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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의 봄밤을 밝힌 문학 행사 '작은 것들' 낭독회.
 경북 포항의 봄밤을 밝힌 문학 행사 "작은 것들" 낭독회.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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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어두운 그늘이 길어지고 있다. 아직도 끝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크든 작든 사람들의 모임이 눈에 띄게 사라진 게 벌써 3년째다.

코로나 팬데믹이 문화예술계에 미친 영향 또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크다. 지난세기엔 시화전이나 낭독회로 불렸고, 21세기 들어서선 '북 콘서트' 등으로 이름을 바꾼 출간 행사와 문인들 간 친목모임이 사라졌다.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문학이 바이러스에 꼼짝없이 항복한' 형국.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비극은 없는 법이다. 최근 들어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 아래 조그마한 문학 관련 행사가 하나둘 재개되고 있어 작가들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지난 11일 저녁 7시 경북 포항에선 중견부터 신진까지 다양한 경력을 지닌 4명의 시인과 소설가가 독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Prose Quartet '작은 것들' 낭독회.

이 행사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제 목소리로 직접 읽어주는 형태의 낭독회라 포항은 물론 인근 도시의 독자들도 작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낭독회를 준비한 건 '작가 성장 플랫폼 StoryLab 숨비'. 지난해부터 "해마다 4명의 작가들에게 원고를 청탁해 받고, 그걸 책으로 만든 후 낭독회도 열겠다"는 StoryLab 숨비의 약속은 올해도 지켜졌다. Quartet은 '사중주'를 의미한다.

지난해 출간된 <당신의 가장 중심>에 이어 올해 만들어진 책의 제목은 <작은 것들>.

소설가 김도일, 시인 김현욱과 최미경, 수필가 정미영은 이 주제 아래 각각 4편의 산문을 썼고, 그 결과물이 바로 <작은 것들>이다. 낭독회는 이러한 일련의 문학 진흥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열린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졌던 문학 관련 행사가 하나둘 재개되고 있다. 조선소 커피에 걸린 '작은 것들' 낭독회 포스터.
 코로나19로 인해 사라졌던 문학 관련 행사가 하나둘 재개되고 있다. 조선소 커피에 걸린 "작은 것들" 낭독회 포스터.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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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과 더불어 눈앞으로 다가선 봄을 만끽한 독자들

지난 금요일 해가 질 무렵. 포항운하가 지척인 작고 예쁜 카페 '조선소 커피'로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실제로 이 카페는 수십 년 전 조선소가 있던 자리에 새롭게 꾸며진 공간.

'작은 것들' 낭독회는 약 1시간 30여 분 진행됐다. 가장 먼저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문장을 읽은 작가는 김도일. 그는 포항을 소재로 한 소설만 쓰는 독특한 작가다. '포항 소재 문학상' 3관왕이라는 보기 드문 이력도 그래서 생겼다.

조부와 선친의 이야기를 담은 '이장(移葬)'을 전달력 좋은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들려준 김도일은 돌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는 여유를 보였고, 중학생 딸은 박수로 아빠를 격려했다.

이어 낭독회 무대에 오른 시인 김현욱은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참석한 이들의 문학적 호기심을 풀어줬다. 김현욱의 이야기를 듣던 독자 한 명은 즉흥적으로 봄밤에 어울리는 시 한 편을 근사하게 암송하기도 했다. 객석에선 감탄이 쏟아졌다.

이어 등장한 수필가 정미영은 따스하고 정돈된 문장을 듣기 좋은 음성으로 낭독해 주목받았다. 시인 최미경 역시 소설과 에세이의 중간 형태로 쓴 흥미로운 글을 연극배우처럼 읽어내는 돌올한 재능을 보여줬다.

포항은 물론, 경주와 대구 등에서 행사장을 찾아 끝까지 자리를 지킨 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함과 문학적 갈증을 느꼈는데, 목마름이 조금은 풀린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낭독회는 끝났지만, 김도일, 김현욱, 정미영, 최미경의 봄날 훈풍 같은 문장을 만날 기회는 아직 남았다. 31일 이전에 '조선소 커피'를 찾는다면 깔끔한 액자 속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의 글을 볼 수 있다. 4명 작가의 16개 작품이 실린 책도 그곳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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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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