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에브리원 <장미의 전쟁>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 <장미의 전쟁>의 한 장면. ⓒ MBC 에브리원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달콤한 로맨스에서 잔혹한 치정극도 마찬가지다. 3월 7일 첫 방송된 MBC 에브리원 <장미의 전쟁>에서는 애증의 부부 이야기에서부터 감동적인 순애보, 잔혹한 범죄치정극에 이르기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글로벌 커플들의 리얼 러브스토리'를 담아냈다.
 
MC 이상민을 비롯하여 사연을 소개로 할 프리젠터로 방송인 이은지, 조던(프랑스), 에바(러시아), 비다(미국), 심리분석을 도와줄 정신과 의사 양재웅이 함께했다. 첫 프리젠터로 나선 조던은 "여전히 프랑스 사람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사건이자 러브스토리"라며 '악어의 눈물' 사건을 소개했다.
 
조던은 사연자인 남편 조나탄과 아내 알렉시아의 다정한 한때를 다룬 실제 사진을 공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알렉시아와 조나탄은 8년 전 스키장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조나탄은 자신의 부족함마저 이해해준 알렉시아와 사랑에 빠졌고 8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이르렀다.
 
결혼 2년 만인 2017년 10월 28일 오후 12시 30분, 조나탄은 경찰서로 찾아가 '조깅하러 나간 알렉시아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경찰과 가족은 물론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힘을 합쳐 수색에 나섰으나 알렉시아의 행방은 묘연했다.
 
실종 2주 후 마침내 알렉시아가 안타깝게도 숲속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됐다. 당시 알렉시아의 시신에는 구타를 심하게 당하고 목이 졸린 흔적이 남아 있었으며, 시신 일부가 불타는 등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훼손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남편 조나탄은 처참하게 살해당한 알렉시아의 시신 앞에서 오열했다. 아내를 향한 남편의 애틋한 마음이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알렉시아를 위한 추모식까지 열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함께 애도하기도 했다. 조나탄은 추모사에서 "그녀는 나의 최우선이자 나의 산소였다. 우리가 함께 나눈 시간과 그 힘은 우리를 지탱하게 해줬다. 그녀의 따뜻한 손길이 많이 그리울 것"이라며 아내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대적 수사에도 범인을 찾지 못하고 3개월이 지나가며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날 범인이 전격 검거됐다. 경찰이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은 놀랍게도 남편 조나탄이었다. 경찰은 조나탄 팔뚝의 긁힌 상처, 알렉시아의 시신 옆에서 발견된 부부가 함께 사용하던 이불, 그리고 조나탄의 차량 GPS 기록 등의 증거가 발견된게 결정적이었다. 

조나탄은 체포되고도 진술을 몇 차례나 바꾸며 범행을 인정했다가 다시 부인하는 등 혼란을 줬다. 조나탄은 2019년 6월에서야 최종적으로 범행 사실을 온전히 자백했는데, 그가 마음을 바꾼 계기는 장모이자 알렉시아의 모친이 반려묘 해피의 사진을 보여주며 '진실을 알려달라'고 호소했기 때문이었다. 양재웅은 "헤어진 연인은 부정적인 기억을 가질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그러기 어렵다. 반려 고양이가 범행을 인정하게 만든 매개체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조나탄은 왜 사랑하던 아내를 끔찍하게 살해했을까. 조나탄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날 밤의 행동은 용서할 수 없었다"며 살해 동기를 설명했다. 알렉시아는 아이를 원했으나 불임 이유를 조나탄의 발기부전이라고 생각했고, 아내에게 성적 수치심을 당했다는 게 조나탄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조나탄의 말이 진실인지 알려줄 수 있는 알렉시아는 이 세상에 없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살인의 이유도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양재웅은 조나탄의 상태를 '인지부조화'로 설명했다. "아내를 무고하게 죽인 게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놨는데, 그 이유로 '알렉시아가 나쁜사람'이라고 정당화를 시켜야 하는 심리가 깔려있다"는 것. 조나탄에게는 성적인 기능이 존재 가치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자존감과 내적인 정신력이 약했던 조나탄에게는 큰 상처가 됐다.

