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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낭의 젖줄 낙동강. 낙동강은 최상류 태백 황지에서부터 낙동강 하구까지 영남을 관통해 흐른다.
 영낭의 젖줄 낙동강. 낙동강은 최상류 태백 황지에서부터 낙동강 하구까지 영남을 관통해 흐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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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은 낙동강에서 페놀사태가 일어난 지 31년이 되는 날이다. 낙동강 페놀사태는 우리나라 최악의 환경오염 사건의 하나로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이 사건 이후 전국적인 환경단체들이 결성되었고 대검찰청에 환경과가 신설되는 등 우리나라 환경운동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또한, 이 사건은 무분별한 개발 중심의 정부 정책이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기 시작하게 된 기점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낙동강 수질오염 사건으로서 의미가 크다. 영남의 젖줄이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으로서의 낙동강의 위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31주년을 맞아 낙동강 페놀사태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영남의 젖줄 낙동강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낙동강 페놀사태는 경북 구미 국가산단의 두산전자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1991년 3월 14일과 4월 22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페놀 30톤과 1.3톤을 낙동강으로 유출시킨 사건을 이른다. 맹독성 물질인 페놀은 대구지역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다사정수장으로 곧바로 유입되었으며, 염소를 이용한 정수처리 과정에서 클로로페놀로 변하면서 악취를 유발하였다. 당시 대구시민들이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고 신고했으나, 정수장에서는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다량의 염소 소독제를 투입해 악취를 더욱 유발시켰다. 이후 페놀은 낙동강을 따라 창녕과 창원, 부산까지 피해를 주었다.

1차 유출은 3월 14일 밤 10시부터 3월 15일 새벽 6시까지 이루어졌다. 30톤의 페놀 누출로 말미암아 수돗물의 페놀 수치가 0.11ppm까지 올라간 지역도 있었다. 이는 당시 대한민국의 허용치인 0.005ppm의 22배, 세계보건기구의 허용치인 0.001ppm의 110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였다.
       
페놀 오염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시에는 수많은 항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대구시 당국은 인체에 유해할 정도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해서 더욱더 많은 공분을 샀다. 수돗물 오염에 따른 급수중지 및 이에 대한 비상급수대책은 전무했다.

이로 인해 대구 인근 약수터에는 식수를 구하려는 수많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등 시민들은 식수 부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오염된 수돗물로 만든 두부 같은 음식과 음료수 등도 모두 폐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사에 나선 대구지방검찰청은 대구 환경처 직원 7명과 두산전자 관계자 6명 등 13명을 구속시키고 관계 공무원 11명을 징계 처리했다. 두산전자에 대해서는 30일 영업정지 처분을 하였다.

낙동강 페놀 사태 전과 후
 
페놀사태로 말미암아 두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촉발됐다. 당시 OB맥주 불매운동의 모습.
 페놀사태로 말미암아 두산 제품의 불매운동이 촉발됐다. 당시 OB맥주 불매운동의 모습.
ⓒ 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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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유출은 4월 22일에 발생하였다. 이 사건의 결과로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 등이 물러났다. 두산전자에 대해서는 64일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또한 이 사건 이전에도 정화비용 500여만 원을 아끼기 위해서 페놀을 정화하지 않고 버린 일이 여러 차례 있다는 게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 수사 결과 두산전자는 페놀 폐수를 전량 소각 처리해야 하는데도 1990년 10월부터 소각로 2기 중 1기가 고장나자, 폐드럼통에 넣어 보관하다가 하루에 2.5톤가량을 무단 방류하는 수법으로 1991년 3월 20일까지 5개월 동안 무려 370여 톤의 페놀 폐수를 무단 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를 단속하는 환경청 직원들은 현장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 단속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구시 상수도 당국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2년 전부터 페놀로 인한 수돗물 악취 신고를 여러 건을 접수받고 실제로 수돗물에서 페놀이 검출됐는데도 단순한 여름철 악취라며 제대로 원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페놀 페수를 불법 방류하고 허술한 탱크 관리로 엄청난 양의 페놀원액을 유출시킨 두산전자의 소행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는 모그룹인 두산그룹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두산그룹은 그해 한해 주력상품인 OB맥주 등 상품 매출액이 1천억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이로써 이 사건은 환경오염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시민들의 불매운동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우리나라 최초의 자발적인 시민 불매운동의 계기가 된 사건으로 기록된다. 특히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처음으로 제정됐으며 공장 설립 시의 환경 기준이 강화되는 등 건강권과 환경권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이처럼 낙동강 페놀사태는 우리사회에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법 제도도 바뀌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낙동강에 하수처리시설을 신설하는 등의 변화로 그 이후로 수질이 많이 개선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미량의 유해화학물질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식수원 옆에 산단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도에 발생한 과불화화합물 사태는 그 일단이다.

따라서 미량의 유해화학물질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폐수가 전혀 낙동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서둘러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여 낙동강으로 폐수 자체가 흘러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영남의 젖줄 낙동강에는 산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크게는 네 가지다. ▲ 위에 언급한 미량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처리 문제, 그리고 ▲ 여름마다 찾아오는 심각한 녹조라떼 문제가 있다. 아울러 ▲ 낙동강으로 맑은 물과 모래를 공급해왔던 내성천 문제 해결을 위한 영주댐 처리 문제, ▲ 마지막으로 낙동강 최상류를 오염시키고 있는 오염덩이 공장 영풍석포제련소 문제가 있다.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문제 해결
 
