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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 햇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평소 꼭 가보고 싶었던 내소사로 향했다.
고 건물의 웅장함과 전나무 숲의 아름다움이 유난스럽다는 천년 고찰 내소사는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石浦里)에 위치하고 있다.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혜구두타 스님이 창건했다는 기록이 있는 내소사는 원래는 큰 절인 대 소래사, 작은 절 소 소래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대소래사는 불타 없어지고 소 소래사가 전해져서 현재의 내소사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규모와 웅장함도 어느 절에 빠지지 않을 만큼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소래사의 장엄함은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올 래(來), 소생할 소(蘇)' 이곳에 오면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내소사. 어떤 깨달음이 있어 새롭게 태어날까 기대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슴까지 시원해 지는 맑은 향기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 눈이 시원해졌던 전나무 숲 길 가슴까지 시원해 지는 맑은 향기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 백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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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一柱門)부터 천왕문(天王門)에 걸쳐 약 6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은 한국의 3대 전나무숲 중 하나이다. 전나무는 사찰 전각의 목재 기둥으로 쓰이는 건축자재인 만큼 400년 전 사찰 중건 당시 우수한 목재를 사용하기 위해 절 가까이에 조성하지 않았을까. 덕분에 오늘날까지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많은 관광객들을 부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 벚꽃 길
▲ 핑크빛 봄을 부풀리고 있는 벚꽃나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 벚꽃 길
ⓒ 백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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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숲길 끝에서 마주한 피안교를 지나니 여린 핑크빛으로 봄맞이 준비를 하고 늘어선 벚꽃길이 나타났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꽃길이 오히려 전나무 숲길보다 더 가슴 설레게 했다. 내소사를 찾는 이들에게 분홍빛 추억을 선물하려고 꽃망울을 부풀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용의 입에서 여의주를 빼앗아 심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심판을 담당하는 사천왕의 모습 용의 입에서 여의주를 빼앗아 심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백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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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로 들어서는 입구의 천왕문(天王門)에 잔뜩 무서운 얼굴로 사천왕이 용의 입에서 여의주를 빼앗고 용을 심판하고 있었다.

원래 사천왕은 고대 인도 종교에서 숭상했던 귀신들의 왕이었으나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님과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고, 수미산(須彌山) 중턱에서 각각 그들의 권속들과 살면서 동서남북의 네 방위를 지키며 불법 수호와 사부대중의 보호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또, 사천왕과 그 부하 권속들은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세간의 선악을 늘 살핀다고 한다. 기독교 경서에도 사람들의 행위대로 선악을 심판하는 네 천사가 나오는데 신의 뜻을 따라 선하게 살기를 바랐던 것은 불교나 기독교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왕문을 지나 너른 마당에는 1000년의 시간을 버텨온 할머니 당산나무가 있는데 마을 지킴이 역할을 하며 성스럽게 보존하고 있다고 하였다. 당산나무 주위로 소원을 적은 미니 연등들이 알록달록 빼곡히 달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등의 색만큼 다양한 소원들을 적었겠지만... 이루어지길 바라는 간절함은 같은 색이 아닐지...

가끔 크고 작은 사찰에 가게 되는데 항상 드는 생각은... 일본이나 중국의 사찰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사찰은 참 따뜻하고 친근함이 묻어난다는 생각을 한다. 일본의 사찰은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차갑고 냉랭한 기운이 많이 담겨있고 중국의 사찰은 인위적인 느낌이 많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곳에 와서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이들의 기도가 묻어있는 대웅전은 어떨까 궁금하여 법당으로 향했다. 법당 안 여기저기 걸려 있는 쨍한 원색들의 탱화와는 반대로 색들이 다 벗겨지고 문양만 남아있는 단청의 모습이 오래된 세월을 짐작케 했다.

인위적으로 다시 색을 입히지 않고 보존해둔 것이 병풍처럼 둘러진 관음봉과 어우러져 오히려 더 편안해 보였다. 험난한 세월 민중들의 서글픈 삶과 소원들을 품고 천년을 버텨온 내소사.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슈라이프에 조금 다른 내용으로 기재 함.


태그:#부안, #내소사,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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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만들며 기사를 쓰는 문화·예술 분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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