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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가 제20대 대선 정국을 뒤덮었다. 무책임하게 오가는 배제의 언어 속에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와 현실은 지워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으로 이뤄낸, 모든 시민을 포괄하는 민주주의와 정의가 오히려 정치에 의해 왜곡되고 부차적인 것에 불과해진 지금, 동료 시민들의 이야기를 힘주어 전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목소리가 여기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모든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구조에서 차별을 발견하는 관점이자 실천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심화가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향과 방식으로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지금, 페미니즘의 언어로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성평등 정부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편집자말]
페미니즘 복지국가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
▲ [페미니스트 주권자 연속기고③] 페미니즘 복지국가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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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러내고 강화한 경제적 양극화, 사회안전망의 부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더욱 심해진 차별과 혐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대선 때마다 표심 잡기를 위한 일회성 정책으로 소비되기 일쑤인 복지 정책이 이번에는 기대되고 설레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하지 않을까.

대선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꿈꾸고 토론할 기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페미니즘 관점에 기초한 복지가 필요하다. 내 일상이, 내 하루하루의 밥, 잠, 쉼이 진짜 나아지기 위해서.

'가족'이 아니라서 또는 '가족'이라서 배제되는 삶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데 왜 혈연이나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공임대주택에 같이 들어갈 수 없지?'
'전업주부는 국민연금의 의무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니, 전업주부는 국민이 아닌가?'
 
 
우리는 모두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복지를 보장받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받고 있는가? 이 질문에서부터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복지를 재구성하기 시작해보자. 사람들은 언제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배제된다고 느낄까? 제도의 대상이 되지 못할 때, 애초에 제도가 자신과 같은 삶의 모습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다.

기존의 복지체계는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루어진 법적 가족을 복지의 기초단위로 설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법적 가족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은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겪고 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배우자나 애인, 친구 등 법적 가족 외의 사람과 함께 사는 경우에는 세제 혜택을 받거나 서로에게 보험과 연금을 승계하거나 같이 주거 지원을 받는 등의 복지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또한 일인가구는 부부와 미성년 자녀로 이루어진 '정상가족'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소득지원과 주거제도 등에서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그나마도 5평짜리 주택만 선택할 수 있는 일인가구의 경험은 복지제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법적 가족 내에서도 차별이 발생한다. 주로 남성인 가장 중심의 가족구조 안에서 복지 자원은 가장의 임의대로 차별적으로 분배되고, 가장이 아닌 가족구성원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2020년 제1차 전국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지원금이 세대주에게 지급되면서 불필요한 행정절차와 분쟁을 겪어야 했던 사례와 가족 내 관계 때문에 제 몫을 분배받기를 포기한 사례들이 속속 드러났다.

독박으로 해결될 수 없는 돌봄
 
"어린이집 어떡하지, 코로나 어떡하지, 전전긍긍은 나만 하고 있는 것 같은 거예요. 제가 다 알아보고. 회사 사람들도 보면 백이면 백 여자가 다 하는 거예요."
 
 
기존 복지체계의 대상으로서 '가족'은 생계부양자 남성과 돌봄자 여성으로 이루어진 부부와 그들의 미성년 자녀로 이루어진 '정상가족' 관념에 기초한다. 이는 남성이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은 생계를 보조하고 돌봄과 재생산을 담당할 것이라는 불평등한 성별분업을 전제하고 있다.

여기서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시민상은 돌봄 책임이 없는 남성 임금노동자로 그려진다. 복지체계가 이러한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기본 전제로 삼을 때, 불평등은 심화된다. 임금노동과 생산 중심으로 짜인 기존의 사회구조에서 돌봄과 재생산은 여성이 무급이나 저임금으로 담당하는 가치가 낮은 일로 평가되어왔다. 이는 시장화된 돌봄 서비스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대다수가 여성인 돌봄 노동자들은 저임금의 고된 노동을 감내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각자도생, 쉼과 돌봄이 불가능한 삶
 
"미래를 상상하는 게 참 어려워요. 가진 자본이 본인 자신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아팠을 때 경제적 어려움이 당장 닥치니까. 그런 것들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디딤돌, 보호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의 복지제도는 오직 노동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선별적인 복지를 제공한다. 최소생계비를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기준을 맞추려면 가족구성원 모두 수입이 없는 상태여야 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실직 상태에서 구직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끊임없이 기준과 증명을 요구하는 제도 아래에서 사람들은 국가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해 불안하다.

복지가 최소 수준으로 지원되고 보편적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개개인은 자력으로 지금 당장과 노후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너무 많이 긴 시간을 일해야만 한다. 노동 중심으로 짜인 삶의 시간 속에서 충분한 쉼과 일상, 돌봄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복지에 페미니즘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기면 내 자신을 더 긍정하게 되기 쉬울 것 같고 더 건강해질 것 같은 거예요. 우리 모두가."
"주거비 걱정 없이 오래 머무를 수 있으면 내 삶을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돌보고 돌봄 받을 권리가 법에 명시된다면 좋겠고, 공교육으로 돌봄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복지에 페미니즘을 도입한다는 의미는 관점의 전환을 말한다. 복지 대상으로서 시민의 일상과 삶의 모든 영역을 보는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기존에 시민의 범주로 포괄되지 못하던 사회적 소수자의 삶과 경험을 드러내고, 이제껏 보이지 않거나 가치가 낮게 평가되었던 삶의 영역을 중심으로 가져오는 것이 출발선이다. 페미니즘 복지국가의 시민성은 돌봄 책임이 없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삼는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넘어 삶과 사회를 재생산하는 보편적 돌봄자 모델로 전환하여야 한다.

페미니즘 복지국가는 발전과 성장을 제일의 가치로 삼는 신자유주의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고, 통합적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존과 돌봄을 홀로 고민하며 각자도생하지 않아도 되는, 삶의 최저선이 높아지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보편적인 소득보장 체계를 마련하고, 사회 관계망을 구성하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권을 보장하며, 쉼과 돌봄을 위한 시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재편해야한다.

복지국가가 모든 시민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적정한 삶의 조건을 보장할 때 국가와 개인 사이의 영역을 채우는 자유롭고 다양한 시민 간 연결과 공동체의 형성도 가능해진다. 공동체 안에서 시민들은 경쟁의 대상이 아닌 동료 시민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돌보며 고립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대선을 계기로 지금과 다른 세상을 함께 상상해보자. 그 세상을 위해 필요한 일이 바로 복지에 페미니즘을 채우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


※ 참고자료
한국여성민우회, <제도가 □하지 못할 때>, 2019
한국여성민우회, <18대 대선, 우리가 원하는 건? □□□ 복지국가!>, 2017
한국여성민우회, <"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89명의 여성 인터뷰와 1,235건의 언론보도를 통해 본 코로나19와 돌봄 위기> 토론회 자료집, 2020, 23쪽
한국여성민우회, <제도가 □하지 못할 때>, 2019, 76쪽
한국여성민우회, <나는 "페미니즘" 복지국가에 살 거야!> 집담회 참여자 사례, 2021



[연재 순서]
① 기후정의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사라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② 일터와 삶터에서 모두의 평등한 공존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노헬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
③ 페미니즘 복지국가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류형림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장)
④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⑤ 익숙하지만 낯선 이주여성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남지은(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⑥ 젠더폭력 근절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백조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
⑦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⑧ [지역 2030 페미니스트 활동가 집담회 후기] 지역/청년/페미니스트에게도, 성평등 정부가 필요하다(양희주 제주여민회 사무국장)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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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7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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