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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고교 개학 날인 2일 오전 학생들이 교실로 향하기 전 손소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전국 초·중·고교 개학 날인 2일 오전 학생들이 교실로 향하기 전 손소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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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어둑한 시간, 알람이 울렸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늦어도 7시 20분 이전에는 학교에 도착해야 한다. 입학식이 있었던 지난 2일, 7시 반에 교실에 들어섰더니 이미 두 아이가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둘 다 7시 20분쯤에 등교했다고 한다. 

고1 담임교사로서 당분간 새내기 아이들보다 먼저 출근해야 옳다. 당장 등교 동선을 몰라 헤매는 아이들이 많아서다. 코로나로 인해 손 소독과 발열 체크를 위해 건물 내 등교 동선이 지정되어 있다. 학년별로 건물이 달라 입학식 당일 혼선을 빚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다.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다. 스마트폰을 켜서 자가 진단 앱을 실행시키는 일이다. 지난 2년 동안 해온 일이라 이젠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 됐다. 출근길 차에 시동을 켤 때쯤엔 학급 아이들의 자가 진단 실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여전히 깜빡한 채 등교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자가 진단의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허점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자가 진단 실행 시간을 보니 서너 명 중 하나꼴로 전날 잠들기 전에 한 것이다. 자정을 넘긴 새벽 1시는 기본이고, 심지어 3시 반에 실행한 아이도 있다. 그 시간에 일어난 건 아닐 것이다. 

바쁜 아침에 깜빡할까 싶어서 미리 실행한 것이다. 학부모가 대신 한 경우도 허다하다. 동거 가족이 한꺼번에 자가 진단을 할 수 있게 돼 있긴 하지만, 어느새 형식적인 요식 행위로 전락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때 지역 확진자 수가 7천 명이 넘었다는 문자가 왔다.

[오전 9시]

등교를 마친 시간, 교실 곳곳에 빈자리가 보인다. 코로나에 확진되어 격리 중이거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자리다. 나머지 아이들은 지난해 같으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모두 격리 조처되었을 테지만, 완화된 방역지침 덕에 등교하는 복을 누리고 있다.

조회하는 도중에도 쉴 새 없이 휴대전화가 울린다. 교내 방역팀의 안내 문자에다 행정실의 전화, 그리고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부리나케 복도로 달려 나가 전화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민망할 따름이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오리엔테이션 때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 앞에서 일과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목청 돋웠던 나였다. 수업 시간 때조차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교실로 향한다. 학년 초인 데다 코로나로 인해 언제 어디서 다급한 연락이 올지 모른다.

고1 학급 담임교사는 '3D 업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학 입시의 최전선에 서 있는 고3 담임교사 못지않게 힘들다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챙겨야 할 게 너무나 많다. 낯선 환경과 생활에 적응시키는 건 오롯이 고1 담임교사의 몫이다.

입학식이 치러진 지난 2일 이후 '3년 같은 3일'을 보냈다. 일말의 과장 없이, 단 하루도 교무실 의자에 10분 이상 앉아 쉬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사흘 내내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7시를 훌쩍 넘겨 교문을 나섰다. 그마저도 산더미 같은 일거리를 챙겨 퇴근해야 했다.

학사일정과 교육과정을 소개하는 것부터 함께 걸으며 교정 곳곳을 안내하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었다. 교과서를 배부하는 일, 학생증과 사진첩 제작을 위해 사진을 촬영하는 일, 청소구역을 나누고 담당을 정하고 청소 방법을 설명하는 일, 온갖 항목의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제출받는 일, 저녁 급식과 야간자율학습 여부를 파악하는 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일, 학교생활 규정을 안내하는 일, 방과 후 수업에 관해 소개하는 일, 교과별 부교재를 안내하는 일, 도서관 사용 안내와 도서 대출증을 배부하는 일, 동아리와 봉사활동에 관해 안내하는 일 등이 입학 후 하루 이틀 사이에 처리해야 할 고1 담임교사의 업무다. 만약 다른 학년과 수업이 걸쳐 있다면 부담은 배가 된다. 녹초가 돼도 숨 돌릴 겨를이 없다. 

교무실에 돌아와 보니 내선 전화에 부재중 통화가 수십 통 걸려왔다는 글자가 찍혀있다. 아마도 절반은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였을 테고, 나머지 절반은 교내 방역팀과 행정실에서 호출하는 전화였을 것이다. 그나마 교내 메신저와 단체 카톡방이 마련돼있으니 그 정도다. 

