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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고단함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하지만 '일'을 대하는 직장인들의 태도는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 같습니다. 회사에 뼈를 묻고, 나를 갈아넣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일터에서 느끼는 의문점, 기쁨과 슬픔도 이전과는 다릅니다.  MZ세대 시민기자가 '요즘 것들'의 생생한 직장 이야기를 나눕니다.[편집자말]
"저 내일이랑 모레 재택근무라서 노트북 가져가려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다. 최근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 비율이 올라가면서 한 달에 세 번 보는 팀원이 있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재택근무가 삶에 자리 잡았다. 

처음 재택근무에 도입했을 때는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한다는 신선함이 컸다. 이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직장 생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택근무의 도입이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전염병 때문이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티를 내면 안 됐다. 그래서 샤이 트럼프마냥 "샤이 재택근무"가 되어 남몰래 재택근무를 원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제는 들고 다니는 노트북의 무게가 거슬릴 정도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었다. 우리 회사의 경우, '50% 재택근무' 룰을 지키기 위해 옆 팀은 인원을 절반으로 나눠 격주 단위로 재택근무를 돌린다. 우리 팀은 주 2~3회 재택근무로 본인이 스케줄을 작성한다. 시스템 업무가 많은 동기의 경우는 두 달간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주기는 다르지만 각 팀에 맞게 재택근무 비율이 지켜지고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한 하이브리드 근무

흔히들 코로나19가 미래를 앞당겼다고 한다. 10년은 걸릴 줄 알았던 많은 변화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현실이 되었다.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역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도입한 측면이 크다. 처음엔 회사도 임직원도 적잖이 당황해했다. 특히 시스템 업무보다는 회의와 보고가 주 업무인 팀장급 이상에선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에 적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구축해 임직원에게 배포했다.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업무 공유는 원활하게 되어야 했기에 줌(Zoom)과 팀즈(Teams), 노션(Notion) 같은 비대면 협업 툴이 도입되었다. 

물론 이런 툴이 도입되더라도 리더의 적극성에 따라 팀 내에서의 활용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여러 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매일 9시에 줌으로 아침 회의를 하는 팀이 있고, 매주 월요일마다 주간회의를 화상으로 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화상회의를 월 1회 진행하는 팀장님도 계셨다.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며 비대면 툴이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 코로나 시대 비대면 근무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며 비대면 툴이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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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점은 화상회의를 대하는 리더의 자세가 두 가지로 나눠졌다는 점이다. 한 유형은 소통 수단으로써 화상회의를 활용했고, 다른 유형은 감시용으로 화상회의를 대했다. 후자의 경우 언제 회의를 진행한다고 사전 공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불시에 화상회의를 걸어 빨리 응답하는지, 성실히 근무하는지를 확인하는 유형이었다. 

그 팀의 일원은 언제나 불안한 마음으로 대기하느니 사무실 출근이 낫다고 하소연했다. 팀 내 신뢰 수준이 어떤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재택근무를 잘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재택근무 그라운드 룰이 공유되었다. 재택근무를 할 때의 자세와 지켜야 할 규칙들을 하나씩 내재화 해 나가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주인 의식 측면이다.

원래 하던 루틴 업무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리서치를 통해 얻은 정보나 인사이트들을 상사와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업무적으론 크게 다를 게 없지만 비대면 상황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압박하는 면이 커졌다.

재택근무로 찾게 된 워라밸

미국에서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재택근무를 못 하게 되면 퇴사하겠다고 밝혔고, 2100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58%가 원격근무를 계속할 수 없다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런 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고, 우리나라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택근무 중단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재택근무 만족도가 큰 것이다.

