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경주시 황용동 토함산 자락에 자리한 시부거리 마을을 찾았다. 마을 이름도 특이하여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있던 동화 같은 마을이다. 주민이라고 해봐야 13가구에 20명이 고작이다. 야생화로 대표되는 시부거리 마을은 경주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단지 꽃을 좋아하고, 야생화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만 소문이 나 있는 아담한 예쁜 마을로 알려져 있다.

몇 해 만에 처음 찾아본 시부거리 마을은 그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국립공원공단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에서 2019년에 시부거리 마을 주민들의 쾌적한 거주환경 조성을 위해 마을 경관개선 사업을 추진해 아름다운 마을로 가꾸어 놓았다. 방문객들에게 마을을 알릴 수 있는 랜드마크와 안내판도 설치해 마을의 브랜드 가치도 높였다.
 
집집마다 담장에 예쁜 벽화가 그려진 경주 시부거리 마을 모습
 집집마다 담장에 예쁜 벽화가 그려진 경주 시부거리 마을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국립공원 지역사회 협력 사업 일환으로 마을 입구부터 토함산으로 올라가는 탐방로가 새롭게 정비되어 있고, 집집마다 담장에는 벽화가 곱게 그려져 있다. 주민에게는 생활의 편의를 도모해 주고, 한편으로는 국립공원의 자원을 보전하는 상생의 계기를 마련했다.

시부거리 마을의 역사

야생화 관찰지로 유명한 경주 시부거리 마을은 덕동호가 끝나는 지점인 덕동교에서 1.2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경주와 감포를 잇는 경감로와 북천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길게 양쪽 골짜기를 타고 형성된 마을이다.

경주시 황용동 소재 시부거리 마을은 경주국립공원사무소 토함산 지구의 자연마을이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만호봉을 배경으로 토함산 정상에 오르는 탐방로 초입에 위치한다.

시부거리 마을 입구 안내판도 특이하다. 야생화 마을답게 시부거리 마을명 바로 위에 애기송이풀이 그려져 있다. 경주 풍물지리지에 의하면, 시부거리 마을 역사는 약 200년 전 오천 정씨 집성촌에서 시작되었다.
  
야생화 마을답게 시부거리 마을명 바로 위에 애기송이풀이 그려져 있는 모습
 야생화 마을답게 시부거리 마을명 바로 위에 애기송이풀이 그려져 있는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시부거리란 마을명은 정착 당시에 마을 앞 논이 커다란 늪지대로 물도 많이 나오고, 잡초가 자라는 마을 환경을 묘사한 것이다. 이곳 방언으로 늪의 진흙땅을 '시북', 구덩이를 '구디'라 하므로 '시북구디'라 부르다가 '시북걸', '시부거리'라고 바꿔 부르게 되었다.

봄의 전령사인 변산바람꽃과 복수꽃이 필 무렵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시부거리 마을은 다양한 야생화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찾아온다. 야생화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버스를 대절하여 모이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마을 인근에는 멸종위기종인 애기송이풀이 서식하는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이 있는 만큼 청정하고 건강한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다.
  
봄의 전령사 경주 시부거리 마을에  핀 야생화,  변산바람꽃 모습
 봄의 전령사 경주 시부거리 마을에 핀 야생화, 변산바람꽃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보물 찾기보다 어려운 야생화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 있어도 낙엽이나 자갈밭 위로 고개만 살짝 내밀고 있어, 군락지를 모르면 주변만 두리번거리다가 포기하고 만다. 한마디로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서 보물찾기 하기보다 더 어렵다.

헛걸음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이나, 한번 다녀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면 좋다. 그런데 마을 사람 대부분이 연로한 분들이라 바깥출입을 잘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개간한 마을 밭이나 등산로 방향으로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야 한다.
  
꽃잎을 활짝 터트리기 직전의 경주 시부거리 마을, 분홍색 노루귀 모습
 꽃잎을 활짝 터트리기 직전의 경주 시부거리 마을, 분홍색 노루귀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시부거리 마을은 이른 봄부터 야생화를 촬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산길이 반질반질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다. 많이 다닌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쉽게 야생화 군락지를 찾을 수 있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을 때는 이 방법이 제일 좋다.

