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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콩잎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포항 죽도시장 반찬가게 짭쪼롬밥상.
 양념콩잎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포항 죽도시장 반찬가게 짭쪼롬밥상.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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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에서 태어나 20~40대의 상당 기간을 서울과 호남에서 보냈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산과 바다가 인접한 한국은 적지 않은 식재료와 다양한 조리법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런 연장선에서일 것이다. 즐기는 음식도 지역마다 다르다.

경기도 사람들이 젓갈 사용을 줄여 담백한 김치 맛을 즐긴다면, 영호남인은 멸치나 갈치로 만든 젓을 듬뿍 넣은 농익은 김치를 찾는다.

전라도에선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 먹는데, 소금으로 간을 맞춘 콩국수를 먹어온 경상도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깜짝 놀란다.

참기름 섞은 소금에 구운 삼겹살 먹는 서울내기들은 멸치젓국에 돼지고기를 찍어 먹는 제주도민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도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바뀌고 있다.

30년 전쯤 "부친은 양념한 콩잎을 좋아한다"는 내 말에 영남 외에 다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의아해했다. "깻잎이 아닌 콩잎도 먹는 거야?"

경북 포항 죽도시장에서 3년 전부터 영업을 시작한 반찬가게 '짭쪼롬밥상'의 최고 인기 아이템은 갖은 양념에 무친 콩잎이다. 이 가게 장금순(59) 대표는 말한다.

"주변으로만 양념콩잎을 택배로 보내냐고요? 서울과 강원도는 물론, 제주도와 전라도, 심지어 서쪽 바다 건너 백령도에서도 주문이 옵니다."

고교 시절부터 TV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소녀는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며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찬가게도 동시에 성장했다. 시장과 주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 힘든 이들이 '믿고 구매해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찾고 있는 것.

선호하는 반찬의 지역 간 경계도 무너졌다. 이제 양념한 콩잎은 영남 사람은 물론, 서울 사람도 좋아하고 전라도와 충청도에서도 인기다. 예전 경상도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홍어요릿집을 지금은 대구와 부산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처럼.

지역 특산물도 전화나 인터넷 메지시를 통해 주문한 다음 날이면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러니, '동해의 대게' '서해의 조개' '강원도의 감자' '제주도의 갈치'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손가락 하나로 요청해 내일 저녁이면 먹을 수 있는 게 지천이다.

반찬가게도 마찬가지. 장금순 대표가 만든 '짭쪼롬밥상'의 양념콩잎과 '빡빡장(강된장)'은 이제 포항만의 별미가 아니다. 백령도와 광주에 사는 이들의 따끈한 밥에도 올려지고, 비벼진다.

젊은 시절엔 여러 군데의 식당에서 주방 책임자로 일했던 장 대표가 "당신과 우리만 나눠 먹기엔 아깝다"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시장에 점포를 얻은 건 '코로나19 사태' 직후다. 그리고는, 금방 자리를 잡았다. 안착의 이유는 간명했다. 장 대표가 만들어내는 반찬이 맛있었기 때문.

- 언제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나.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도 방학 때면 TV에서 방영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그걸 따라해 아버지께 드리곤 했다. 지금 반찬가게를 하고 있는 건 내 적성을 찾은 것이니 몸은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 '짭쪼롬밥상'에서 판매하는 반찬의 가짓수는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그걸 모두 직접 만드는 것인지.
"대략 30개쯤 된다. 그중 3~4가지는 1차로 가공된 걸 사와서 내가 2차로 양념을 더한다. 나머지 90퍼센트는 직접 만든다. IMF와 각종 전염병 파동이 있기 전에는 큰 음식점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런 시기가 거듭되면서 나를 포함한 주방 책임자들이 개인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 음식을 만드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면.
"시작하기 전부터 나와 딸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 죽도시장엔 반찬가게가 셀 수 없이 많다. 자리 잡기 위해선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리 과정에서의 위생관리와 깔끔한 포장, 친절이 우리 가게의 무기라면 무기다. 또 하나를 더하자면, 좀 비싸더라도 재료는 항상 최고의 것을 선택해 사용한다. 좋은 식재료는 조리 시간도 줄여준다."
 
