로나는 불가피하다. 이미 확진된 사람들이나 밀접 접촉자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3월 14일부터는 방역지침도 바뀌었다. 의료기관의 신속항원검사가 양성일 경우에는 추가로 PCR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학생의 백신 접종과 관계없이 동거하는 가족이 확진되더라도 학생과 교직원은 '수동 감시자'로 지정돼 등교가 가능하다고 한다. 

봄이 되었다. 따뜻한 한낮, 학교의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거나 농구하는 학생들이 많다. 넓은 공간이면 어김없이 빙 둘러서 공을 주고받거나 둘셋이 모여 재잘거린다.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몸을 움직이고 부딪치는 모습에서 생기가 느껴진다. 마치 코로나 이전 살아 움직이던 학교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여기저기서 문자도 날아든다. 몇 개의 결혼식 청첩장과 함께 꼭 와달라는 메시지와 전화가 이어진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지인은 봄이 오니 만날 때가 되었다고 연락했다. 나 홀로, 가족끼리만의 상황이 익숙해졌지만, 만나지 못했던 얼굴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며칠 전 무려 10개월 만에 봄나들이로 양주에 다녀왔다.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상당히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부모님과 함께, 부부가, 연인이 봄을 즐기고 있었고 주차장은 빈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봄의 눈부신 햇살이 코로나를 잠재울 것처럼 마음이 붕 떴다. 2년이 넘도록 잃어버린 일상, 이 정도면 일상을 회복할 때가 된 것이 분명하다.

태그:#오미크론, #일상회복, #봄,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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