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출범 1주년에 직면한 공수처 비판론 

국민적 열망과 기대 속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적 기구로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가 출범하였다. 2022년 1월 21일, 출범 1주년을 맞아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대체로 공수처에 대한 '비판론'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하다. 그 내용은 다양하다. 공수처장 취임 후 1년이 지나도록 검찰 관련 사건을 여러 건 입건했음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은 수사능력 부재에서 비롯되었다는 무능론, 수사부실을 이유로 공수처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경질을 포함한 인적 쇄신론도 있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설치되었으나, 정치적 편향성으로 폐해는 크고 수사 능력이 의심스러운 불필요한 조직이므로 없애야 한다는 폐지론 등까지 등장하였다. 

여기에 2021년 말 국회의원 기자 등이 포함된 통신자료 제공요청이 알려지고 이로 인한 사찰 논란이 불거지자 공수처는 수사도 못하면서 인권까지 침해하는 기관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1월 21일, 공수처장 취임 1주년 기념행사 출처 공수처 홈페이지
 1월 21일, 공수처장 취임 1주년 기념행사 출처 공수처 홈페이지
ⓒ 공수처

관련사진보기

 
공수처 무능론이 놓치고 있는 것

공수처 출범 1년이라는 표현은 공수처의 실질적 활동 가능 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다. 공수처 출범 1주년이라고는 하나 정확하게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취임 1주년이다. 공수처장의 취임 이후 실제 조직구성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2022년 2월 12일 현재까지도 검사 정원(처장, 차창) 25명을 다 채우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사건의 입건도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해졌다. 2021년 4월 28일, 공수처가 처음 입건한 조희연 교육감 사건(공제 1호)이후 약 9개월 정도가 지났다. 어떤 사람은 공수처가 이제 걸음마를 하고 있는데 뛰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또한 공수처 무능론은 검찰의 수사능력과의 비교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양자를 단순히 비교하기 어렵다. 검찰의 수사력(물론 여기에는 검찰수사관 그리고 경찰의 수사역량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이 공수처가 담당하는 유형의 사건들의 난이도를 고려할 때 지금의 공수처보다 반드시 우수했다고 단정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단순히 시간만으로 수사능력을 판단할 일은 아니다. 참고로 2020년 기준 공수처의 주요 수사대상범죄인 직권남용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간을 보면 3~6개월이 18.94%, 6개월 이상이 9.51%에 이른다. 오로지 수사능력이나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공수처 수사의 정치적 편파성도 지적한다. 공수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치적 공무원이 여럿 포함된다. 따라서 공수처는 수사대상과 대상 범죄의 성격상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이는 검찰이 수사한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인물을 수사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수사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후적 평가를 통해서 판단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범죄사건 처리기간 (검찰, 공무원범죄, 2020년) 출처 2021 검찰연감
 범죄사건 처리기간 (검찰, 공무원범죄, 2020년) 출처 2021 검찰연감
ⓒ 참여사회

관련사진보기

 
공수처 출범으로 바뀐 것

공수처 도입을 반대하였던 사람들은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기관이 될 것이라며 입법을 반대하였고, 입법 과정에서 이 주장은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 그러한 정치적 타협의 결과 소규모 '미니 공수처'로 만들었고 그마저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일치하지 않는 제한적 기소권만 부여하였다. 공수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쉽지 않은 인적·물적 제한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비판론자들조차 인정하는 공수처의 존재 가치는 두 가지이다. 즉 공수처가 검찰의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하여 기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로서 검찰의 기소독점을 완화하여 검찰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검찰 수사관행에 비할 때 인권친화적 수사를 위해 노력한 것은 인정된다는 점이다. 

공수처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 필요한 것

공수처의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검찰 견제와 인권친화적 수사 노력이라는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나, 여전히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업무량에 비해 부족한 인적·물적 조건 탓도 있겠으나 제도적 개선 이전이라도 공수처가 주어진 조건 내에서 달리 운영될 여지는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배려이다. 공수처가 수사하는 동안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론을 통해 노출된 바가 거의 없었다. 이는 물론 기존 중계방송식 수사관행에 비해 개선된 점이다. 수사내용을 중계방송 하듯이 공표해가며 여론을 몰아가는 것은 분명 인권친화적 수사기법은 아니다. 그러나 기소/불기소로 종결된 사건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지난 2월 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피의자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수처는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불기소로 종결되어 피의자인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임에도 이를 국민에게 알리고 수사 결과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언론을 통한 간접보도에만 만족해야 하는지 생각할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 수사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개선의 의지를 외부적, 공식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광범하게 이루어진 공수처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그 예이다. 검찰과 경찰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현실에서 공수처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공평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공수처가 형식적 합법성보다는 실질적 합헌성의 확보를 위한 고민과 노력은 더 필요했다고 보인다. 향후 공수처가 수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위헌적 수사기법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기존 수사관행에 대해 차별성을 보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수사과정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알 권리를 충족하고 편파수사, 봐주기 수사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수처는 독립적인 행정기관이다.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만 반면 통치기구 내에서 공수처를 지켜줄 조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만 그 존재가 유지 되고 발전될 수 있다.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그 책무를 다함으로써, 그리고 수사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함으로써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잃지 않는 것이 공수처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2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구독문의 02-6712-5243


태그:#검찰, #공수처
댓글

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