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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복지는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마땅히 국가가 나서 해결해야 할 '사회안전망'에 관한 문제다. '치매국가책임제'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등 주요 복지정책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지와 돌봄의 책임은 개인에서 사회로 이양되어 왔다. 

대한민국은 '복지국가'인가? 

국가 복지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복지효능감'은 높지 않다. 대한민국의 복지 수준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2021년에 OECD가 발표한 상대빈곤율(2018~2019)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16.7%로 37개국 중 4번째로 높았다. 상대빈곤율이란 전체 인구의 소득을 나열했을 때 가운데 값인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상대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빈곤, 양극화, 격차,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사회복지는 소득보장과 돌봄보장을 목표로 한다. 소득 재분배는 복지국가의 핵심 기능이다. 복지 지출은 시장에서 발생한 불평등을 완화하는 핵심 정책 수단이다. 불평등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복지 지출은 시장 경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의 2019년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OECD 국가 평균 20%에 훨씬 못 미치는 12.2% 수준이다.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국의 낮은 복지 지출은 수요와 필요에 부정합한 엇박자를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시장임금 상승 압박으로 인한 고용 감소와 자영업자 소득 감소라는 역효과를 상쇄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의 상당 부분이 주거비로 증발되면서 생활 위기가 더욱 증폭되었다. 

3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상황에서 복지 사각지대와 사회적 돌봄의 공백도 더 커졌다. 학교가 문을 닫자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요양원, 요양병원은 사회적으로 단절되고 노인은 고립되었다.

최근엔 22살 청년이 아버지의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간병 살인'을 저지르는 비극을 목도해야 했다. 사회 양극화는 돌봄의 양극화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 돌봄 수준을 좌우했다. 시장에서 복지를 구매할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계층의 고통이 가중되었다. 

'돌봄'이 중심에 서는 국가로 재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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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선언 : 상호의존이 정치학> 표지 .
ⓒ 니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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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 이전에도 돌봄은 위기였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비극의 재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돌봄을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주거, 교육, 보건의료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 돌봄을 둘러싼 위기는 다면적이고 총체적이다. 따라서 돌봄은 국정을 떠받치는 철학적 토대로서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 정책 행정의 핵심 기조가 되어야 한다. 

돌봄 문제를 연구해 온 학술집단 '더 케어 컬렉티브'가 쓴 책 <돌봄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돌봄을 전면에 내세우고 중심에 놓는 정치가 시급하다'(16쪽)고 주장한다. 
 
"국가의 최우선이자 궁극적인 책임은 지속가능한 돌봄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국가가 현재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115쪽)

돌봄국가에서는 돌봄이 시장경제에 편입되어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자리로 전락하거나 과도한 노동으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고질적인 돌봄의 부족과 반복되는 돌봄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돌봄'의 사회적 위상은 재정립되어야 한다. 돌봄은 여성이 전담하는 영역이 아니며 저급한 일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삶의 전 분야에서 돌봄이 없다면 사회는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돌봄에 대한 평가절하와 사회적 무관심을 넘어서 '상호의존적인 체계'로서 돌봄은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돌봄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사회적 역량이다.

이 역량은 더불어 함께 돌보며 성장해나가는 공동체의 정치적, 사회적, 물질적, 정서적 조건을 마련한다. 저자는 "돌봄이 역량과 실천으로서, 평등을 기반으로 교육되고 공유되고 사용되어야 한다"(19쪽)고 지적한다. 

예컨대,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고 제공받기 위해서는 관계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역량을 개발할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돌봄의 환경과 역량을 확장하기 위해 노동시간의 단축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한다.   
 
"돌봄이 좀 더 나은 사회와 세상의 기본이 되려면, 우리는 현재 돌봄의 위계를 급진적 평등주의로 나아가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인간, 비인간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돌봄이 필요와 지속가능성에 따라 공평하게 그 가치를 인정하고 사용되어야 한다."(80쪽)

돌봄은 마땅한 국민의 '기본권'으로 옹호되어야 한다. 돌봄국가는 모든 생애주기에서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한다. 적절한 주거, 문화, 교육, 보건의료 서비스의 제공을 보장한다. 적절한 돌봄을 위한 공공서비스와 자원을 순조롭게 공급하고 돌봄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 다양한 돌봄의 위기에 포괄적으로 대응하면서 돌봄의 보편성, 충분성, 공공성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체계를 운용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복지와 돌봄에 실패하고 있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이 강조되는 만큼 그 실행력에 대한 성찰과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할 중대한 임무가 차기 정부의 어깨 위에 놓였다. 

돌봄 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은이), 정소영 (옮긴이), 니케북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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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사려깊고 유쾌하고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협동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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