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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가 제20대 대선 정국을 뒤덮었다. 무책임하게 오가는 배제의 언어 속에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와 현실은 지워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으로 이뤄낸, 모든 시민을 포괄하는 민주주의와 정의가 오히려 정치에 의해 왜곡되고 부차적인 것에 불과해진 지금, 동료 시민들의 이야기를 힘주어 전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목소리가 여기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모든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구조에서 차별을 발견하는 관점이자 실천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심화가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향과 방식으로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 페미니즘의 언어로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성평등 정부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기자말]
익숙하지만 낯선 여성들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
▲ [페미니스트 주권자 연속기고⑤] 익숙하지만 낯선 여성들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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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의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주여성 인구가 100만에 육박함에 따라 하루에 다섯 명 정도는 지나가며 만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익숙하고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기에 낯설다? 땡! 틀렸다. 정말 이주여성의 외모와 문화가 우리와 다르기에 이토록이나 낯선 것일까?

솔직해지자. 한국 여성들이 해방되고 있는 영역에 동원되고 재현되고 있는 존재들이기에 그들의 삶이 저리도록 익숙하지만, 이제는 그 영역을 타자화해내고 만 우리기에 낯설고 싶은 것이다.

여성 인권운동 속에서 회자되는 "모든 여성을 위한 성평등한 변화"의 사회적 합의와 변화 끝엔 언제나 돌림노래처럼 변화 이전의 영역을 채워내는 이주여성의 삶이 있다. 간병과 가사, 혼인과 출산을 포함한 돌봄과 재생산, 농업, 제조업, 성매매, 단순 서비스직까지 아직 '모든' 여성이 해방의 열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아니, 티켓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무엇이 이주여성들로 하여금 선주민 여성 다음 층계의 삶을 살아가게 했을까. 그 배경엔 정부의 돌려막기 꼼수가 있다. 사회적으로는 그 검은 꼼수를 정책이라고 한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니 검은 정책과 연결된 이주여성의 삶 몇 장면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농촌총각 장가 '보내기' 사업인데 왜 여성들이 농촌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을까

지난 2021년, 문경시가 추진한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알게 된 이주여성이 문제를 지적하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알려왔고, '신부'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던 유학생 당사자들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혼인 연령을 놓친 농촌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통해 장가보내기를 성사시킨다"는 취지에서 사업을 진행했다고 문경시는 밝혔다. 새롭고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1990년대부터 성‧인종차별적인 정부의 유사 정책은 송출국의 여성들을 노부모와 논밭을 모시는 농촌 한국남성, 가난하고 집이 없는 도시 한국남성, 장애가 있는 한국남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인 것처럼 구조화했고, 실제로 일부의 여성들은 그렇게 한국으로 시집오게 되었다.

국가가 나서서 매매혼을 중개하는 꼴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문경시는 해당 사업을 중단했지만 결혼 시장의 성비 불균형을,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의 문제를 이주여성 신부 맞이로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의 1차원적인 행보는 직접적이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교묘한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교묘한 꼼수의 결과, 한국 인구는 안녕해졌나? 지난 30여 년간 열정적이었던 한국남성 장가 보내기에도 한국의 혼인율과 출생률은 감소하고 있다. 이는 소수 여성들의 결혼이주로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누군가의 삶을 통 채로 보내거나 오게 하는 단순하고도 폭력적인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닐하우스와 병실에는 왜 이주여성들만 남았나

장시간·저임금·고위험 산업 분야를 이주민이 채우고 있다. 이주여성은 우리의 끼니를 돌보는 농장으로, 환자를 돌보는 병실로 일하러 왔다. 새로운 사람들로 농장과 병실이 채워지니 근무 조건은 더 열악한 방식으로 새로워졌다. 하루를 꽉 채우는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일방의 사정으로 인한 고용의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폭언과 폭행, 성폭력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

필수 노동현장을 떠나는 선주민 노동자들의 빈자리, 그로 인한 식탁의 붕괴와 돌봄의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이주여성들을 불러온 출입국×노동정책은 그 자리를 메우는 여성들에게 빚진 책임의 무게를 담아내는 정책으로 갚아내야 한다. 농촌엔 겨울이 내려앉지만 비닐하우스 노동자의 일은 계절이 없다. 병실의 불은 꺼지지만 간병노동자의 노동은 어둠 속에서도 계속된다.

사회초년생이 아닌, 엄마초년생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주여성 유학생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있을 때 만났던 여성의 이야기다. 4년제 대학 졸업을 앞둔 리사(가명)는 한국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며 취준생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리사가 한국에서 노동자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체류자격이 주어지는 기준, 그 높은 장벽을 넘어야 했다.

졸업한 유학생이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일할 수 있는 체류자격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전공 분야를 살린, 높은 임금수준의 직장에 취업해야만 한다. 6개월짜리 카운트다운 시작과 함께. 4년제 대학을 수료한, 한국어에 능하고 능력 있는 리사이지만 그에게 프리랜서가 아닌 정규직 노동자로,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일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6개월 동안 수많은 채용 불합격과 연봉협상 실패를 경험한 리사는 "나는 결국 한국에 존재하느냐 마느냐, 그 자격심사에 탈락했다"며 귀국을 준비했다.

그로부터 겨우 한 계절 정도 지났을까. "한국인을 임신했다"며 리사가 다시 왔다. 귀국한 줄 알았던 그가 그간 미등록으로 한국에 남아 한국남성과 결혼했고,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던 취준생에서 존재가 지워진 미등록 이주민이 되어버린 자신의 신분 회복을 도와달라고 했다. 한국인 배우자나 자녀가 있는 이주여성에겐 체류할 권리가 쉽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일하는 여성보다 아이 낳는 여성의 체류를 환영하기 때문이다. 꿈을 위해 한국에 존재하고 싶었던 여성을 존재하기 위해 엄마가 된 여성으로 다시 만났던 날의 울렁거림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수자를 섬세하게 포함한 '모든 여성을 위한 페미니즘'은 진정 기존의 여성들이 떠나고 새로운 여성들이 채우는 방식이 아닌, 그 모든 여성들이 살아내고 있는 세상의 기준을 끌어 올려 기울기를 있는 힘껏 0으로 맞추는 방식으로 상상해야 한다. 우월의식을 뺀 민주주의와 성평등이 새로운 정부에, 우리가 변화시킬 새로운 사회의 연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국 사회는 훨씬 더 꼼꼼하고 부지런하게 '모든' 여성을 만나야 한다.

"우리가 여기 있다." 눈을 감는다면 소리로, 귀를 막는다면 몸짓으로, 이주여성들의 존재는 익숙하지만 낯설게 가 닿을 것이다.


[연재 순서]
① 기후정의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사라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② 일터와 삶터에서 모두의 평등한 공존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노헬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
③ 페미니즘 복지국가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류형림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장)
④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⑤ 익숙하지만 낯선 이주여성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남지은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⑥ 젠더폭력 근절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백조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
⑦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⑧ [지역 2030 페미니스트 활동가 집담회 후기] 지역/청년/페미니스트에게도,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양희주 제주여민회 사무국장)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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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7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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