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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떤 요리를 해 볼까?"  

유튜브를 검색해본다. 음, 이게 좋겠군. 

"가영아~ 이거 괜찮은 것 같은데... 묵은지 참치 김밥."  

딸아이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마트로 나선다. 집에 있는 기본적인 재료는 빼고 필요한 재료는 묵은지와 깻잎이다. 유튜브를 켠다. 이제부터 둘째 딸 가영이는 요리 보조 겸, 코칭 선생님이다.  

"김밥 준비 끝~"  
"아빠, 청양고추는? 썰었어?"  
"오호~ 깜빡했네~"  
"아빠~ 청양고추는 잘게 썰고, 김밥은 이렇게 마는 거야."  

 
청양고추, 마요네즈, 참치, 묵은지, 김
▲ 유튜브 이남자의 쿡 묵은지 참치 김밥 캡쳐  청양고추, 마요네즈, 참치, 묵은지, 김
ⓒ 임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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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딸과 나는 주말마다 유튜브를 보고 여러 가지 요리를 한다. 그동안 함께 만든 것도 꽤 많다. 이맘때의 아이들의 상태를 일러 '중2병'이라고 하던데, 그만큼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많은 시기다.  

어느 교육학자는 그런다. 아이들의 사춘기는 인간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이다.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고 우울한 감정이 드는 건데 어른들은 자신들도 겪어 봤으면서 아이를 통제하려고만 든다. 바로 여기서 부모와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의 수많은 갈등이 비롯된다.

B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다. B의 아들은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그러더란다.   

"엄마,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거지? 도대체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마음이 너무 불안하고 별것도 아닌 일에 화만 나."  

공부를 제법 잘했고 친구관계도 원만했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인가 제 방문을 닫고 가족과의 대화가 뜸해지더니 마침내 B에게 사소한 것부터 짜증을 냈다고 한다. 뭘 하는지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극기야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성적도 떨어지니 부모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아빠와 아들의 사이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기까지에 이르렀다. 게임에만 빠져 있는 아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지 아빠는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그만 아들의 스마트폰을 방바닥에 던져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한참 민감한 시기의 아들은 좌절 아닌 좌절을 했을 것이다. 물론 아빠와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을 테고. 어쩌면 그 기억은 오랫동안 아이의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을 거다.  

다행히도 B의 아들은 유난한 사춘기를 겪었지만 성인이 되고 군대를 다녀온 후 아빠와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B의 사례는 솔직히 어느 가정에서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됐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만일 B의 가족에서 아빠였다면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들을 먼저 이해하려 하고 오히려 아들과 함께 게임을 같이 즐기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방법을 찾았을 거다. 책에서나 볼 듯한 모범적인 답안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과 부모는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많은 갈등을 하며 상처를 주고받는 게 현실이다.  

나는 딸아이와 요리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재료 준비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만들 수 있는지 연구도 해 보고 말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 생활은 문제가 없는지, 요즘 걱정거리는 뭔지, 관심사는 뮌지, 자연스럽게 물어보기도 한다. 아이의 관심사를 공감해주고 함께 하면 중2병 같은 건 없다. 오히려 추억 거리를 만들어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영화 관람, 스포츠, 게임, 악기 연주, 요리, 당구 등등 사춘기의 아이와 함께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들 중에 우리는 요리를 한다. 먼 훗날 둘째 딸 가영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이렇게 지냈다고 할 것이다. 그때 아빠와 내가 편한 친구처럼 소통할 수 있었던 건 요리를 만들며 많은 대화를 나눈 덕분이었지.  

[요리 재료] 김밥 6줄 기준   

마트 구입 : 묵은지 1/4 포기, 참치캔 250g짜리 2캔, 깻잎  
집에 있음 : 밥 1kg, 청양고추 2개, 김 6장, 설탕, 들기름 3스푼, 참기름 2스푼, 소금 1/2 작은 스푼, 마요네즈 4스푼
* 밥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묶은 지에 물기를 뺀 후 들기름, 설탕이 배어들게 한다. 마요네즈, 참치, 청양고추를 섞은 후 김밥 말듯이 말면 백종원도 짝짝짝 손뼉 치고 갈 만한 묵은지 참치 김밥이 완성된다.  

퇴근 후 아내가 묵은지 김밥을 먹어 보더니 '하하, 호호' 엄지척이란다.  
 
모양은 삐뚤삐뚤, 맛은 끝내줍니다.
▲ 가영이와 함께 만든 묵은지 참치 김밥  모양은 삐뚤삐뚤, 맛은 끝내줍니다.
ⓒ 임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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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레시피의 출처는 youtube 이 남자의 쿡입니다.   
* 이 글은 브런치, 티스토리, 카카오뷰 에 동시 송고합니다


태그:#사춘기, #중2병, #아빠, #딸,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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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속에서 행복을 찿아가는 가영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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