​물론 모든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희망하진 않는다. 32살 직장인 A씨는 점심이 제공되고 퇴근 후 일과 분리가 되는 느낌이 들어 사무실 출근을 희망한다고 했고, 어린 자녀가 있는 38살 직장인 B씨는 집에서는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사무실 근무를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초등학생 이하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사노동과 육아가 업무와 혼재되어 하루 종일 일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세대 구분 없이 경영진을 제외한 대다수 직장인은 재택근무에 만족하고 있다. 한경 커니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20에서 직장인 93%가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희망한다고 발표했듯이,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에 만족하며 이제는 임시방편이 아닌 근무 옵션 중 하나로 재택근무를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잡코리아가 609명 직장인을 대상으로 작년 직장에서 만족했던 점을 조사한 결과, 1위가 "워라밸 실현"이었다. 상황상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해 워라밸이 실현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작년 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만족을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사무실 출근 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일부러 해보려 한다. 평소처럼 일어나도 한 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겨 아침 운동과 아침 독서를 즐길 수 있다. 퇴근 후에는 지옥철에서 보내는 1시간이 생략되어 체력이 남아 자연스럽게 자기 계발과 여가에 투자하게 된다. 재택근무로 삶의 질이 상승한 것이다.

출근 준비 시간과 통근 시간을 합쳐 약 2시간 반을 절약하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재택근무의 가장 좋은 점은 이렇게 절약된 시간과 체력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협업 툴 활용도 능력이다

비대면 근무를 하면서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진단할 수 있게 된 것도 재택근무의 부가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문제없이 돌아갔기에 소통과 공유 측면에서 막연히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업무환경이 되니 좀 더 세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과 공유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보고 개선점을 찾게 된다.

지금은 팀즈 등 여러 협업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거의 모든 자료들과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비대면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느낀다. 물리적 공간에 같이 있다고 연결과 소통이 더 잘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비대면 근무에서 항상 더 나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유통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C씨는 상사와 2인 1조로 일한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워라밸적인 측면에선 만족하나 심리적 불안과 답답함이 커졌다고 힘들어 한다. 같이 일하는 상사와 출근 일정을 교차해 비대면으로만 일하는 상황에서 상사가 항상 메신저를 꺼놓고 연락이 잘 안 되는 바람에 업무 공유나 소통이 어렵다고 한다. 혼자 일하는 느낌이라며 비대면 협업의 고통을 이야기해주었다.

한편 식품회사에 재직 중인 D씨는 50대 팀장의 변화와 발전에 존경심을 표한다. 비대면 근무로 인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툴이 도입되었을 때 D씨 팀장은 신기술에 적응이 안 돼 활용 의지가 없었고, 팀원들에게 좋지 않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리더십 교육을 받고 팀원들에게 툴을 적극적으로 배워 지금은 스마트 워크와 소통의 달인이 됐다. 소통 방식이 변하자 젊은 직원들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좋은 피드백을 받으며 선순환이 되고 있다고. 이 팀장님의 사례를 들으며 신기술 활용과 변화 적응도는 나이가 아닌 의지의 문제임을 새삼 느낀다.

이처럼 대체로 재택근무에 만족하지만 들여다보면 변화에 따른 저마다의 고충이 있다. 그리고 그 공통 접점에는 소통이라는 요소가 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여러 기술과 툴이 도입되어 공유와 소통의 수준이 올라갔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인 듯하다. 

협업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지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 마인드가 장착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나 역시도 미숙한 부분이 소통이라고 생각해 조직 내외의 좋은 커뮤니케이션 사례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올해 목표 중 하나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선호가 높다.
▲ 하이브리드 근무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선호가 높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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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하자면, 소통만 잘 된다면 재택근무는 너무 좋다. 재택근무의 맛을 알아버린 나는 재택근무 이전의 회사생활을 상상할 수가 없다. 이제는 한 달 내내 회사 출근을 하라고 한다면 가졌던 것을 뺏긴 것처럼 억울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고, 재택근무가 그 무서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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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그렇게 피터팬 내지는 돈키호테를 닮은 낭만주의자가 되었다.그러나 네버랜드는 없다. 출근하는 피터팬으로 살며 책임감 있는 어른과 낭만주의자의 균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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