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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4%(2.37%, 80만 3358표) 를 받았다. 거대 양당 박빙구도로 양당 결집 흐름이 거세지며 정의당에겐 어려운 선거가 될 것임을 다들 예상했지만, 결과를 알게 되니 눈물이 났다. 개표방송을 보던 정의당 지도부들은 깊게 탄식했다.

이재명과 윤석열의 대결은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정의당의 적은 득표율은 밤이 깊어지기 전 예견됐다. 하지만 당시 정의당 내부에선 절망적인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정의당을 선택해준 80만 3358명 시민들에게, 우리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성적표는 아쉬웠으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소수정당의 험난할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재차 각오할 뿐이었다.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이재명에 투표한 2030 여성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 2030 프라이드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 왼쪽은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 2030 프라이드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 왼쪽은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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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2030 여성들은 여성혐오가 몰아친 이번 대선을 보며 절망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이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안티페미니즘, 소위 반(反) 여성적 공약을 통해 득표 전략을 잡은 것으로 보였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현 당선인)는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을 내세우며 남초 진영에 공격적인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도 초기엔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본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남성 네티즌의 '페미니즘 몰아내달라'는 취지의 글을 공유하며 함께 읽어보자고 권유했고, 지난해 11월 초 김남국 의원을 '선대위 청년 플랫폼' 담당으로 위촉해 에펨코리아 등 소위 남초, 일부 여성혐오적 글을 올리는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공략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후 닷페이스와 씨리얼 등 관련해 일부 남성 유권자들 눈치를 보며 출연을 취소하거나, 이를 번복했다(관련 기사: 악플 달려고 슈퍼챗까지...험난했던 이재명X닷페이스). 민주당 청년선대위는 '남혐여혐둘다싫어위원회'를 만들었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여성운동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탓하며 이들 때문에, 즉 페미니즘 탓에 민주당이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는 거라 주장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과 이 후보가 보인 초중반 행보는, 안티페미니즘에 편승하면 2030 (남성)의 표를 얻는다는 이준석식 전략을 허술하게 따라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이대남'에게 통할 리 없었다. 게다가 내 주변 20대 여성, 소위 '이대녀'들은 '정치가 우리를 버렸다'는 절망감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니 성평등에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페미니스트 대선후보를 자임하는 심상정 후보에게 2030 여성들의 지지율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대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났던 청년 여성들의 심상정 지지율은 놀라울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20대(18-29세) 여성들의 심상정 지지율은 14.9%로 나타났다(리얼미터 11월 2주 조사). 20대 여성 중 27.7%가 심상정 후보를 지지해서 모든 후보 중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글로벌리서치 11월 27~28일 조사). 양당 박빙구도가 점차 심화돼 해가 바뀌었을 때도, 20대 여성의 심상정 지지율은 9.7%에 달했다(리얼미터 1월 1주 조사). 이 기간 심상정 후보의 전체 연령대 평균 지지율은 2~5%대를 왔다갔다 했으니, 20대 여성의 심상정 지지율은 독보적으로 높았다.

이번 대선에서 득표율이 설령 낮게 나오더라도, 2030 여성들의 높은 지지율은 정의당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이는 단순히 2030 여성들로 인해 득표율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는 1987년 체제 뒤 만들어졌던 민주 대 반민주의 정치구도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재편하는 새로운 세대 진보정치 탄생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2030 여성들은 성별 불평등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차별과 피해의 경험으로부터 사회적 구조를 발견해온 역량을 가진 집단이며 이것은 진보정치의 새로운 주체 형성과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주어진 선택지 속에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부수고 이 세계를 다시 만들자며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다.

쉽게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자기 일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내 또래의 더 많은 여성들과 정의당에서 함께 하고 싶었고, 그들과 함께라면 언젠가는 꼭 이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느꼈다는 뜻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에서 열린 2030 프라이드 유세에서 지지자와 포옹하는 모습.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에서 열린 2030 프라이드 유세에서 지지자와 포옹하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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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선이 다가올수록 양당 박빙구도가 강력해졌다. 민주당은 유세 후반 2030 여성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결국 페미니스트 버전의 '소수정당 사표론'이 득세하는 흐름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어버렸다(관련 기사: '2030 여성' 힘 받는 이재명 "분열의 정치 끝내겠다").

이준석·여성혐오와 맞서 싸워온 건 정의당인데, 어째서 민주당이 대안으로 선택받을 수밖에 없는가. 그게 서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여성혐오 정치를 심판하기 위해 최선의 소신보다 강력한 대안을 선택하는 또래 여성들의 그 안타까운 심정이, 나 또한 이해가 가서 더 서글펐다. 

싸워온 건 정의당인데, 왜 민주당이 선택받는가... 서러웠지만, 그럼에도

결국 이제 정의당으로서는 앞으로 더 노력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평균 득표율을 훨씬 상회하여 6.9%, 5.5%(방송3사 출구조사)라는 심상정 지지를 보내준 2030 여성들과 앞으로도 함께하고, 단 하루만에 12억이 넘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후원금을 보내준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정의당은 앞으로도 한 걸음 한 걸음씩 용감하게 내딛으면 될 것이다.
  
이번 대선 초기, 나는 심상정 후보에 대해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쓴소리를 여러번 해왔다. 심 후보가 2030 여성들과 함께할 더 확실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이제껏 해왔던 이야기를 반복하지 말고 신선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나아가 소위 '망하'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새 세대의 지지층을 만들고 굳히는 데 집중하면서 대선 그 다음의 길을 내야 한다고... 그게 경박스런 조바심이었든 무거운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든, 그런 소리를 많이 했다.

대선을 끝나고 나니 가장 고마운 사람이 심상정 후보다. 선거 다음 날 선대본 해단식에서, 심상정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저조한 성적표는 양당 정치의 벽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 1세대 진보정치의 한계이자, 바로 저 심상정의 책임"이니, "다음 세대 리더십은 더 소신 있게 당당하게 제3의 대안 세력으로 발돋움해 나가시라"고(관련 기사: 심상정 "지지자들 고개숙일 필요 없어... 부끄럽지 않은 선거"). 

누가 우리의 대선후보였든, 이번 선거는 어려운 선거였음에 틀림없다. 여야 결집으로 인해 소수정당 입장에선 가장 어려웠을 선거를, 1세대의 마지막 소임으로 끝까지 치러내준 심상정 후보에게 정말이지 감사하다. 특히 선거 유세를 할 때 심 후보가 그토록 "정의당은 페미니즘 정당"임을 강조했던 건, 우리당의 청년 정치인들을 타겟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자신 쪽으로 돌리는 말이기도 했다는 걸 안다.

조국 사태 등 오류도 있었고 실책도 있었지만, 그처럼 깨끗하고 겸손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정치인을 나는 여태껏 보지 못했다. 다른 당의 못난 선배 정치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훌륭한 선배세대 뒤에서 진보정치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

나는 심상정을 계기로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고, 심상정을 보며 배우고 자랐다. 때때로 나는 그에게 동의하지 않았고, 그가 나에게 동의하지 않았던 순간들은 아마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고맙다.

이번 대선에서 그가 득표한 2.4%라는 숫자는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이것이 진보정치 1세대의 실패가 아니라, '미완의 승리'로 기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정의당의 미래 세대인 4050 '2세대'와 2030 '3세대'가 함께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그의 뒤를 잇고 싶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심상정 선배께서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실 것이라 믿는다.
 
심상정 후보 선거운동 중인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심상정 후보 선거운동 중인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 강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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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민진씨는 현 청년정의당 대표이며, 심상정 후보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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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입니다. 현재는 청년정의당 대표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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