장금순 대표가 무친 나물을 포장하고 있다.
 장금순 대표가 무친 나물을 포장하고 있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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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반찬은 다이어트의 적"이란 말은 듣기 좋은 칭찬

내 주위엔 혼자 사는 남성이 적지 않다. 집밥을 자주 먹게 되는 '코로나 시대'이니 요리에 서툴다면 부득불 반찬가게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짭쪼롬밥상'을 함께 운영하는 장 대표의 딸 김자연(37)씨도 이런 세태를 잘 알고 있었다.

"주부들이 반찬가게를 가장 많이 찾는 건 분명하죠. 근데, 요즘엔 남자 손님들의 비율이 30퍼센트는 되는 것 같아요. 할머니나 어머니가 해주던 반찬 맛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우리 가게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니 장금순 대표가 각종 나물을 무치고, 된장을 맛깔나게 끓여내는 손재주를 가졌다면, 딸 김씨 역시 또 다른 차원에서 손재주가 빼어나다. SNS를 이용해 가게를 홍보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입소문과 더불어 디지털 홍보에도 소홀함이 없는 '짭쪼롬밥상'은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만큼이나 퀵서비스와 택배를 통한 반찬 판매량도 많다.

어린아이를 가진 주부들은 시장을 직접 찾아 물건을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경우엔 퀵서비스로 반찬을 주문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SNS를 보고 택배로 양념콩잎과 강된장을 찾는 이들도 차츰 늘어나는 추세다.

김자연씨 또래의 단골들은 장 대표를 "엄마"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단다. 장난처럼 "엄마 반찬 때문에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가 없어요"라고 애교를 부리는 손님 이야기를 하며 모녀가 웃었다. 유쾌한 엄마와 딸이었다.

-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인 양념콩잎 재료는 어디서 구하는지.
"포항 신광면에서 재배한 콩잎을 쓴다. 그곳은 황토와 마사(磨沙·화강암이 풍화된 모래)가 섞인 토질이라 콩잎 품질이 좋다. 콩잎무침 열풍이 불면서 벼농사 대신 콩 농사를 짓는 할머니들이 많아졌다."

- 잊지 못할 손님도 있을 것 같다.
"반찬 사러 오면서 '엄마 드세요'라며 과일과 피로회복제를 선물하는 젊은 손님들이 고맙다. 또 한 분 기억나는 사람은 40대 위암 환자다. 봄이면 열무와 무를 채 썰어 담은 김치와 강된장을 만든다. 아팠던 손님이 그걸 먹고는 잃었던 식욕이 돌아오고, 속이 편안해졌다는 인사를 해왔을 땐 내심 뿌듯했다.
 
대물림되는 반찬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장금순-김자연 모녀.
 대물림되는 반찬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장금순-김자연 모녀.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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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대물림될 수 있게 건강한 음식 만들고 싶어

장금순 대표는 선량한 미소를 가졌다. 그러나 반찬의 재료를 살필 때는 누구보다 냉정해진다.

평소와 달리 좋지 않은 식재료를 보내온 도매상은 장 대표의 타박과 함께 그걸 되돌려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대신 품질 뛰어난 재료는 가격을 따지지 않고 흔쾌하게 사들인다. 때론 매몰차게 거래처를 대하는 이유는 다른 게 없다.

"누군가 내가 만든 반찬을 맛있다고 해주면 몸이 힘든 것도 잊고 신나서 일을 한다. 이건 장사하는 사람으로서의 보람인 동시에 어려움이다. '엄마'라고 부르는 손님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어머니를 잘 알고 곁에서 지켜본 딸 자연씨 역시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한다면 변치 않는 소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였다. 지극히 옳은 말이니 부연해 더 물을 게 없었다.

장 대표는 자신이 일을 그만둘 때가 되면 딸에게 '짭쪼롬밥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맛과 더불어 음식을 대하는 태도까지 그대로 대물림되기를 바란다.

포항 죽도시장엔 오늘도 맛깔스런 반찬을 만들어놓고 웃음 가득한 얼굴로 손님을 기다리는 모녀가 있다. 그들이 봄날이 누구보다 환하기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 게재된 것을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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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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