양재웅은 "조나탄은 부당한 느낌을 받았을 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불편함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쌓였던 스트레스가 어느순간 충동적인 살인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나탄은 결국 항소를 포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중이다.
 
대중을 더욱 눈물짓게 한 것은 알렉시아가 조나탄에게 쓴 편지가 뒤늦게 공개된 것. 알렉시아의 모친은 알렉시아가 생전에 남긴 러브레터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8년을 함께한 내 사랑, 당신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사랑하는 연인이었고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에요. 당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중 하나이고 내 세상은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사랑으로 가득한 미래를 늘 상상합니다. 사랑해요." 빠져나가기에만 급급했던 조나탄은 뒤늦게 확인한 아내의 러브레터에 끝내 눈물을 흘리며 "미안해, 알렉시아"라고 용서를 빌었다.
 
 MBC 에브리원 <장미의 전쟁>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 <장미의 전쟁>의 한 장면. ⓒ MBC 에브리원

 
두 번째 사연으로 에바는 '영국 설탕물 살인사건' 이야기를 공개했다. 2020년 7월 영국 체셔주에 거주하던 코리나 스미스는 남편 마이클에게 끓는 설탕물을 부어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코리나에게는 얼마전 젊은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아들 크레이그가 있었다. 상심에 빠져있던 코리나는 딸 에밀리를 통하여 마이클이 예전부터 자녀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왔고, 크레이그가 자살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크게 분노한 코리나는 아이들을 대신해 잠든 남편에게 복수를 결심했던 것.
 
마이클은 전신 36%에 화상을 입었고, 화상치료센터로 이송됐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당시 80세 노령인만큼 화상 회복이 쉽지 않았다. 코리나는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고 남편의 생식기에만 물을 부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의도적으로 설탕물을 끓인 것이나, 위급 상황에서 구급대가 아닌 이웃주민에게 도움 요청한 점, 남편의 사망으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없게 된 점을 고려하여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동기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살인는 정당화될수 없다는 것. 사건에 대한 국내외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대체로 코리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양재웅은 "친족 성범죄라서 더 분노하는 것 같다. 아이들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행위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데 어릴때부터 성적 학대를 당하는 사람은 세상과 타인에 대해 신뢰 형성 기회를 박탈당한다. 결과적으로 사는 게 계속 지옥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무겁고 가슴아팠던 사연들에 이어 이상민은 처음으로 영화 <노트북>을 연상시키는 달콤하고 훈훈한 사랑이야기를 소개했다. 영화 2013년 영국의 한 학교에서 13살 로지의 아빠 그레임은 딸과 함께 부모동반 학교행사에 참석했고, 그곳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첫사랑 헬렌과 꼭 닮은 소녀 제시를 발견했다. 알고보니 제시의 엄마가 바로 헬렌이었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운명처럼 재회하게 한다.
 
1994년 같은 학교 학생이었던 그레임과 헬렌은 학교를 대표하는 인기남녀였다. 두 사람은 복도에서 마주쳐 첫눈에 반했고, 결국 연인이 됐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그레임은 50마일 떨어진 대학교로 진학하면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다. 헬렌은 그리움을 담아 그레임에게 편지를 썼지만 웬일인지 2년간 답장은 단 한 통도 돌아오지 않았다. 실망한 헬렌은 그레임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정리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이별을 맞이했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연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고 각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학교에서의 우연한 재회 이후 다시 몇 년이 흘러 그레임과 헬렌은 각자 이혼을 선택하고 둘다 다시 싱글이 됐다. 그레임의 이혼 소식을 알게된 헬렌은 SNS를 통하여 그레임에게 연락했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됐다. 그리고 22년 전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했던 부모님이 연락이 엇갈리도록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오해가 풀린 헬렌은 '우리 다시 시작하자'고 그레임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두 사람은 두 번째 연애를 시작했다. 그레임에게 프로포즈를 받은 헬렌은 22년 전 15살의 그레임으로부터 첫 프로포즈 당시 받았던 반지를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던 사실이 알려지며 감동을 더했다.
 
