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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가 제20대 대선 정국을 뒤덮었다. 무책임하게 오가는 배제의 언어 속에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와 현실은 지워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으로 이뤄낸, 모든 시민을 포괄하는 민주주의와 정의가 오히려 정치에 의해 왜곡되고 부차적인 것에 불과해진 지금, 동료 시민들의 이야기를 힘주어 전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목소리가 여기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모든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구조에서 차별을 발견하는 관점이자 실천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심화가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향과 방식으로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 페미니즘의 언어로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성평등 정부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편집자말]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
▲ [페미니스트 주권자 연속기고⑦]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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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출시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는 성‧장애‧인종 차별적 발언에 대한 논란으로 서비스 개시 3주 만에 중단되었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기술과 성차별적인 현실은 무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술을 통해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성을 확인시켜주었다. 동시에 성차별적 인식이 여성과 소수자의 일상에 가하는 위협을 드러내어, 성인지 관점이 부재한 과학기술 분야 전반의 제도적 현실에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

챗봇 '이루다' 논란에는 과학기술의 윤리 관련 쟁점과 인권의 문제가 교차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과학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인권과 성평등 정책을 맡고 있는 여성가족부와의 협력을 통해 젠더 관점에 기초한 제도와 정책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정부 내에 이를 총괄·조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구조 내에 깊숙이 존재하는 부처 이기주의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부처 간 협력을 통해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이러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기구가 부재하다.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 강화와 부처 간 협력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부처 사이에 존재하는 높은 칸막이를 그나마 낮추고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 해결의 역할을 해온 것이 여성가족부이다.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중앙행정기관들과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정책 권고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성가족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에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기획·구축 과정에서 성별 등 다양성을 반영하고, 산업계와 학계 등 주체별로 구체적인 윤리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인공지능 분야 인력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산업 인력에 대한 성별 현황을 관리하고 성별 균형 참여를 확대"하도록 권고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전과 다른 상황이 나타났다면, 여성이, 특히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왜 증가했는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 문제를 어느 부처가 책임지고 해결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따라서 관련 대응과 정책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그나마 여성가족부가 "2030 여성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반영한 자살위험 검진도구 개발, 성별 내 연령과 직종에 따라 찾아가는 방문상담과 교육서비스 제공 등"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권고를 받은 중앙행정기관들과 지방자치단체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여성가족부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청소년, 가족, 인권보호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2021년 여성가족부 예산은 전체 정부 예산의 0.2%이다. 그리고 예산의 약 60%는 가족돌봄 정책에, 20%는 청소년 보호사업에 사용된다. 여성과 성평등 정책 관련 사업 예산은 7.9%에 불과하다. 페미니스트들은 오래전부터 정부의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인 여성가족부의 권한과 예산, 조직을 늘리고, 성차별·성폭력을 해소하기 위해 차별시정 역할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집행 권한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문제에서도 봤듯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성폭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모든 부처를 아울러 문제를 해결하고 법과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는 성평등 정부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은 가정과 일터, 학교 등에서 발생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법과 정책을 젠더관점에 기초한 내용으로 바꾸는 투쟁을 해왔다. 그 결과, 남녀차별금지법(1999년 제정, 2005년에 폐지), 가정폭력방지법, 성폭력방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만들어졌다. 또 다른 한편으로 성차별과 젠더기반폭력 근절의 책임이 정부에 있으므로 정부가 이러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을 만들 것을 요구해왔다. 그 결과, 1998년에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후 조직과 예산, 집행 권한을 갖고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전담하는 여성(가족)부로 전환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해소하고 시민의 권리를 보장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성인‧비장애인‧선주민‧이성애 남성을 기준으로 기획된 한국의 법과 제도는 일종의 규범으로 작동하며 차별과 억압의 위계를 재생산한다. 특히 '정상적' 기준에 따라 시민 간 서열화가 정당화되고, 기준에서 벗어난 시민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축소된다.

현재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양극화와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고, 젠더기반폭력은 교묘한 방식으로 점점 더 확대되면서 여성들의 삶을 더욱 위협하며 악화시키고 있다. 여성과 소수자의 존엄한 삶과 모든 시민의 평등한 삶을 위해 성평등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국가기구의 강화가 '지금' 이뤄져야 한다.


[연재 순서]
① 기후정의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사라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② 일터와 삶터에서 모두의 평등한 공존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노헬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
③ 페미니즘 복지국가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류형림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장)
④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⑤ 익숙하지만 낯선 이주여성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남지은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⑥ 젠더폭력 근절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백조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
⑦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⑧ [지역 2030 페미니스트 활동가 집담회 후기] 지역/청년/페미니스트에게도,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양희주 제주여민회 사무국장)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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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7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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