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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인간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했던 그리스인들은 조화롭지 않은 음악의 연주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고 한다. 나쁜 음악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독재정권 치하에서 불온(?)한 음악을 금지하던 시절이 있었으니, 금지곡이 여럿인 훈장을 지닌 가수로 기억되기도 하는 그녀!

나이 70세(2021년 기준). 데뷔 51년 차를 맞이한 가수이자 매일 아침 생방송으로 청취자들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라디오 DJ. 양희은에게 가수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고인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는 이야기꾼'이다.
 
양희은 에세이
 양희은 에세이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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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천상 이야기꾼인 그녀가 무대 바깥의 생활인으로서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벽에 읽어나 노모와 남편의 도시락을 싸고, 아침 생방송 후 장을 봐서 집에 오고, 노래연습을 하는 루틴한 생활 가운데 맑은 녹차를 우린 듯 은은한 사색이 담겨 있었다. '노래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의 향기가 스며들어 있어 미소가 지어졌다.

타고난 목소리와 재능으로 일찍이 유명세를 얻고 승승장구하며 살아왔을 거라 지레짐작했던 억측과 달리 그녀는 버티고 버텨온 생계형 가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사업실패와 빚보증으로 앳된 나이에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고단한 20대, 그리고 살만해지니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30대의 녹록치 않았던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양희은'하면 떠오르던 대표곡 중 하나인 <상록수>는 '아침이슬'의 창작자 김민기의 선물이다. 기울어진 가세를 등에 짊어지느라 7년 만에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하는 것을 축하하는 의미였다고 한다.
 
"별나게 겪은 그 괴로웠던 시간들이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보탬을 주면 주었지 빼앗아간 건 없었다. 경험은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 따지고 보면 '결핍'이 가장 힘을 주는 에너지였다. 이왕이면 깊게, 남과는 다른 굴절을 만들며 세상을 보고 싶다."(117쪽)
 
괴테 또한 '색채는 빛의 고통'이라 말했던가? 한 인간의 색채를 만들어 가는 것은 그가 겪은 시간의 굴절들일 것이다. 그녀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음색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과 감동을 주는 까닭은 단지 목의 울림이 아닌 상록수와 닮은 삶에서 체화된 호소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가 퇴근 후 '철저히 주부'로 사는 이유 
 
"사생활에서 나는 철저히 주부로 산다. 라디오 방송, TV출연, 공연 등등 일이 물론 중요하지만 퇴근 후의 사생활도 소중하다. 내가 무대에서든 방송에서든 살아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일하는 양희은' 외에 주부로서의 일상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 내 부엌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밥을 해 먹는 일, 제철 채소를 사다가 나물을 무치고, 맑은 국을 끓이고 제철 생선 두어 마리를 맛나게 굽는 일, 그게 무슨 대수냐고 웃을지는 몰라도 내게는 중요하다. 일 바깥의 일상을 소중히 하는 것, 그것이 내 일의 비결이다. (229쪽)"
 
하루살이 불나방처럼 잠깐 주목을 받다 잊히는 많은 방송인들과 달리 타성에 찌들지 않고 무려 50년 동안이나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그것은 바로 '일상을 소중히 하는 것'이라는 힌트에 머리를 끄덕이며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든 통하는 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 담백해진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어차피 복잡하게 머리 굴려야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러라 그래' 하며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거 같다. "양희은 선생님, 잘 산다는 게 뭘까요?"하고 묻는 다면 "때에 맞는 아름다움을 살아내는 거야"하고 담담히 말해주실 거 같다.

그러라 그래 (양장)

양희은 (지은이), 김영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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