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킴'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홈 팀 캐나다를 상대로 말이다.

'팀 킴'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홈 팀 캐나다를 상대로 말이다. ⓒ 세계컬링연맹 제공

 
'팀 킴'의 저력은 대단했다. 이번에는 '종이 한 장 차이' 승리였다. 막판 3연속 득점, 2연속 스틸로 극적인 승리를 기록한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세계선수권에서 '홈 팀' 캐나다를 꺾고 연패 늪을 탈출했다.

캐나다 프린스조지에서 열리는 2022 컬링 세계선수권에 나선 '팀 킴'은 6연승 뒤 통한의 연패에 빠졌다. 덴마크와의 연장전 끝 '종이 한 장 차이' 패배에 이어 스웨덴, 스위스에게 패퇴해 3연패에 몰려 위기에 처했다. 그런 상황, 캐나다 '팀 케리 에이나르슨'과의 물러설 수 없는 혈전에서 연패 기간 아쉬움을 털어내고 승리를 거뒀다. 

선수들은 실수를 범하고 대량 득점을 내주는 등 홈 어드밴티지에 눌린 듯한 모습을 경기 중반 보였지만 10엔드, 그리고 엑스트라 엔드까지 이어진 선수들의 작전이 빛나며 연속 스틸을 따내 결국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극적인 승리로 자신감을 쌓은 '팀킴'은 26일 오전 6시 운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초반 다량 득점, 하지만 아쉬웠던 후반 작전

1엔드 시작이 좋았다. 한국은 첫 엔드 후공권을 캐나다에 내줬지만, 하우스 이곳저곳에 한국의 스톤을 뿌려대며 캐나다의 대량 득점을 저지했다. 캐나다는 한국의 작전에 1득점 만을 얻는 데 그쳤다. '팀 킴'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2엔드, 한국의 빅 엔드가 나왔다. '팀 킴'은 상대 서드와 스킵이 범한 실수를 아낌없이 이용했다. 특히 한국의 스톤 두 개가 하우스 안에 들어갔던 상황, 캐나다의 스킵 케리 에이나르슨 시도한 버튼 드로우가 자신의 가든 스톤에 걸리는 자충수를 이용했다. 김은정 선수는 깔끔한 버튼 드로우를 성공하며 석 점을 올렸다.

3엔드가 아쉬웠다. 캐나다의 이어진 실수를 이용해 '팀 킴' 선수들이 하우스 안을 차지해 스틸을 노리던 상황, 엔드 마지막 샷에서 버튼을 차지하지 못하는 아쉬운 실수가 나왔다. 캐나다도 1점을 득점하는 데 그쳤지만, 한 점을 버는 것이 중요했던 '팀 킴'에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한국은 4엔드 한 점을 올리며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캐나다는 5엔드 서드 샷에서 더블 테이크아웃에 성공하는 등 한국을 압박하며 두 점을 올려 균형을 맞췄다. 전반이 끝난 상황 스코어는 4-4 동점. 한국은 이어진 후반 첫 엔드인 6엔드에서 한 점을 달아나며 캐나다를 따돌리려 애썼다.

캐나다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한국이 캐나다의 스톤을 쳐내자, 이를 역이용해 블랭크 엔드로 8엔드 후공을 가져간 것. 한국은 캐나다의 다량 득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버튼 가까이 1·2·3번을 모두 차지했던 캐나다의 스톤을 쳐내고 한국의 스톤을 1·2번으로 만들며 엔드 마지막 샷을 캐나다에 넘겼다.

아뿔싸. 그 스톤 중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에이나르슨 스킵에게 보였다. 에이나르슨은 라스트 샷에서 끝에 살짝 보이는 한국의 스톤을 완전히 쳐내버렸다. 졸지에 한국의 스톤 두 개가 모두 나가버렸다. 다시 1·2·3번 스톤이 캐나다의 것이 되었다. 한국은 석 점의 빅 엔드를 막판 캐나다에 내줬다. 스코어 7-5.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집중력으로 이긴 '팀 킴', 3엔드 연속 득점이 살렸다
 
 캐나다전의 극적 역전승은 김은정 선수의 전략이 통했기에 거둔 승리였다.

