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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동해=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불과 3년 전 산불로 인한 고통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또다시 산불이라니 분통이 터집니다."

동해, 삼척 등 강원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이어지는 6일 새벽 강릉 옥계 주민들은 3년 만에 다시 닥친 악몽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산양리 경로당에는 대피령에 몸을 피한 주민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 주민은 2000년대 들어 옥계면에서는 이번까지 4번의 대형산불이 발생하자 가슴이 답답하다며 몸서리쳤다.

옥계면에서는 2004년 3월 16∼17일 산계1리 속칭 금단이골 산불로 430㏊ 산림이 불에 탔고, 2017년 3월 9∼10일 산계리와 현내·낙풍리 산불은 160㏊에서 피해가 났다.

2019년 4월 4∼6일 옥계면 남양 1리 등 산불은 1천33㏊가 불에 타고 이재민 62가구 125명이 발생할 정도로 컸다.

3년 만에 또다시 불어닥친 이번 화마에 이날까지 400㏊가 넘는 산림이 불에 타는 등 막대한 피해를 낸 대형산불로 확산하자 불안감을 호소했다.

옥계 토박이인 신길선(83)씨는 "엊그제 새벽 이장이 '산불이 넘어온다'며 대피하라고 해 급히 여기로 왔다"며 "낮에 마을을 잠시 다녀왔는데 이웃 주택 3채가 불에 탄 걸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신 씨는 "일제강점기인 8살 때 마을에 엄청나게 큰불이 난 이후 크고 작은 불은 많이 겪었지만, 3년 전 불 난리 악몽은 아직 남아있다"며 "이번에 또 큰불을 보니 잠을 잘 수 없다"고 고통스러워했다.

방금까지 불을 끄다 온 주민 임모(52)씨도 바지에 붙은 덤불과 가시를 털어내며 말을 보탰다.

임씨는 "불을 내가 낸 건 아니지만, 계속 산불이 나니 이제는 다른 동네 사람들한테 미안할 지경"이라며 "불은 원수 같은데 연기 너머 밤하늘에 뜬 별은 너무 예뻐서 더 속상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대피소 밖에서도 불면의 밤을 지내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집 앞마당 경운기에 짐을 꾸려놓은 공병우(74)씨는 걱정된 눈빛으로 산불을 보고 있었다.

공씨는 "지금 이 집도 3년 전 산불에 타서 새로 지은 것"이라며 "불이 무서워도 고향이 여기니 차마 떠나지 못하고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번 산불은 실화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누가 불을 지른 것이라고 들었다"며 "흉악한 일 때문에 모두가 고통받게 됐다"고 분노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4년 전 옥계로 터전을 옮긴 박정숙(41)씨는 "이사 1년 뒤에 큰불이 나 다들 고생했는데 또 산불을 보니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5일 오전 1시 8분께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주변 산림으로 빠르게 번져 동해시까지 확산했다.

동해에서도 불안 속에 뜬눈으로 밤을 보낸 이재민들이 많았다,

망상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숙소에서는 화마에 터전을 잃은 신원준(75)·손복예(66)씨 부부가 지친 기색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초구동에 살던 이들은 전날 정오께 산에서 넘어오는 연기를 봤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던 사이 강풍을 타고 넘어온 불이 집 앞까지 삽시간에 번졌고, 이들은 작은 가방에 휴대전화와 약만 겨우 챙겨 피신했다.

밤새 울어 눈이 퉁퉁 부은 손씨는 "우리 부부가 살 수 있도록 작은 컨테이너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동해체육관에는 시설 인근까지 번진 산불로부터 몸을 피한 장애인과 시설 관계자 50여 명이 밤을 보냈다.

이들은 3년 전 망상 산불 당시에도 뉴스를 주시하며 대피를 준비했지만, 다행히도 불이 가까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길이 근처까지 당도해 체육관으로 몸을 피해야 했다.

산림 당국은 이날 중 주불 진화를 목표로 투입 가능한 인원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마에 맞서고 있다.

강릉 옥계와 동해에 헬기 28대를 집중해서 투입하고, 영월과 삼척에 각각 헬기 10대와 6대를 띄우며 큰 불길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해안에는 아침 들어 바람이 초속 3m 안팎으로 잦아들었고, 영월도 초속 2.8m의 약한 바람이 불고 있어 진화가 한층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재까지 도내 산림 피해면적은 강릉 옥계·동해 1천850㏊, 삼척 320㏊, 영월 김삿갓면 75㏊, 강릉 성산 20㏊로 집계됐다.

또 옥계에서 주택 8채를 비롯해 동해 48채가 전소되고 28채가 일부 소실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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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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