고등학교 배정이 끝난 지난 1월 말부터 '콜 센터 직원'으로 지냈다. 출근해서부터 퇴근 때까지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많게는 하루에 스무 통 넘게 받은 적도 있고, 30분 넘게 통화한 학부모도 있다. 새내기 아이들의 부모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건 없다.
 
전국 초·중·고교 개학 날인 2일 오전 한 학생이 지급받은 코로나19 자가검진키트를 살펴보고 있다. 자료사진.
 전국 초·중·고교 개학 날인 2일 오전 한 학생이 지급받은 코로나19 자가검진키트를 살펴보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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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학급별로 코로나 확진자와 유증상자를 파악해 방역팀에 보고해야 한다. 전면 등교가 이루어지고 방역 책임이 학교로 넘어오면서 학급 담임교사의 업무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 와중에 교사 본연의 책무인 수업 준비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당장 아이들의 등교 가능 여부를 학급 담임교사가 판단해주어야 한다. 수시로 달라지는 방역지침을 제대로 이해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일단 사례가 접수되면 교내 방역 책임자인 보건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기 일쑤다. 그도 방역 당국에 문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담임교사마저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된 학급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마치 원격 제어하듯 학급별 단체 카톡방에서 방역지침을 안내할 수밖에 없어 한계가 분명하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 조처를 해야 옳지만, 출결 처리가 변수다. 어디까지 결석을 인정하느냐는 거다. 

일례로, 의심 증상이 있는데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 경우, 결석을 인정하려면 무엇으로 증빙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반대로 의심 증상이 있지만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어서 등교시켰다가 이튿날 양성이 나와 PCR 검사 결과 확진돼 해당 학급 전체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경우도 있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보건 교사조차 방역지침과 출결 규정을 따질 여유가 없다고 말할까. 요즘처럼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때엔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무조건 등교 중지시키는 게 옳다고 토로한다. 주말에도 단체 카톡방에는 확진 판정을 받은 아이들의 이름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오후 1시]

점심시간, 아이들을 이끌고 급식소로 간다. 그들은 급식소로 찾아가는 길이 낯설다. 줄을 서서 바코드를 긁는 것도, 식판을 들고 배식대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어색하다. 칸막이 둘러쳐진 비좁은 식탁에 앉아 침묵 속에 식사해야 하는 현실에 재빨리 적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 자리나 앉을 수도 없다. 최근 달라진 방역지침에 따라 급식소는 지정 좌석제로 운영된다. 밀접 접촉자의 범위를 규정하고 파악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칸막이마다 학년, 반, 번호가 붙어있다. 그마저 학생 수에 견줘 자리가 부족해 두 개 학년의 번호가 겹쳐있다.

아이들이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아 앉은 뒤에야 비로소 담임교사들도 점심을 먹을 수 있다. 헤매는 아이들을 두고 먼저 식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시계를 보니 1시 반이 훌쩍 넘었다. 1시 50분에 5교시 수업이 시작되니 마음이 급해진다. 물 마시듯 밥을 들이켜야 한다.

오후에도 휴대전화는 멈출 줄 모른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아이들의 이름이 찍힌다. 2월 말 확진된 아이가 7일이 지나 돌아오면, 다른 아이가 바통을 이어받듯 다시 격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방역팀에서는 확진자 3%, 격리자 15% 기준에 부합하는지 계산하기 바쁘다.

[오후 4시 30분]

길고 길었던 하루가 마무리됐다. 학년 초 전달 사항이 너무 많아 종례가 늦어진다. 어리둥절한 아이들의 낯빛에 괜스레 미안해진다. 솔직히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도록 손 잘 씻고 마스크 철저히 착용하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전달 사항은 없다. 나머지는 차후 문제다. 

그때 다른 학년 수업을 마치고 종례를 위해 부리나케 달려온 옆 학급 담임교사가 울상을 지었다. 반 아이들에게 신속항원검사 진단 키트를 나눠주는 걸 깜빡했다는 것이다. 방역지침 상 아이들은 수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한 번씩 일주일에 두 차례 검사하게 돼 있다. 

교문을 벗어난 아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진단 키트를 개인적으로 구매한 경우 그 비용을 이체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눠주지 못한 개수만큼 약국에서 샀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자위했다. 학교에 방역 책임이 부과된 지금, 우리의 정체성은 교사가 아니라 방역 담당자라며 서로 씁쓸하게 웃었다. 

[오후 7시]

아이들 떠난 교실을 대강 청소한 뒤 다음 주 수업 자료를 챙기니 어느덧 바깥이 어둑해졌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반,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뱃속에서 연신 꼬르륵 소리가 난다. 교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외투에 '붉은 물방울'이 톡 떨어졌다. 코피다. 오늘 밤, 잠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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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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