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BL 2021-2022시즌이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 안양 KGC와 서울 SK의 대결을 시작으로 3월 2일부터 재개된다. 프로농구는 코로나19 확진자 속출로 인하여 지난 2월 15일 경기를 끝으로 일시 중단됐다. 당초 국가대표팀의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참가 등으로 18일부터 브레이크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휴식기가 조금 앞당겨졌다.
 
휴식기 동안에도 프로농구계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속출했고,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2월까지 누적 확진자가 120명을 훌쩍 넘겼다.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도 확진자가 속출하며 결국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 불참을 결정했고 대표팀은 예선일정에서 몰수패를 감수해야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래 농구계에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코로나19로 시즌을 조기 종료했던 2019~2020 시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무능한 행정으로 농구계 구성원들을 위험에 몰아넣은 KBL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KBL은 지난 2월 22일 이사회를 통해 리그 잔여 일정 소화를 위해 논의했고, 코로나19 관련 매뉴얼을 새롭게 보강했다. 정규경기 일정은 1주일 연기됐고, 향후 코로나19로 리그 일정이 2주 이상 추가 연기되면 플레이오프를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리그가 다시 재개되지만 여전히 정상 완주까지는 갈길이 멀다. 전국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아직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추가 확진자가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남아있다. 공백기 동안 크게 떨어졌을 선수들의 경기력과 체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며 격리됐던 선수들의 경우, 아예 훈련조차 소화하지 못하며 컨디션 회복에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각 팀의 순위 경쟁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게나마 전화위복을 기대하는 반응도 있다. 부상자가 많았던 팀들의 경우, 리그 중단과 대표팀 소집 무산 등으로 주축 선수들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게 됐다. 또한 방역 패스가 중단됨에 따라 더 많은 관중들이 코트를 찾을 수 있게 된 것도 호재로 기대된다. 2일 경기부터 팬들은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농구장에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승승장구 SK... 삼성은 역대 최악의 성적 경신

 
SK, 현대모비스 잡고 15연승 프로농구 서울 SK가 울산 현대모비스를 꺾고 파죽의 연승 행진을 15경기로 늘렸다. SK 자밀 워니가 2월 1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현대모비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다. (KBL 제공)

▲ SK, 현대모비스 잡고 15연승 프로농구 서울 SK가 울산 현대모비스를 꺾고 파죽의 연승 행진을 15경기로 늘렸다. SK 자밀 워니가 2월 1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현대모비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다. (KBL 제공) ⓒ 연합뉴스

 
후반기 재개될 프로농구의 관전포인트는 우승-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각 팀들의 치열한 순위 싸움과 개인 타이틀 경쟁 등을 꼽을수 있다. 현재 팀당 최소 12경기에서 최대 15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서울 SK가 33승 8패로 2위 수원 KT(26승14패)를 무려 6.5게임 차이로 따돌리며 독주체제를 굳혔다. 6강 진출을 놓고 현재 공동 6위 원주 DB와 창원 LG(이상 19승 23패), 8위 대구 한국가스공사(18승 24패)와 9위 전주 KCC(16승 26패)까지의 격차는 불과 3게임이어서 아직 충분히 플레이오프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가장 눈길을 모으는 것은 역시 같은 서울을 연고로 한 두 팀, SK와 삼성의 엇갈린 운명이다. SK가 압도적인 질주로 구단 역대 연승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삼성은 구단 역대 최악의 성적을 경신하며 암울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SK는 휴식기 직전 2월 15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경기까지 무려 파죽의 15연승 행진을 질주했다. 이는 SK의 구단 최다 연승 기록으로, 종전 기록은 최인선 감독이 이끌었던 2001-2002시즌(2001.12.6. 원주 삼보-2001.12.29. 대구 동양)과 문경은 감독의 2012-2013시즌(2013.1.23. 서울 삼성-2013.2.24. 고양 오리온스, 당시 팀명과 연고지 기준)까지 두 번에 걸쳐 기록한 11연승이었다. SK의 15연승은 역대 프로농구 최다연승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SK는 내친김에 최다 연승 신기록까지 도전하고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2013년 2월 16일 삼성전부터 2013년 10월 19일 오리온스전에 이르기까지 두 시즌에 걸쳐 작성한 17연승(2012-2013시즌 13연승, 2013-2014시즌 4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단일 시즌으로만 국한하면 원주 DB가 2012년 1월 1일 안양 KGC전부터 2월 18일 KCC전까지 질주한 16연승이 최다 기록이다. SK는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다승 기록을 수립했던 2012-2013시즌(44승 10패, 승률 .815)에 이어 또 한번의 40승 시즌에도 근접한 상태다.
 
또한 SK는 선두팀답게 올시즌 MVP 경쟁에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자밀 워니(22.9점, 13.0리바운드)는 올시즌 2년 만의 외국인선수 MVP 탈환이 유력하다. 올시즌 프로농구에서 20-10(득점-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워니와 오마리 스펠맨(안양 KGC) 2명뿐이지만, 팀성적과 개인성적 모두 워니가 우위에 있다. 국내 선수 MVP 경쟁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최준용(15.4점, 6.0리바운드. 3.0어시스트)과 김선형(13.7점, 5.7어시스트)간의 '집안싸움' 구도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농구명가' 서울 삼성은 연패탈출과 유종의 미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7승 32패(승률 .179)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승률 1할대에 머물며 최하위를 기록중이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미 좌절됐고, 구단 역대 단일시즌 최저승률이었던 2014-2015시즌과 2018-2019시즌(11승 43패,승률 .204)보다도 성적이 더 떨어진다. 삼성이 불명예 기록을 피하려면 남은 15경기에서 4승 이상을 따내야하는데 현재의 전력과 분위기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KBL 출범 후 시즌 승률이 1할대 이하를 기록한 사례는 총 3번이 있었다. 1998-1999시즌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 3승 42패 승률 .067를 기록한 것이 역대 최저 성적이다. 정규리그가 현행 54경기 체제를 기준으로 하면 2005-2006시즌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8승 46패 승률 .148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승리에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는 부산 KT(현 수원 KT)가 2017-2018시즌을 10승 44패 승률 .185로 마친 바 있다.
 
삼성은 올시즌 들어 새해 초에 11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현재도 9연패의 수렁에 빠져있어서 한 시즌에 같은 팀이 두 자릿수 연패를 두 번이나 당하는 굴욕이 눈앞으로 다가와있다. 이상민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하고 이규섭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이후로 5연패를 거듭하며 아직까지 이 대행은 첫승의 맛을 보지 못했다.
 
삼성은 2일 고양 오리온전을 시작으로 4일 DB-6일 현대모비스-8일 KCC 순으로 이틀 단위의 빡빡한 경기일정이 이어진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발목 인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던 에이스 아이제아 힉스가 다시 컴백했고, 대체선수로 재키 카마이클을 영입하며 외국인 선수 진용을 재정비한 것이 마지막 희망이다.

올시즌 프로농구는 어느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농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원들의 안전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무사완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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