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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20일은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입니다. 제가 사는 곳 가까이에는 화훼 단지가 있는데요. 오늘 지나가다 보니 모종 파는 곳에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곡우 전 휴일이라 모종을 심으려고 준비하는 손들이 바빠 보입니다. 

모종 심기, 지금 하면 좋아요

처음 모종을 심을 때는 '물 주면 다 자라는 거 아닌가?' 했지만 시기가 안 맞으면 아예 자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러니 심는 시기를 미리 알아두고 그에 맞춰 심으면 좋습니다. 며칠 전 찬 바람이 불고 꽃샘추위가 다시 오더니 다시 날씨가 맑고 화창합니다. 지금이 모종 심기 딱 좋은 때입니다.

저의 경우 씨앗을 심기도 하고 모종을 심기도 하는데요. 4월 초에는 엽채류, 다가오는 곡우에는 옥수수, 고추, 가지 등을 심겠다고 계획해 놓았지요. 모종의 경우 너무 일찍 심으면 냉해를 입을 수 있으니 4월 중순부터 5월 초(5월 4~5일, 입하)에도 심으면 됩니다. 고추도 잎 둘레 끝이 오그라드는 냉해를 잘 입어서 입하 때 심기도 합니다.

저는 바질을 좋아해서 해마다 바질만큼은 씨앗으로 심는데요. 바질페스토(바질잎, 올리브유, 마늘, 소금, 견과류 등을 넣고 갈아 만든 소스)를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면 벌써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기다리는 중입니다. 바질도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밤 기온이 낮지 않을 때 심어야 하거든요. 봄이라도 바람이 차고 춥다 싶으면 바질 싹이 나지 않더라고요. 

씨앗은 봉투에 들어있는 씨앗을 사서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퍼트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많지요. 혹시 토종 씨앗에 관심이 있다면 '씨드림'(https://cafe.daum.net/seedream), '한국 토종 씨앗박물관'(http://www.xn--od5bkdz9hntn.com), '토종 씨앗도서관', '토종 씨앗 지킴이' 등이 있으니 토종 씨앗도 심고 내년에 받은 씨앗은 다시 나누는 행사에도 참여하면 좋겠어요.

그다음은 얼마나 심을까를 고민합니다. 2~3인 기준으로 가지, 고추, 피망, 들깨, 오이는 모종 2~3포기, 토마토 3~4포기, 옥수수 4~5포기(간격을 두고서 심으면 연달아 수확해 먹을 수 있어요), 감자 1미터 정도 2줄, 고구마는 5~6포기, 콩은 1미터가량 되는 길이로 1~2줄 정도 심었습니다.

요즘엔 자연 수세미를 설거지할 때 많이 쓰니까 밭 가장 자리에 줄기가 타고 올라갈 것들이 있으면 수세미를 던져 놓듯 심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모종을 사러 가면 너도나도 손을 흔들며 '저 가져가서 심으세요'라고 유혹하기 때문에 뿌리치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여러 모종을 조금씩 사는 게 좋더라고요.

가지나 고추 등은 한 번 열매를 맺으면 여름 내내 먹어야 하니까 반찬이 맨날 똑같아서 내년에는 다품종을 하리라 마음 먹습니다.   

작물에 좋은 떼알 구조의 흙
 
동글 동글 뭉쳐있다.
▲ 떼알이 된 흙 동글 동글 뭉쳐있다.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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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을 심느라 흙을 파다보면 이런 흙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흙이 떼알 구조가 된 것인데요. 떼알이란 '토양의 알갱이들이 모여 덩어리를 이루는 흙'을 말해요. 저는 처음 봤을 때 '엥? 벌레 똥인가?' 하며 당황했는데요.

밭에서 이런 흙을 보게 되면 손으로 부숴서 고운 흙으로 만들지 말고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 한 번 날려주세요. 흙이 떼알이 되면 식물 성장에 필요한 유기물이 풍부해지고 물과 공기를 머금어 작물이 잘 자라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물은 자주 주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책(<호미 한자루 농법> 안철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요. 자주 주면 물이 증발하면서 흙에 틈이 없어져서 땅이 단단해지기 때문이에요. 땅이 굳으면 산소가 들어가지 못합니다. 흙 속에 공기가 들어가야 거름이 분해되고 그래야 영양분이 공급되는데 그게 안 되면 아무래도 좋지 않죠.

물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비 온 뒤 땅이 마르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 주변 잡초나 마른 가지들을 덮어주면 좋아요. 또 물을 자주 주지 않아야 뿌리가 물을 찾아 땅속 더 깊이 내려가기 때문에 작물이 튼튼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답니다. 게다가 무거운 물을 떠오는 수고도 줄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지요. 

너도 먹고 나도 먹고 싶지만...
 
잎을 갉아 먹는 정도가 아니라 가지를 잘라 놓는 벌레?
▲ 가지를 싹둑 자르는 벌레 잎을 갉아 먹는 정도가 아니라 가지를 잘라 놓는 벌레?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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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으로 작물을 키우면서 가졌던 생각이 "너도 먹고 나도 먹고"였어요. 도시에 살면서 벌레는 무조건 죽이는 것으로 생각하며 자랐지만, 텃밭에 나가면 여러 종류의 벌레들을 만나면서 친근해지지요.

웬만하면 같이 먹고 살지 싶어서 잎이나 열매 좀 갉아 먹어도 그냥 넘기는데 밑둥치에 굵은 가지를 싹둑 잘라놓는 벌레도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저렇게 굵은 가지를? 사람이 그랬나? 그렇지만 누가 그렇게 하겠어'라고 혼자 생각했는데요. 벌레가 한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그 벌레는 없애야 했답니다. 

또 콩을 심으면 새들(특히 비둘기)이 좋아해서 파먹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이럴 때 책(<자연농교실>, 아라이 요시미 외 1인)에서는 나뭇가지들을 듬성듬성 꽂아두라고 합니다. 내려앉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요. 나뭇가지는 작물이 어느 정도 자라면 지지대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볼 때마다 주워서 보관해두면 좋아요.

올해도 벌써 4월 중순을 넘어가고 있어요. 이번 주말부터 날씨도 계속 좋네요. 텃밭에서 햇볕 받으며 열심히 일한 다음, 쉬면서 텃밭 작물을 바라보는 기쁨. 거기에 가지고 나간 커피 한 잔 마시며 흙멍, 풀멍(불멍은 안 됩니다요. 자나 깨나 불조심!)도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휴일을 맞아 텃밭에 나갈 때는 텀블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준비해 가세요. 땀 흘려 일 한 뒤 마시는 커피 한 잔, 이 맛에 텃밭 농사 짓는다니까요.

태그:#곡우, #모종심기, #떼알 흙, #나뭇가지 활용, #물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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