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 중국의 견제 속에서도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했던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고 쇼트트랙 대표팀은 많은 환영 속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선수들은 입국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여자, 남자 계주 대표팀에서 후배들을 이끌며 시상대에 올랐던 김아랑(27)과 곽윤기(33·이상 고양시청)도 예외가 아니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출연을 반긴 두 사람 모두 하루의 시작은 '운동'이었다.
 
 4일 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4일 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 MBC

 
남모를 부담감에 눈물 흘렸지만... 무너지지 않은 김아랑

소속팀 고양시청의 숙소에서 머물며 개인 훈련에 집중한 김아랑은 올림픽이 끝나고도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오는 4월에 열릴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얼마 지나지 않아 치러질 국가대표 선발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녹화 당시 진천선수촌 입촌 이전이었지만 대표팀 합류 전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만큼 장비 재점검으로 하루를 시작한 김아랑은 아침부터 훈련장으로 향했다. 기본적인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훈련은 물론이고 코어 근육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운동을 마치고 아버지의 일터에 방문한 김아랑은 긴 시간 동안 보지 못했던 아버지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때보다 부담감이 컸다고 밝힌 김아랑은 3000m 계주 결승 전날 밤의 기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자 1000M 예선에서 조 3위에 그쳤던 게 아쉬움으로 남아 마지막 경기를 앞둔 심경이 복잡해졌다.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스튜디오에서 김아랑의 영상을 지켜보던 곽윤기가 "솔직히 말하면 매달권이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계주 팀의 전망이 밝지 않았다. 여러 이유로 전력에서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는 바람에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이 험난했고, 이번 대회서 따낸 은메달이 더 값진 이유이기도 하다.
 
 4일 밤에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4일 밤에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 MBC

 
곽윤기는 누구보다도 후배들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곽윤기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 올림픽을 위해 베이징으로 가져갔던 짐을 정리한 곽윤기는 공복으로 소속팀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빙상장에 출근, 자신에게 주어진 운동량을 소화했다.

눈에 띄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면, 소속팀에서의 곽윤기는 선수와 코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소속팀에서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코치로서 자신의 후배들을 살피는 이른바 '플레잉 코치'를 맡고 있다. 후배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자세를 교정해주거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빙상장 밖에서도 곽윤기의 조언은 멈추지 않았다. 식사를 위해 방문한 햄버거집에서도 후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곽윤기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네 가치를 성적에 두지 마라"고 말했다. 매년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 태극마크를 달더라도 차례로 이어지는 세계 대회 등 누구보다도 후배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곽윤기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선수' 곽윤기의 색다른 면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매일같이 지출할 때마다 가계부를 작성하는 꼼꼼한 성격의 보유자이기도 했고, 세탁소와 슈퍼마켓 등을 방문해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는 '동네 형'같기도 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로서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4일 밤에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4일 밤에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 MBC

 
'자신과의 싸움' 운동 선수들의 고충이자 숙명

일어나자마자 8~10개의 영양제를 빠짐없이 먹는 김아랑은 "혼자 사는 삶은 미완성, 완벽한 독립이 아니기도 하고 해 나가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완성을 그리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한다"라고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혼자 사는 게 싫다고 한 곽윤기는 "숙소가 넓은 편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 정적인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베이징에서는 (남자 계주 팀 선수) 5명이 언제나 함께였고, 항상 대화할 누군가가 있었다. '내일은 혼자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만 했다"고 이야기했다.

'외로움'은 운동 선수들의 고충이자 숙명이기도 하다. 현재 쇼트트랙 대표팀의 경우 3월 한 달간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하고 4월 초 캐나다로 넘어가 세계선수권대회를 소화하면, 입국 이후에는 2022-2023시즌을 위한 국가대표 선발전에 임해야 한다. 4월 말이나 5월 초가 돼야 여유가 생긴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외로움을 느끼기 어렵겠지만, 몸이나 마음이 지쳤을 때 기댈 곳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올림픽 은메달에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없는 선수들의 어려움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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