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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과 영웅의 다른 점은 그들이 인간 방패를 사용하느냐, 아니면 그들 스스로를 인간 방패로 세우느냐다.
(The difference between the good guys and the bad guys is whether they use human shields or make themselves human shields)


 2000년대 중동에서 전쟁이 났을 때 국제 인권시민단체는 인간 방패를 자처하는 운동을 했다. 한국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어 나도 어린 치기에 지원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지원서도 내지 못했다. 단체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가 독자적으로 전쟁터에서 피하거나 보호할 수 없다. 당신을 지원하려고 두 세 명이 같이 움직이면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것에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작년부터 예고된 전쟁이었다. 소련 해체 당시 핵무기 반납으로 우크라이나 보호를 약속했던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침략을 인지하고도 실질적으로 아무런 전쟁 방지 실천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참전 불가를 외치면서도 무기와 전쟁물자만 팔아먹는 형국이다. 웬만한 우리나라 방송국은 다들 우크라이나 포격을 실시간 유튜브로 내보내고 있다. '야만적인 관음증'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불구하고 접속자는 날로 폭증한다.

우리나라 일부 정치가들은 대선의 손익 계산에 따라 침략자 러시아를 비난하기보다 공격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무능력함을 평가하는 어정쩡한 능력주의의 관점을 노출했다. 러시아의 푸틴 장기집권 이후 그들은 주변국의 많은 자주와 독립을 무자비하게 탄압해 왔으나 국제 사회는 침묵했고 우리는 무관심했다. 러시아의 이런 제국주의 부활은 이미 코로나 시국에서 충분히 경고되어 왔다.

코로나에 각국의 폐쇄정책과 보호주의는 거악의 국가주의 출현을 예상할 수 있었고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라는 군사주의로 표출되었다. 이에 비해 국제 사회의 전쟁 억제 예방 목소리는 멀어져 버린 사회적 거리만큼 들리지 않는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과 미얀마의 쿠데타 저항 운동에 이어 국내의 인권시민단체 역시 이에 적극적인 대응과 국제 연대를 하지 못한 채로 안타까움에 그 주변만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나 역시 써야 할 원고 앞에서 단 한 글자도 더 쓰지 못하고 몇 시간째 모니터만 보고 있다. 원래 이 지면에 쓰고자 하는 주제도 전쟁이 아니었다. 알고도 막지 않은 거대 국가의 손익 계산 앞에, 러시아의 침략전쟁으로 자국 기업의 자동차와 사발면 피해를 따지는 지금의 국내 작태에 한 줄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 교육권 따위가 무슨 의미인가? 하루종일 커피를 마시고 핫초코를 마시고 생강차를 마시고 등 뒤 창밖으로 새벽 동이 터 올 때까지 날을 지새워도 몰려오는 무력감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우연히 보게 된 아침 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전쟁터를 가지고 증권이 더 폭락하라면서 희희낙락하는 밈을 돌리는 것을 보고 증권 방송의 어느 애널리스트가 3만 명이 접속한 라이브에서 전쟁이,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이 재미있으시냐 화를 내고 꾸짖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꾸짖음이 미국 대통령이나 유엔이나 나토 사령관이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보다 더 준엄하게 들렸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얼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본의 최전선에서도 인간은 있어 보였다.

실제 전쟁에서는 아이언 맨 같은 히어로는 없었다.
미션 임파서블 에단 헌트처럼 크램린 궁을 폭파 시키는 특수요원도 없었다.
어벤져스 어셈블처럼 눈물 나게 하는 연대도 공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시민들이 자국의 군인들을 멈추고
유럽 주변국이 함께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함께 보호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전쟁은 명분이 무엇이든 모든 것을 파괴한다.
특히 장애인들은 숨을 곳도 도망칠 곳도 없다. 심지어 그 거대한 미사일과 탱크를 향해 맞서 싸우라 하기도 어렵다.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숨 쉴 수 없는 무력감에도 절대로 러시아의 침략전쟁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외면해서도 안 된다. 포기해서도 안 된다. 오늘날 러시아의 침략은 그동안 러시아의 독재에, 반인권에 우리가 모두 침묵하고 외면한 결과이다.

이제 우크라이나로 들어가서 날아오는 포탄에 평화의 인권 방패를 자처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러시아 대사관을 둘러싸고 그들의 침략행위를 규탄하고 공격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지원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 다른 나라 전쟁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형수님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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