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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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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논농사가 힘들지만 얼마나 보람 있는 것인지 직접 몸으로 배우면 밥투정도 안하고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했죠.

모를 내는 것부터 탈곡을 하기 까지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 쌀의 소중함도 알고 노동의 소중함도 알게 될 거라고 믿었어요.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되는 거죠. 문화가 별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직접 하나씩 만들어가는 거죠."​ 

인천 서구 불로·대곡동에 위치한 '황화산골 논학교'는 2017년 3월, 1회 학생들을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불로·대곡동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하던 '황화산골 꿈나무 체험단'이 '황화산골 논학교'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황화산골 논학교'는 전통방식을 그대로 적용, 학생들이 직접 논농사를 짓는 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논학교 과정은 크게 6단계로 구성돼 있다. 3월에 학생을 모집하고, 4월에는 못자리를 만든다. 각자의 이름이 쓰인 모판에 흙을 담고 볍씨를 뿌리고 물을 준다. 5월에는 손 모내기를 하고 6월에는 감자 캐기를 한다. 7월에는 논에 거름을 주고 8월에는 농협의 지원으로 박물관 견학활동을 한다. 학생들이 농사를 직접 지어봤기 때문에 박물관 체험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10월에는 낫으로 벼 베기를 하고, 발탈곡기로 직접 탈곡도 한다. 벼 베는 날은 그야말로 잔칫날이다. 수확한 쌀로 다 같이 밥을 해먹고, 흥성스럽기 그지없다. 11월 초에 졸업식을 하는데 추수한 쌀로 가래떡도 뽑고 각자 20kg 짜리 쌀을 받아간다.

보통 시청각 활동에 그치는 체험과 달리 '황화산골 논학교'는 1년 벼농사 과정을 학생들이 모두 몸으로 직접 체험한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모판을 만들고 볍씨를 뿌리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이름이 쓰인 모판에 볍씨를 뿌리는 모습
 모판을 만들고 볍씨를 뿌리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이름이 쓰인 모판에 볍씨를 뿌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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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판을 만들고 볍씨를 뿌리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이름이 쓰인 모판에 볍씨를 뿌리는 모습
 모판을 만들고 볍씨를 뿌리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이름이 쓰인 모판에 볍씨를 뿌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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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모내기를 주로 하지만 기계 모내기 체험도 한다.
 손모내기를 주로 하지만 기계 모내기 체험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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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농사가 끝나고 나면 각자 수확한 쌀도 생기지만 학생들도 훌쩍 자라있어요. 쌀이 어디서 생기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어서 쌀나무에서 쌀이 열린다고 했던 아이들이 볍씨를 뿌리는 것부터 탈곡을 하는 과정까지 다 거치고 나면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쌀을 봐요. 밥투정은 온데간데없고, 일하고 나면 한 그릇씩 뚝딱 먹죠. 소극적이고 목소리가 작았던 아이들도 졸업식 즈음이면 단단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더라고요."

논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이토록 훌쩍 자라나니, 여기저기서 입학 문의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여건상 많은 학생들을 받을 수 없어서, 현재는 불로·대곡동에 거주 중인 초등학생만을 받고 있다며, 논학교 관계자들도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도농복합지역인데다가 교장선생님이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아이들 활동 관련 밑 작업을 다 해두고, 논도 제공하고 그러니까 가능하죠. 논학교는 보조금으로 운영할 수 없어서, 저희 자치회비로 운영하고 있어요. 구나 동에서는 임대계약서를 쓰고 보조금을 받으라고 하지만 세금 문제가 있어서 논 임대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요.

그리고 농부들은 사업자가 아니잖아요. 구나 동에서 요구하는 사업자 등록증이나 각종 영수증 등이 현실과 거리가 있어서 실제 운영을 하면서 벽에 부딪히죠. 그래서 보조금을 포기하고, 자치회기금과 학생들 입학금 5만 원으로 운영하는데, 실비도 안 되니까 위원들이 모일 때마다 각자 반찬도 해오고 밥도 하고 쌀도 내놓고 하죠. 그래서 더 많은 학생들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어요"

관의 어려움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보다 실제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현장을 살리는 지원이 간절하다고 토로한다.

"아이들이 만날 집, 학교, 학원만 왔다 갔다 하잖아요. 아이들이 밖에서 살아있는 자연을 접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직접 흙을 밟고, 자기 손으로 자기 입에 들어가는 것을 만들어내는 보람을 경험한다는 건 중요한 일이잖아요."​ 

"논동사는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고유의 문화에요. 아이들한테, 부모님들한테 이걸 전해주고 싶어요. 전통 문화의 소중함요. 불로·대곡동에 황화산골 들판축제가 있어요. 인천 서구 동축제 중에서는 가장 오랜 된 축제인데, 거기서 저희가 옛 농기구를 전시해요. 이제는 볼 수 없는 함지박, 지게, 광주리 같은 거요. 아이들이 그런 걸 보고, 만지고, 논학교에서 직접 농사까지 지어보면, 쌀의 소중함, 땀의 가치를 저절로 배우죠. 이런 건 책이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어요."
 
인천 서구 불로·대곡동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하던 '황화산골 꿈나무 체험단'이 '황화산골 논학교'로 새롭게 태어났다.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황화산골 논학교'는 전통방식을 그대로 적용, 학생들이 직접 논농사를 짓는 논학교다. 사진 왼쪽부터 논학교 교장 김재구(61세), 문화분과장 서재분(65세), 주민자치회장 양혜경(61세)씨
 인천 서구 불로·대곡동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하던 "황화산골 꿈나무 체험단"이 "황화산골 논학교"로 새롭게 태어났다.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황화산골 논학교"는 전통방식을 그대로 적용, 학생들이 직접 논농사를 짓는 논학교다. 사진 왼쪽부터 논학교 교장 김재구(61세), 문화분과장 서재분(65세), 주민자치회장 양혜경(61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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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황화산골논학교 출범식.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과정에도 학생과 부모님들의 관심으로 성황리에 개학을 했다.
 2020년 황화산골논학교 출범식.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과정에도 학생과 부모님들의 관심으로 성황리에 개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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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원이나 놀이동산이 아닌 자연에서, 들판에서 뛰고 땀 흘리면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지금의 '논학교'를 만들었다. 처음 논에 들어갈 때는 비명을 지르고 진저리를 치던 아이들이 가을이 되면 내년 '논학교'는 언제 여냐고, 또 와도 되냐고 묻는다고 한다. 아이들의 변화는 우리 문화의 저력이자 땅의 힘을 몸으로 배운 자들이 갖게 되는 자부심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경작하다(cultus)'라는 라틴어에서 비롯한 '문화(culture)'라는 단어의 뜻을 '황화산골 논학교'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황화산골논학교'의 발걸음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 아닌,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한 가치이자 삶의 근본임을 보여준다.

올해도 내년에도 '황화산골논학교'를 통해 땀의 가치와 땅의 힘을 배우고 익히는 아이들이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어른이 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땅은, 땀으로 짓는 농사는, 그렇게 만들어진 건강한 문화는 사람을 만들고 세상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니까.​

글 송수연 문학평론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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