먼저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찾아 나섰다. 등산로 초입에서 농막 집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다가 오른편 비탈진 자갈밭으로 갔다. 몇 해 전 여기에서 군락지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역광을 받아 한껏 멋을 부리는 하얀색의 변산바람꽃을 발견했다. 햇빛을 받아 바람에 흩날리며 반짝이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다른 야생화들도 서식하지만 아직은 변산바람꽃만 보인다.
 
경주 시부거리 마을, 야생화 군락지 복수초 모습
 경주 시부거리 마을, 야생화 군락지 복수초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발걸음을 옮겨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니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오랜 가뭄으로 낙수 수량은 많지 않지만, 산속에서 듣는 물소리는 항상 귀를 즐겁게 한다.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계곡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니 등산로 우측 비탈길에 야생화를 촬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서로 흩어져 주변을 같이 살피다가 노루귀와 복수초를 발견했다. 노루귀는 아직 본래의 모습은 아니지만, 낙엽 위로 고개를 내민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하얀색과 분홍색 두 가지 색이 보인다. 봄의 전령사로 대표되는 노란색의 복수초는 제법 많다.

모두들 열심히 야생화 촬영에 열중이다. 야생화를 발견한 반가운 마음에 몸을 납작 엎드려 접사 촬영도 한다. 노루귀는 아직 활짝 피지 않아 조금 아쉽다며, 며칠 후 다시 찾아온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야생화 주변 탐방로에 위치를 표시해 두기도 한다.
 
경주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에 자생하는 멸종위기종 애기송이풀 모습,
 경주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에 자생하는 멸종위기종 애기송이풀 모습,
ⓒ 사진제공 : 국립공원공단

관련사진보기

   
경주 시부거리 야생화 군락지는 토함산 정상으로 가는 탐방로 주변에도 즐비하지만, 탐방로 초입부터 시작하여 반경 500m 주변에 제일 많다. 보라색 노루귀와 멸종위기종인 애기송이풀은 아직 모습을 감추고 있다. 곧 개화가 시작되면 고개를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이 있는 야생화 관찰지에 대해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자원과 이무형 과장은 "국립공원의 소중한 유전자원이 잘 보전될 수 있도록 훼손이나 불법행위가 없기를 당부드린다"라고 밝혔다.

임금님께 진상한 어수리나물
 

경주 시부거리 마을은 입구부터 수십 종의 야생화뿐만 아니라 주변 산비탈에 약초와 여러 종류의 산나물도 함께 자생하고 있다. 야생화 촬영을 끝내고 마을로 돌아오다, 20년 전 잠시 포항으로 사업차 떠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여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하는 어르신 한 분을 만났다.
 
국립공원 경주 토함산 자락에 위치한 동화같은 아담한 시부거리 마을 모습
 국립공원 경주 토함산 자락에 위치한 동화같은 아담한 시부거리 마을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여기는 야생화가 필 때가 되면 동네 사람들보다 수십 배가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요"라며 "옛날에는 제법 많은 가구가 살았지만, 먹고살기 위해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고, 지금은 연세 지긋한 노인들만 남아 있어요"라고 말했다.

어르신은 이어 "야생화 마을로 소문나 있지만, 여기는 신라시대 임금님께 진상을 한 '어수리나물'로도 유명해요. 어수리나물은 공기 좋고 물 좋은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라는 나물로 맛도 향긋하고, 전으로 부쳐 먹어도 좋아요"라고 했다. 해마다 4월 초순이면 어수리나물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한나절을 여기에서 보냈지만, 야생화를 찾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국립공원 경주 토함산 자락의 시부거리 야생화 마을. 가족들과 함께 각양 각색의 야생화를 찾으며, 여기에서 어릴 적 보물찾기 추억을 되살려 보는 건 어떨까?

* 찾아가는 길

- 주소 : 경주시 황용동 694(시부걸길)
- 입장료 및 주차료 : 없음(주차는 시부걸 버스정류장 도로변 공터에 주차)

주요 지리정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발길 닿은 곳의 풍경과 소소한 일상을 가슴에 담아 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