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 '3점이야!' 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1~2022 KBL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의 경기. 2쿼터 안양 KGC 대릴 먼로가 3점슛을 성공한 뒤 전성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먼로 '3점이야!' 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1~2022 KBL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의 경기. 2쿼터 안양 KGC 대릴 먼로가 3점슛을 성공한 뒤 전성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는 2021-22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선두를 질주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공수양면에서 두터운 전력을 보유하며 빈틈이 없어보이는 SK에게도 부담스러운 천적은 있다. 2위 수원 KT도, 3위 울산 현대모비스도 아니다. 바로 디펜딩챔피언 안양 KGC 인삼공사다.
 
SK는 올시즌 유난히 KGC에 약하다. SK는 3라운드까지 KGC와의 맞대결에서 전패를 당했다. 4라운드에서야 간신히 첫 승을 거뒀지만 한때 29점차까지 뒤지다가 기적적인 역전승을 따냈을 만큼 매경기 고전을 면치못했다.
 
SK는 지난해 12월 29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을 시작으로 지난 15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종전 구단 최다 연승이었던 11연승을 넘어서 구단 역대 최다 연승기록을 갈아치웠다. 내친김에 2승만 추가하면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2013년 두 시즌에 걸쳐 수립한 프로농구 역대 최다연승(17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반면 KGC는 3연패의 부진에 빠져있었다. 휴식기 이후 재개된 첫 경기인 KGC전은 SK에게 연승 기록과 천적관계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걸린 기회였다.
 
SK에 유독 강한 KGC


하지만 이번에도 KGC는 SK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연승행진을 이어갈 때의 기세와 달리 SK 선수들에게는 지난 보름간의 휴식기가 경기 감각과 컨디션에 독으로 작용한 모양새였다. KGC도 같은 조건이었지만 슈팅 감각에서 큰 차이가 났다.
 
KGC는 경기 초반 3분여 만에 11-0으로 치고나가며 내외곽에서 SK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KGC는 1쿼터를 23-9로 압도했고 2쿼터에도 45-28로 우위를 이어갔다.

끌려가던 SK는 3쿼터 들어서야 김선형과 워니를 앞세워 한때 7점차까지 추격에 나섰지만 KGC도 스펠맨과 전성현의 외곽포로 달아났다. 마지막 4쿼터에 SK는 또다시 야투 난조에 시달리며 추격의 동력을 이어가지 못했고 설상가상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던 전희철 감독이 테크니컬파울로 시즌 첫 퇴장까지 당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SK는 막판에야 너무 늦게 터진 워니와 안영준의 3점슛으로 6점차까지 접수를 좁힌데 만족해야 했다. KGC는 SK를 85-79로 제압하며 4위(23승 18패)를 유지했고 3위 현대모비스(26승 18패)를 1.5게임 차이로 추격했다. 아울러 올시즌 SK와의 상대전적에서 4승 1패를 기록하며 마지막 6라운드 결과와 상관없이 우위를 확보했다.
 
KGC는 왜 SK에 유독 강할까. 리그 최고의 주전 라인업을 보유한 SK지만 KGC가 매치업에서 크게 밀릴 게 없다. 올시즌 외국인 선수 MVP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자밀 워니와 오마리 스펠맨의 기량은 대등하지만 맞대결만 놓고보면 스펠맨의 우위다.

워니가 자신보다 힘이 좋고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스팰맨을 막기 버거워하는 반면, 스펠맨은 림어택이 장기인 워니를 상대로 1대 1에서 쉽게 뜷리지 않는 데다 옆에는 리그 최고의 토종빅맨인 오세근의 헬프수비까지 지원받는다. 5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워니(22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와 스펠맨(22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개인 기록상은 거의 대등했지만, 야투 효율과 동료들의 지원에서 큰 차이가 났다.
 
가드와 포워드에서도 김선형-안영준-최준용으로 이어지는 SK를 문성곤-전성현-변준형으로 이어지는 KGC 백코트진이 크게 밀릴 게 없어서 미스매치를 활용하기 어렵다.
 
KGC의 강점 3점슛
 
4쿼드 리드 지키는 안양 KGC 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1~2022 KBL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의 경기. 4쿼터 안양 KGC 오마리 스펠맨이 골밑슛을 성공한 뒤 작전 타임을 위해 벤치로 향하는 안양 KGC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4쿼드 리드 지키는 안양 KGC 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1~2022 KBL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의 경기. 4쿼터 안양 KGC 오마리 스펠맨이 골밑슛을 성공한 뒤 작전 타임을 위해 벤치로 향하는 안양 KGC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 KGC의 또다른 강점은 3점슛이다. KGC는 올시즌 10.9개의 팀 3점슛(1위)과 34.5%(2위)의 높은 성공률로 개수와 효율에서 모두 리그 최고수준의 외곽포를 자랑한다. 특히 SK를 상대로는 4라운드까지 평균 12개의 3점슛을 38.4%의 적중률로 더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도 KGC는 3점슛을 35개나 시도하며 14개(성공률 40%)가 림을 갈랐다. 이 중 전성현이 거의 절반에 이르는 6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21점을 기록했다. 외곽수비가 나쁜 편이 아닌 SK지만, 시즌 내내 KGC의 패싱게임에 제대로 해법을 찾지못하고 있다.
 
SK은 아직 2위 KT에 6게임 차이로 앞서고 있어서 이날 패배로 순위싸움에 큰 타격은 없다. 문제는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 KGC를 상대로 심리적인 부담을 안게됐다는 것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현재 순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SK와 KGC는 4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정규시즌 1위팀이 4강에서 발목을 잡혀 챔프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2008-2009시즌의 울산 현대모비스(VS 서울 삼성), 2010-2011시즌의 부산 KT(VS 원주 동부), 두 차례가 있었다. 두 팀 모두 정규리그에서의 호성적과 달리 플레이오프에서는 상성상 천적을 만나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KGC는 플레이오프에서 이른바 '순위브레이커'로 여러 차례 인상적인 '업셋'을 달성했던 전력이 있다.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11-2012시즌에는 당시 정규리그 최다승을 기록했던 원주 동부(44승)를 챔프전에서 4승 2패로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고, 바로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로 6강부터 시작하여 정규리그 1, 2위팀 전주 KCC와 울산 현대모비스를 모조리 스윕하고 플레이오프에서 10전 전승-무패 우승이라는 신화를 창조하기도 했다.
 
반면 SK는 2012-2013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프전에서 2위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4전 전패로 스윕당했고, 2014-2015시즌에는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6강전에서 무려 승차가 12게임차이였던 6위 인천 전자랜드(현 가스공사)에서 3연패를 당하며 탈락하는 등, 여러 차례 인상적인 업셋의 희생양이 된 바 있어서 대조를 이룬다.
 
정규시즌 순위가 우승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KGC가 SK의 독주체제를 저지할 수 있는 강력한 대항마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면서 올시즌 우승 경쟁에 또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SK로서는 올해 정규시즌 정상을 차지하더라도 KGC를 넘지못하는 한 플레이오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숙제를 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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