낙동강 녹조 물로 농사짓고 있는 낙동강 인근의 한 논. 녹조 독 마이크로시스틴은 쌀에서 검출된다.
 낙동강 녹조 물로 농사짓고 있는 낙동강 인근의 한 논. 녹조 독 마이크로시스틴은 쌀에서 검출된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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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량의 유해화학물질에 이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 문제가 있다. 해마다 초여름만 되면 낙동강은 녹조라떼 배양소가 된다. 녹조에는 바로 청산가리의 100배 맹독인 발암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다. 이 마이크로스시틴은 발암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간독성과 신경독성 최근에는 생식 독성까지 나타나 남성의 정자수를 감소시키거나 여성의 난소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물 안전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녹조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면서 낙동강 주변에서 생산된 농작물 안전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흐르는 강에서는 녹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수문을 연 금강과 영산강에서 확인이 됐다. 따라서 하루속히 낙동강 8개 보의 수문을 열어 낙동강의 자연성을 되찾아줄 때만이 녹조 문제가 해결이 되고, 자연스레 녹조 독 문제도 사라지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관리수위에 맞춰놓은 낙동강의 취양수장의 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줘야 한다. 이것이 먼저 개선이 되어야 수문을 열어도 취수와 양수가 가능해져서 상시적으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산을 집중 투입해서 취양수장의 구조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내성천과 영주댐 처리 문제다. 내성천은 맑은 물과 모래를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낙동강의 어머니와 같은 강이다. 내성천의 맑은 물은 낙동강 수질을 정화시켜주었고 내성천의 모래는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해주고 생태계를 살찌웠다.

이런 내성천에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겠다면서 영주댐을 건설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내성천은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가고 영주댐의 수질은 점점 악화되었다. 모래강 내성천은 상류에서 모래 공급이 끊기자 곱던 모래는 다 쓸려내려 가고 설상가상 그 위에 식생(나무와 풀)들이 들어차면서 내성천 고유의 모습들이 급격히 훼손되기 시작했다.

모래강의 성지로서의 내성천은 풀과 버드나무가 자라는 습지 형태의 강으로 빠르게 변해버렸다. 명사십리의 내성천은 옛말이 되었다. 모래톱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두 곳의 국가 명승지인 선몽대 일원과 회룡포마저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내성천의 수질은 영주댐으로 말미암아 급격히 악화되었다. 영주댐을 준공하고 몇 차례 시험 담수를 했는데 그때마다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영주댐은 낙동강 수질개선용으로 만들었으나, 심각한 녹조 문제로 낙동강의 수질을 더욱 악화시켜버리게 생긴 것이다. 

따라서 목적이 상실된 댐 영주댐은 하루속히 해체하는 것이 맞다는 여론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드높다. 영주댐이 사라지면 내성천도 옛 모습을 서서히 회복해 갈 것이고, 되살아난 내성천은 낙동강의 수질과 생태를 되살리는 모천(母川)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해갈 것이다. 

낙동강 최상류 오염의 근본적 차단
 
낙동강 최상류 경북 오지의 협곡에 들어선 영풍석포제련소. 지난 70년부터 반세기 동안 낙동강 최상류를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비소 등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하루속히 들어내야 할 위험천만한 공장이 아닐 수 없다.
 낙동강 최상류 경북 오지의 협곡에 들어선 영풍석포제련소. 지난 70년부터 반세기 동안 낙동강 최상류를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비소 등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하루속히 들어내야 할 위험천만한 공장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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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낙동강 최상류 영풍석포제련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영풍석포제련소는 지난 1970년부터 낙동강의 최상류 협곡이자 오지인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 자리 잡아 지난 반세기 동안 낙동강을 각종 독극물 중금속으로 오염시켜오고 있다.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카드뮴, 비소, 납, 아연, 황산 등으로 낙동강을 하루하루 죽여놓고 있다.

직접 영풍석포제련소를 찾아가 보면 그 모습에 우선 놀란다. 이 첩첩산중 오지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공장이 들어설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그런데 주변 산지를 보고는 또 한 번 놀란다. 제1공장 뒷산의 나무들인 금강소나무가 대부분 고사해버린 것이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해물질이 얼마나 지독하면 뒷산의 금강소나무들이 모두 고사해버렸을까?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낙동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풍석포제련소 상류까지는 바글바글한 다슬기가 이 오염덩이 공장을 지나는 순간 싹 사라진다. 저서생물 자체가 사라진다. 이 공장의 수질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2021년 환경부 특별단속 결과 영풍석포제련소가 낙동강으로 유출한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은 연간 8030㎏이나 된다. 영풍석포제련소 공장부지 내 지하수에서 검출된 카드뮴 농도는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 무려 33만 2650배나 된다. 상상할 수 없는 수치다. 또한 공장 인근 낙동강 복류수에서 검출된 카드뮴 농도는 하천수질 기준 대비 무려 15만 4728배나 된다.

수치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발암물질 카드뮴으로 공장이 오염이 돼있고 그 카드뮴은 낙동강으로 내뿜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험천만한 일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영풍석포제련소이다.

영풍석포제런소는 공장 자체가 심각한 오염덩이로서 개선이 불가하다. 하루속히 낙동강에서 들어내야 할 낙동강 오염의 원천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이 됐다. 영남의 견고한 지지가 바탕이 되었다면 영남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줘야 할 책무가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영남의 젖줄이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 문제 해결을 위해 바로 움직여줄 것을 부탁한다.

가장 힘이 있을 때 이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가장 힘이 있을 때 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나 그러하질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따르지 말기를 바란다. 네 가지 근본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최소한 영남의 어려운 숙제 하나는 해결한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께 드리는 진심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며 4대강사업의 폐해를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 재자연화가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이 글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웹진 <노동 히어로>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페놀사태, #낙동강, #녹조라떼, #영주댐 ,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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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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