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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트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최근에 엄마의 손떨림이 심해진 줄 알면서도 책방 챙긴다, 학원 신학기 맞아야 한다 등의 핑계로 전문병원방문을 미루고 있었다. 밤새 편찮으신 데는 어떤지도 묻고 무엇보다 대통령선거 투표에 가시자고 말씀드렸다.

한 시간 뒤에 만난 엄마는 늘 정갈한 모습이다. "사회생활하는 사람이, 남들 앞에 나서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화장이라도 하고 다녀라" 하고 아침에도 한 말씀 하셨다. 명색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남들 앞에 모범이 되어야지, 의복이란 본시 마음을 보여주는 물건이라고. 특히 대통령을 뽑는 자리에 가는데 칠칠맞게 가면 쓰겠냐고 하셨다. 참 반듯하고 맞는 말씀이다.

차에 타자마자 엄마의 손을 살짝보았다. 여전히 떨림이 있었다. 미안한 맘에 얼른 물타기기법으로 엄마에게 농담을 던졌다.

"엄마는 오늘 대통령투표날을 기다렸나봐요? 손이 떨릴 정도로 막 긴장되죠? 나도 떨리네. 내가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는데 맘이 답답해서 떨리고, 떨어지면 괜히 우리나라가 걱정돼서 떨리고 그러네요. 엄마 누굴 찍을 거예요?? 궁금하네." 
"테레비에 나오는 말을 들어보면 누구하나 좋은 사람이 있더냐. 다 욕만하고 또 각시들은 뭐 그리 말이 많은지 모르겄더라. 그런데 대통령 될려고 나온 사람이면 우리 같은 사람하고는 다를 거 아니냐. 나는 지금 대통령이 무난하고 좋더마는 싫다는 사람도 많으니 모르겄다. 부산에 사는 네 이모만 해도 나하고 생각이 많이 다르더라. 네 생각은 어떠냐?"


엄마는 당신의 딸과 연배가 비슷한 사람들이 후보로 나와서 그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모질게도 가난한 어린 시절에 학교도 못다니고 공장을 다니면서 주경야독으로 도지사까지 지낸 모 후보 얘기, 끈기 있게 공부해서 검사가 된 후보 얘기, 같은 여자로서 여성과 약자를 많이 찾는 모 후보 얘기 등 확실히 엄마의 관점은 나와는 많이 달랐다. 정책을 보시라고 말해도 뭐 그런 것까지 보냐고, 말하는 품새를 보면 대통령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토론도 열심히 보셨다.
 
아마도 대통령선거는 처음인지도 모른다는 친정엄마의 행복한 아침마실.
▲ 엄마의 대통령선거사전투표 아마도 대통령선거는 처음인지도 모른다는 친정엄마의 행복한 아침마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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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장에 들어서니 안내원들이 체온검사와 소독확인을 해주었다. 다른 이들의 뒤에 줄을 서면서 엄마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혹시나 다른 지역이라고 안 되는 거 아니냐고를 또 물었다.

관외 지역 사람이 투표하는 코스가 따로 있어서 엄마와 나는 다른 줄을 섰다. 나도 내심 걱정이 되어서 귓속말로 투표용지를 받으면 어떻게 하는지를 말씀드렸다. 도장을 너무 세게 눌러서 흔들리면 무효가 된다고 살짝 눌러도 찍힌다고 말했다.

"나도 다 생각이 있다. 걱정마라."

나의 투표줄이 더 빨리 움직여서 기표를 하고 돌아와 엄마 줄에서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가족톡에 올려주면서 '고령인 엄마도 사전투표했다. 우리 오형제와 투표권이 있는 조카들은 모두 투표장에 가서 우리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자. 투표는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를 위해서 하는거다'라고 투표를 독려하는 문자를 보냈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찍고 싶은 사람 찍는 것은 모두 자유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투표하러 가는 거다. 이 큰누나에게 투표 인증샷 보내면 맛난 밥 산다. 투표도 밥 먹듯이 중요한 것이다."

점심인 이 시간까지 우리 가족은 절반의 투표를 끝냈다. 1인당 지인 10명씩에게 투표 독려를 알리면 반드시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다가 누나도 정치한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되네라며 웃었다. 나이 육십이 넘어가는데 무슨 정치를 하겠냐마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우리 삶이 더 나은 쪽으로 달라지는 건 분명하다고 전했다. 투표를 마치고 엄마에게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신 소감을 물었다.

"뭐 특별한 거 있겄냐. 누가 되든 국민만 생각하면 좋겄다. 나는 이제 늙어서 그런지, 노인들에게 복지나 돈을 주는 것도 좋지만 네 자식들처럼 젊은이들이 일하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주면 좋겄다. 그런 말을 잘하고 실천한 사람 찍었다. 한 표가 중하다고 안 하냐."

엄마의 말씀에 진리가 있음을 후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어서 권력을 갖고자 하는 맘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찌 대통령의 자리가 자신 개인의 영화와 권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단 말인가.

제 몸을 불태우는 희생의 정신으로 나라의 국만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말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산 경험인지를 알아야 한다. 모쪼록 그동안 선거를 준비한 모든 사람들에게 수고와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태그:#사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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