통계에 따르면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날 확률은 82%지만 그중에 잘될 확률은 불과 3%라고 한다. 그레임과 헬렌은 그 낮은 확률을 뚫고 사랑의 결실을 이뤄낸 사례였다. 재회후 5년간 연애를 이어오던 두 사람은 2021년 4월 17일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며 28년에 걸친 첫사랑을 아름답게 완성 시켰다. 두 사람의 영화같은 러브스토리에 전세계에서도 누리꾼들의 축하메시지가 쏟아졌다.
 
 MBC 에브리원 <장미의 전쟁>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 <장미의 전쟁>의 한 장면. ⓒ MBC 에브리원

 
마지막으로 이은지가 일본에서 벌어진 '꽃중년 연쇄살인사건'을 소개했다. 2009년 8월 일본 도쿄 근교 경찰서에 '주차장에서 차 안에 남자가 사망한 것 같다'는 신고가 걸려온다. 피해자 남성은 41세 직장인 오이데 요시유키로 차 뒷자리에 기댄 채 사망해있었고 조수석에는 연탄을 피운 화로가 있었다. 그런데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사례로 연쇄적으로 연탄 사망 사건이 6개월 사이 3명이나 발생했다.
 
경찰은 이를 살인사건으로 보고 조사를 했고, 세 남자의 공통적인 연결고리는 한 여자였다. 계좌 추적 결과 세 남자 모두 사망 직후 한 여자의 계좌로 거액을 인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2010년 2월, 경찰은 34살 키지마 카나에를 체포했다. 하지만 죄목은 살인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혼인빙자 사기죄였다. 온라인을 통하여 만난 남자들에게 결혼 빌미로 거액의 돈을 편취한 키지마는, 자살한 세 남자를 포함한 피해자 모두의 '여자친구'였던 것.
 
이은지는 키지마의 실제 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20명이 넘는 남자들을 농락했다는 키지마는 화려한 외모의 여성일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100kg넘는 체구, 수수한 외모인 것으로 밝혀져 더 놀라움을 안겼다. 평범한 외모와 가정적인 이미지메이킹으로 남자들을 방심시켜서 유혹한 것.
 
2017년 일본의 최고 재판소는 키지마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현재 형은 집행되지 않은 상태로 교도소 수감중이라고. 그런데 키지마는 옥중에서 무려 세 번이나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첫 번째는 키지마를 후원하던 60대 남성, 두 번째는 첫 남성과 이혼하고 100일 후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고, 세 번째로는 키지마를 취재하던 주간지 편집 데스크와 결혼했다고.

출연자들은 키지마의 끝없는 남성편력과 엽기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양재웅은 "이 사람은 이제 나밖에 없다. 죽음을 앞둔 사람을 구원하면서 나 자신이 특별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키지마에게 현혹된 남자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또한 키지마는 2014년 자신의 이야기 담은 자전적 소설을 발간했는데 여기서 그녀의 평소 가치관과 남성관을 엿볼 수 있다. 키지마는 "나는 남성에 의해 숨결을 부여받고 사고를 가지게 된다. 내가 한 것은 배금주의도, 승인욕구도 자해행위도 아니다. 여자끼리의 교제에 얽매어 남성을 소중히 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지 않은가"라는 이야기를 적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본 양재웅은 "그럴듯해보이는 관념적 문구로 있어보이게 쓴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자신을 합리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멋있어 보이려 한 거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일침을 날렸다.
 
불교에서는 '사랑이 깊으면 미움도 크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랑하는 만큼 기대가 크기에 실망도 큰 것처럼, 모순된 감정이 공존하는 양가감정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사람간의 복잡한 관계와 마음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안에서 영화보다 영화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프리드릭 니체가 "사랑에는 항상 광기가 존재한다"고 했던 이야기가 바로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장미의전쟁 양가감정 인지부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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