캐나다전의 극적 역전승은 김은정 선수의 전략이 통했기에 거둔 승리였다. ⓒ 세계컬링연맹 제공

 
순식간에 '팀 킴'에 패색이 감돌았다. 실수도 적잖게 나왔다. 9엔드 후공에서 많은 점수를 따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신들의 실수와 캐나다의 공세 속에 한 점을 따내는 데 그쳤다. 한국은 마지막 엔드에서 두 점을 스틸하거나 엑스트라 엔드까지 끌며 두 엔드를 연속으로 스틸해야 승리하는 빈사 상황에 닿았다.

하지만 10엔드, 극적인 동점이 실제로 벌어졌다. 김경애 선수가 먼저 자신의 마지막 스톤 투구에서 캐나다의 안방을 흔들었다. 일렬에 가깝게 배치된 스톤이 일순간 흔들렸다. 그 틈을 김은정은 놓치지 않았다. 버튼 가까이 두 개의 스톤을 배치하면서 한 개의 스톤을 '히트 앤 롤' 하기 좋아보이도록 유도하는 전략까지 썼다.

캐나다의 마지막 스톤에 한국의 운명이 달린 상황. 그런데 한국의 바람이 실제로 일어났다. 케리 에이나르슨 스킵이 던진 마지막 샷이 너무 바깥쪽으로 돌아들어갔다. 한국의 스톤을 맞은 캐나다의 스톤은 바깥쪽으로 휘어나갔다. 졸지의 한국의 스톤이 1번이 되었다. 스틸 성공, 스코어 7-7. 연장전 승부가 확정된 것이었다.

연장 엔드까지 이어진 승부. '팀 킴'의 전략은 10엔드 때와 비슷했다. 센터 싸움을 이어가면서 드로우에 약한 상대 스킵을 뒤흔들어놓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앞선 상황에서 실수가 연달아 나왔다. 김경애 선수가 하우스 앞 자신의 스톤을 쳐내 하우스 안에 넣는 샷이 성공해 버튼 안에 2번 스톤을 만들어놓은 것이 위안이었다.

김은정 선수는 두 번의 스톤 투구에서 승리를 유도해야 했다. 첫 번째로 하우스 입구를 막는 스톤을 던졌다. 바로 에이나르슨이 그 스톤을 쳐내며 응수했다. 두 번째 샷은 버튼에 아예 눌러앉았다. 하지만 에이나르슨이 그 스톤을 쳐내고 스테이에 성공하면 한국은 패배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에이나르슨의 마지막 스톤이 투구되었다. 아웃턴으로 도는 투구는 조금 바깥쪽이었다. 김은정 선수가 금방 던진 샷을 쳐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스톤이 멈추지 않았다. 스톤이 춤을 추듯 하우스에서 멀어졌다. 맨눈으로 어떤 스톤이 1번 스톤인지 구별하기 힘든 거리에 한국과 캐나다의 스톤이 배치되었다.

이리저리 스톤 주변을 둘러보던 에이나르슨은 화가 난 듯 자신의 스톤을 발로 세게 밀어냈다. 에이나르슨이 자신의 스톤이 2번 스톤임을 인정한 순간이었다. 8-7. 한국이 연장전 승부 끝에 연속 스틸로 연패에 탈출하고 플레이오프 높은 자리를 다시금 조준할 수 있게 되었다.

무기력 씻어낸 극적 승리... 한일전 기대되네

한국은 지난 폴란드전에서 아쉬운 석패를 거뒀다. 마지막 순간 한국의 스톤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멀어 승리를 내줘야만 했다. 그 이후 스웨덴, 스위스 등 강팀을 만나며 내리 3연패에 빠졌다. 자연히 샷 성공률도 낮아졌고, 선수들 역시 경기 중간중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씻어내는 승리를 캐나다전에서 거뒀다. 그것도 홈 어드밴티지를 지녔고, 홈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는 가운데에서 거둬낸 승리다. 심지어 무엇보다도 불리한 선공 상황에서 연속 스틸로 얻어낸 승리인 만큼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이제 '팀 킴'은 일본 중부전력 팀(스킵 키타자와 이쿠에)을 만나 숙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26일 오전 6시부터 열리는 경기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움 끝 거둬낸 승리를 딛고 '팀 킴'이 한일전에서도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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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킴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컬링 대표팀 김은정 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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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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