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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친정엄마가 먼 길을 가셨다. 몇 년 전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후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에 먹먹해지곤 했었다. 그런데 사실 엄마도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죽음은 아버지와만 연결되었고, 엄마는 그래도 몇 년은 우리 곁에 있어 주시려니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심지어는 아버지가 폐렴으로 고생하시던 지난해 봄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아가실 엄마의 세월을 걱정하기까지 했다. 이랬던 터라 엄마의 죽음은 너무나 느닷없었고, 그만큼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투병 중인 아버지를 두고 가셔서 더욱 슬펐다.
 
장례는 고인이 편하게 마지막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살아 있는 사람들이 정성을 쏟는 예식이다. 또한 장례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영영 만나지 못하는 이별은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게 한다.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 같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고인은 느끼지 못할 감정을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이들에게는 애도가 필요하다. 고인을 떠올리며 마음과 사회적 관계를 차근차근 정리하는 일은 장례식에서 시작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장례 기간에 애도의 시간을 갖는다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기억 속의 고인을 붙들고 늘어지는 마음 아픈 일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그래야 유가족이 다시 이른 시일 안에 정상적인 평소 생활로 돌아올 수 있다. - <대통령의 염장이> 119쪽.
 
<대통령의 염장이>(김영사 펴냄)는 나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슬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엄마 생각에 왈칵 눈물이 쏟아지면서도 정작 엄마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혼란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데 이젠 슬프지만은 않다. 엄마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히려 슬픔을 감당할 수 있는 이 나이까지 살아계셔 주셨음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깊어졌다.

책 덕분이다. 황망하게 장례를 치르며 미처 위로받지 못한 슬픔을 책 덕분에 실컷 쏟아낼 수 있었고, 감정을 많이 정리할 수 있었다. 또한, '미리 준비하는 내 죽음'에 대해 더욱 구체적이며 적극적인 실천을 다짐하게도 했다.
 
'죽음'은 살아 있을 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주제다. 나는 어떤 죽음을 맞고 싶은지, 나의 마지막 모습은 어떻길 바라는지, 죽음 직전까지 어떻게 살아야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지 지금 당장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것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중략)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생각해보고 죽음을 준비하라는 뜻은 비관적으로 죽음을 바라보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장례식의 주인은 자신이지 남겨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아니다. 장례식의 주인으로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기획해놓으라는 의미다. 그래야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보다 침착하고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 <대통령의 염장이> '죽음은 산 자들의 일이다'에서.
 
부모님 두 분 다 팔순을 넘기고 병원에 의지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노년의 삶과 죽음에 구체적인 관심이 생겼다. 책도 여러 권 책도 읽었는데, 고 이상운 씨(소설가)가 죽음을 향해 간 아버지와 3년 남짓 보낸 날들을 기록한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 간다>는 죽비를 세게 맞은 것처럼 강한 충격으로 와 닿았다.

자식들에게 최대한 많이 주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자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며 '내가 죽은 후 장례 절차나 제사 문제, 그리고 남기고 간 것들로 내 아이들이 옥신각신하거나, 의 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놓고 가야 한다고, 거기까지가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사랑과 책임 그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아울러 나에게는 소중한 것들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처리해야만 하는 물건에 불과한 것들로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그러자면 최대한 덜 갖고 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주변을 정리하며 노후를 보내야 한다고, 죽음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올 수 있으니 지금부터 노력하며 살아야한다고 다짐 같은 것도 하게 됐다.

나름 비장했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않아 비장함은 사라졌고 더 많은 것들을 쌓으며 살고 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실천 못하고 살며 스스로 답답해지고 조바심 나곤 했었다. 와중 엄마의 장례를 모시며 '나도 엄마처럼 느닷없이 죽을 수 있겠구나'의 위기감을 느꼈다.
 
<대통령의 염장이> 책표지.
 <대통령의 염장이> 책표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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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대통령의 염장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김대중, 김영상 등 여러 전직 대통령과 법정 스님이나 여러 큰 스님, 이건희, 여운계씨 등처럼 유명한 분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장례지도사(예전에는 염장이라고 불렀다. 고인의 시신을 수습해 씻기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을 해서다)가 들려주는 죽음과 삶 이야기다.

1부 '수천 가지 죽음의 얼굴'에서는 잊지 못할 남다른 사연의 장례식들과 끝까지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장례식, 닮고 싶은 삶의 모습과 그들의 죽음, 무연고자부터 코로나로 삶을 마감한 사람까지 그 다양한 사연의 죽음, 여러 전직 대통령과 법정 스님, 이건희 등처럼 유명한 분들의 장례 그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는 영정에 두르는 검은 띠를 없앤 바 있다. 검은 띠가 우리 전통 방식이 아닐뿐더러, 예법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상주가 차는 완장을 없애고 싶었다. 전통 상복에는 심장과 가장 가까운 왼쪽 가슴에 '최哀'라고 불리는 베 조각이 달려 있다. 거친 베에는 효를 다하지 못한 심정을 담았고, 왼쪽 가슴에 달아 상을 당한 슬픔을 표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새로운 상장(喪章)이 등장하게 되었다. 1912년 쇼켄황후의 장례를 거행할 때 전 국민에게 복장 규정이 고시되었는데, 양복의 경우 왼팔에 검은 천을 두르고, 전통복식의 경우 왼쪽 가슴에 나비 모양의 검은 리본을 달게 했다. 그 후 이것이 차츰 일반장례식에도 적용되었고, 1934년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의례준칙에서 공식화되어, 원래 우리의 문화인 양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 <대통령의 염장이> 98~99쪽.
 
그리고 2부 '웰다잉 안내자'에서는 장례의 역할과 의미, 바람직한 장례, 장례를 위해 우리 모두 알아야 할 것들과 장례지도사의 역할, 유족과 조문객이 지켜야 할 것들, 버려야 할 장례 풍습 혹은 바뀌어야 할 장례 문화, 죽음 관련 잘못된 인식, 장례 기획과 필요성 그리고 저마다 스스로 준비해야 할 자신의 죽음 혹은 장례 그 이유와 필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몇 번의 장례를 치르거나 수많은 죽음을 접하며 살아간다. 누군가의 죽음은 언제 어떻게 자신에게 다가올지 모를 죽음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혹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각성하거나, 막연하지만 '어떻게 죽고 싶다'와 같은 바람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보류한 채 살아가기 일쑤다. 책은 보다 건강하고 충만한 현재의 삶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준비하는 자신의 죽음 혹은 장례를 위해 알아야 할 전문적이며 구체적인 것들을 들려준다. 닮고 싶은 죽음을 품게 한 책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은이), 김영사(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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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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