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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훕... 이게 뭐라고." 

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포켓몬빵, 그중에서도 피카츄빵을 구하고자 집 근처 편의점을 돌고 옆 동네까지 원정을 다녀왔다며 자조 섞인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 2월 24일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발품 파는 2030에 의해 SNS와 커뮤니티에는 포켓몬빵 판매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획득한 띠부띠부씰을 자랑하는 글들이 급증하고 있다.

모으고 되팔고... 대단한 포켓몬빵 열풍
 
SPC삼립이 지난달 24일 출시한 '포켓몬빵'이 일주일 만에 150만개 이상 팔렸다고 3일 밝혔다. 1990년대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빵은 재출시 이후 편의점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빵과 함께 포켓몬 '띠부씰'(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이 동봉된 모습까지 그대로 재현돼 20∼30대들의 향수를 자극한 점이 인기 요인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SPC삼립 포켓몬빵.
 SPC삼립이 지난달 24일 출시한 "포켓몬빵"이 일주일 만에 150만개 이상 팔렸다고 3일 밝혔다. 1990년대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빵은 재출시 이후 편의점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빵과 함께 포켓몬 "띠부씰"(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이 동봉된 모습까지 그대로 재현돼 20∼30대들의 향수를 자극한 점이 인기 요인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SPC삼립 포켓몬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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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포켓몬빵 열풍이 대단하다. SPC삼립은 포켓몬빵이 16년 만에 재출시되어 일주일 만에 150만 개 이상 팔렸다고 밝혔다. 7만 원대에 머물던 SPC삼립 주가는 한때 9만 원에 진입하기도 했다. 현재는 품절 대란이 일어나 주요 채널의 발주 수량이 제한된 상황이다.

포켓몬빵을 사 모으는 소비자는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뉘는 듯하다.  

한 유형은 낱개로 빵을 구매해 띠부띠부씰을 획득, 소소한 향수를 느끼고 귀여운 스티커로 위로를 받는 사람이고, 다른 유형은 콜렉터형으로 빵을 대량 구매,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 스티커를 수집하며 더 나아가 콜렉트 북(바인더)까지 구비한다. 마지막은 재테크 유형으로 희귀한 캐릭터 스티커(뮤, 뮤츠 등)를 획득해 중고시장에 리셀하는 사람이다.

세 유형의 소비자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포켓몬 빵을 소비하고 있지만 그 핵심은 스티커 득템(아이템을 얻다)에 있다. 띠부띠부씰에 대한 열광은 많은 빵을 구매해 씰만 취하고 실질적 내용물(빵)을 버리거나 무료 나눔 하는 현상을 야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환경오염과 낭비를 조장하는 마케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체 SPC 삼립은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 심리를 저격한 것일까. 삼립이 16년 만에 재출시한 '이 시점'이 타이밍이었다. 어린 시절 포켓몬 빵을 사 먹던 주 소비층은 현재의 2030이다. 불황과 구직난이라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레트로 마케팅은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1500원(온라인 가격 1200원)만 들이면 되는 작은 소비만으로 나를 큰 고민 없던 어린 시절로 잠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의 일상 속에서 포켓몬빵을 구매하며 과거 어린 시절의 안정감과 포근함을 느낀다. 

밴드왜건 효과(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 현상)도 한몫했다. 2030이 포켓몬 빵을 구매하는 이유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남들이 사니까', 'SNS에서 유행해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고 2030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신조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본인의 소속에 대한 혼란과 부재를 느끼는 이들이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또래, 같은 세대라는 동질감을 형성하고 소속감을 충족하는 것이다. 단순히 향수에 젖어 구매를 했다면 온라인에 공유 게시글이 이렇게 많이 올라오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귀여우니까... 아직도 위로받고 싶은 2030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말이 있다. 영국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서는 귀여운 동물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사람의 혈압이 내려가고 불안감도 줄어든다는 실험결과를 결론을 내기도 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에 판다, 고양이 등 귀여운 동물 영상과 사진을 소비하는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포켓몬 빵을 사는 이유 중 '(띠부띠부씰이) 귀여워서'라는 답변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은연중에 귀여움을 소비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한다. 사회에 나가 고단한 하루를 보내며 생계를 유지하는 2030들이 귀여운 포켓몬 스티커를 획득하고 즐기며 나름의 힐링을 하는 것이다. 살기 어려워질수록 귀여움의 소비 시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소확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떤 캐릭터 스티커가 나올지 모르는 포켓몬빵은 일종의 랜덤박스와 같다.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띠부띠부씰 금액이 캐릭터의 희소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 씰이 들어 있는지에 따라 같은 소비자 가격에 판매되는 포켓몬 빵의 잠정 가치는 다르다. 

이렇게 대박 심리를 자극하는 랜덤박스는 1인당 구매금액을 높일 수 있는 판매 방식이다. 랜덤박스에 매료되는 과정이 일반적인 도박의 흐름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이 포켓몬빵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번 산 사람은 재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만약 포켓몬 띠부띠부씰을 돈으로 그냥 살 수 있게 했다면 이렇게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끌진 않았을 것이다. 확정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랜덤 상품을 사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일주일 만에 150만 개 판매를 달성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이러한 게임적 요소는 단조로운 현실에서의 소소한 재미로, 일종의 합법적 도박과 같다.

정리하면 포켓몬빵 열풍은, 상술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치고 위로 받고 싶은 사람들을 이용한 기업 전략의 성공에 가까워 보인다. 자본주의에 의해 상처받고 지치고 허덕이는 현대인이 자본주의에 의해 위로받고 힘을 내기도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대개는 그 과정에서 현대인은 실패하고 자본주의는 성공한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소비를 통해 위로를 받고 행복을 느끼는 건 잠깐이다. 동시에 허무함과 불완전함도 느낀다. 절대 귀엽지 않은 현실에 침투하는 그리움과 귀여움의 소비 현실을 보여준 포켓몬빵 열풍. 우리 현실도 포켓몬빵처럼 귀여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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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그렇게 피터팬 내지는 돈키호테를 닮은 낭만주의자가 되었다.그러나 네버랜드는 없다. 출근하는 피터팬으로 살며 책임감 있는 어른과 낭만주의자의 균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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