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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시민기자 그룹 '40대챌린지'는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편집자말]
일주일에 두 번, 남편과 함께 테니스 강습을 받으러 간다. 남편과 이렇게 둘이 어딘가를 가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어색하기까지 하다.

난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게 편하고 남편은 그 반대다. 거의 겹치지 않는 생활 패턴을 조금씩 당기고 밀어 오전 시간을 겨우 맞췄다. 평소 둘이 있을 땐 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많은데 편안한 대화 주제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테니스.

처음 선생님께서 운동의 목적을 물어보시는데, 남편은 가족끼리 한 가지 운동을 같이 즐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개월 안에 두 분이 함께 랠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헛스윙 일쑤에 서브 넣는 법도 모르는데
 
기본 동작이 몸에 배기도 전에 실전에 덤비다니. 역시 무리였다.
 기본 동작이 몸에 배기도 전에 실전에 덤비다니. 역시 무리였다.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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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그렇게 잡다 보니 수업은 초보자인 내 위주로 진행된다. 아직 자세가 잡히지 않아 매일 포핸드(오른손잡이일 경우, 라켓을 몸의 오른쪽 뒤로 돌려 공을 맞힌 뒤 스윙이 왼쪽에서 끝나게 되는 기술)와 백핸드(라켓을 왼쪽으로 돌려 스윙이 오른쪽에서 끝나는 기술)를 연습한다. 라켓을 쥐는 그립도 정확하지 않고 고정되어야 하는 손목이 자꾸 흔들거려 헛스윙하기 일쑤이다.

"손목을 딱 고정하세요."
"힘을 빼세요. 힘을 그렇게 주다가는 손목 나가요."


선생님의 조언을 마음속에 고이 새기지만 내 몸은 언제나 그렇듯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내가 라켓을 그렇게 잡고 싶어서 그렇게 잡는 게 아니다. 날아오는 공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막 돌아가고 내가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라켓을 어떻게 쥐고 있는지 생각할 틈이 없다. 핏대를 올려 열심히 설명하시는 선생님이 조금 안쓰럽다.

'선생님, 사실 저도 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저 몸이 안 따라줄 뿐이지요.'

20분은 강습을 받고 20분은 공이 자동으로 나오는 볼 머신으로 각자 연습을 한다. 남편은 나에게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곧 같이 랠리를 할 수 있겠다며 자신감을 불어 넣는다.

배운 지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 남편이 동네 실외 테니스 코트 예약을 했다. 남편과 랠리할 실력이 안 되지만 한편으로는 도전하고 싶기도 했다.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아직 안 된다고 하겠지. 선생님께는 비밀로 한다.

조금 일찍 테니스 코트에 도착했다. 입구의 문을 끼익 열고 들어가니 4개의 테니스 코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편이 예약한 자리는 바로 입구 앞의 테니스 코트다. 앗. 내가 똥폼으로 헛스윙 하는 걸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보겠군. 갑자기 창피한 마음이 엄습한다.

"아무도 신경 안 써. 자기들 경기하느라 바쁘지."

남편은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지켜보니 사람들은 다 다른 코트의 경기를 보며 지나간다. 우리가 예약한 시간이 됐다. 내 맘대로 서브를 넣고 내 맘대로 공을 친다(아직 서브 넣는 것도 배우지 못했다). 내가 친 공이 옆 코트로 날아가서 "죄송합니다. 공 좀 주워 갈게요"란 말을 한 열 번은 한 것 같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바른 자세는 잊은 지 오래. 기본 동작이 몸에 배기도 전에 실전에 덤비다니. 역시 무리였다.

결국 사달이 난 손목, 그리고 얻은 깨달음

이틀 뒤.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프다. 그 전날엔 '손목이 조금 찌릿하네' 정도였는데 점점 심해지더니 설거지도 못 하겠다. "라켓 계속 그렇게 잡다간 손목 나가요"라고 했던 테니스 선생님 말이 귓가에서 쟁쟁 울린다. 선생님의 예언은 실현되었다.

며칠 더 버티다가 결국은 정형외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X-ray결과를 보시더니 심각한 건 아니라고 하셨다.

"저. 주말 테니스 강습은 어렵겠죠? 다음 주쯤엔 테니스 해도 될까요?"

의사 선생님은 안 아플 때까지는 잘 쉬어야 한다는 두리뭉실한 대답을 하신다. 열심히 약을 먹고 손목에 무리가 되는 행동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어서 나아라, 어서 나아라. 과도한 성급함은 결국 일이 더 지체 되게 하는 구나.

난 그제야 스트레칭이 중요하다는 것, 운동에 맞는 장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운동하는 티를 내는 것 같아 사지 않았던 손목 밴드와 테니스화를 샀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 같지만 언제 또 소를 잃을지 모르니 이제라도 제대로 갖춰야겠다.

손목이 언제 나을까, 조급해하는 나에게 남편은 테니스 코트에서 본 풍경을 이야기한다.

"저번에 우리 앞 시간에 테니스 하던 할아버지들 봤지? 우리도 나이 들어서 저렇게 즐겁게 테니스 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길게 봐."

테니스는 우리 부부의 노후 보험이다. 현재의 즐거움이 노후까지 이어질 수 있게 천천히 서두르지 않아야지. 욕심 부리지 말아야지. 손목이 나아도 잊지 않도록 조그만 목소리로 되뇐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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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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