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도 아침이 왔다. 산말랭이 책방에 찾아온 아침은 혼자 오지 않았다. 해가 뜨기도 전에 전봇대에 제 자리를 찾느라 바쁜 까치들은 무거운 어둠을 빨리 던져버리라고 말한다. 창문 사이로 들어온 햇살도 어서 빨리 새 마음을 가지라고 위로의 미소를 보낸다.

그런데 난 그게 쉽지 않다. 어디 나만 그럴 것인가 싶어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싶지만 이 역시 마음의 분란을 재촉해서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안 하고 그저 진정될 내 마음을 기다린다.  

선거일 새벽 5시 선관위에서 기간제 일을 하는 딸을 데려다주고, 주변 동네를 둘러보며 투표장으로 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았다. 뉴스를 통해 전국 각지의 투표 현황도 들으면서 나도 남들과 같이 소망했다. 3월 10일에 떠오르는 해는 분명 더 따뜻한 세상의 첫 출발을 알리기를.

평생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몰입해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그려나갈 세상을 함께 꿈꾸었다. 매일 아침 기사를 보고 라디오 채널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여론조사의 불규칙한 파동을 볼 때마다 수많은 이슈거리가 등장할 때마다 선거 현장에서 직접 뛰는 사람마냥 열심히 보고 느꼈다. 후보 측 못지 않게 때론 더 분노하고 때론 더 환호하고 때론 더 변호하고 때론 더 주장했다.

지역의 사람들마저 나에게 물었다. 정치할 거냐고, 왜 그렇게 나서서 운동하냐고.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후보의 말과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는 것 밖에 없었다. 나같은 소시민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원하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후보라면 더 열심히 귀 기울여 듣고 더 열심히 홍보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개표가 시작되면서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사라졌지만 아무도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 몰라 매 초도 눈을 떼지 않았다. 새벽 1시경이면 누군가의 당선을 알 수 있다고 하길래 맘 먹고 책방에서 혼자서 가슴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개표 초반에 내가 보는 채널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줘서 혹시나 하면서도 되겠지, 되겠지 생각했다.

근소한 차이로 앞서 나가던 지지 후보의 결과가 역전되는 순간, 참담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거대 정당의 후보로 첫 출발을 한 후 어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을 해왔을 거라고 믿는 나에게는 단지 당선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보여준 삶의 처절한 흔적이 내게 전염되어서 나도 그처럼 열심히 살고 싶어 졌다.

지지 후보의 패배 후 책방도 학원도 다 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없는 현실을 매달고 그냥 똑같은 하루를 시작했다. 당선자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아침 태양을 빼앗아오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 있고 싶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소리에 마음과 일상을 빼앗겨 살았는지 오롯이 내 속의 나를 보고싶었다.

뉴스도 안 보는 이틀째의 시간이 지나간다. 무슨 소리를 들을까 겁이 나서 두려워서 어떤 어떤 유튜브 매체도 보지않는다. 지인들이 문자가 왔다. 힘내라고. 그래도 살아지는 세상이라고.

고등학생이 수업받으러 왔다. 소심하게 인사하는 나를 보고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딸내미는 달콤한 빵과 음료를 건네면서 '더 잘 될 거야'라며 위로했다. 나는 그들의 소리에 귀를 닫고 내 안의 마음을 열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다.

대통령 선거일이 벌써 언제였나 싶게 시간이 흘러가야 괜찮아진다는 사람도 많다. 류근 시인은 <괜찮습니다>라는 시구로 쓰라린 내 마음에 연고를 발라준다.

괜찮습니다.
당신이 거기 계셔서 괜찮습니다.
우리가 여기 있어서 괜찮습니다.
진정으로
괜찮습니다

우린 또 이기면 됩니다.
괜찮습니다.


아직도 쓰라리고 아픈 내 맘의 깊은 구멍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창문 앞에서 재잘거리는 까치에게 말을 걸어본다. 오늘 아침에는 무엇을 먹을 거냐고, 네가 먹는 밥 내가 먹는 밥이 모두 맛있으면 좋겠다고.

코로나에 걸린 남편 덕분에 며칠간을 산말랭이에서 혼자 사는 신세가 되는 것도 할만하다고. 이 책방이 나의 오늘을 미리 알고 선물처럼 내 인생에 주어졌다고. 나도 지금부터 다시 꿈꾸고 싶다. 함께 사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