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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천 돌고래 가족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금구천 돌고래 가족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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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 금구천에 돌고래가 살았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돌고래 세 가족은 흔적도 없이 금구천을 홀연히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금구천 돌고래 가족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주민들의 이야기를 따라 사라진 돌고래의 행방을 찾아가 봤습니다.

금구천에 정말 돌고래가 있었나요?

"분명히 있었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인가 있었던 것 같아. 나는 매일 금구천에 나와서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친구들이랑 이야기도 하거든. 우리가 매일 여기에 모이는데 여기에 있던 걸 내가 모를 리가 있나."

"어이구,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몰라. 두 마리는 무슨! 세 마리였지. 그 세 마리가 가족이었나 그랬다구. 안 그럼 한 마리도 아니고 그 커다란 걸 왜 세 마리나 해놨겠어? 처음엔 분명 세 마리였어. 그러다 2019년인가? 장맛비가 억수로 내리던 해 있지? 빗물에 한 마리가 부서져서 켁! 하고 고꾸라지더니 얼마 안 가 먼저 없어진 거야. 그리고 얼마 전에 세 마리가 몽땅 다 없어졌더라니까. 물에 떠내려갔다는 말도 있었어."

"어느 날은 돌고래 한 마리를 저기 뭍에다 철썩 걸쳐놨더라구. 멀리서 봤을 땐 몰랐는데, 건져놓으니까 그게 꽤 큰놈인 거야. 어휴 크다, 무겁겠다 했지. 근데 그 돌고래 설치할 때부터 말이 많았더랬지?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나면 그 돌고래에 나무 같은 게 죄다 걸리구 떠내려온 것들이 줄줄줄 걸리는 거야. 군청에선가 읍사무소에선가 청소하는 사람들이 매번 거기 걸린 것들을 캐내느라 고생 꽤 많았을걸?"

"그러고 보니 군청에서 가져간 것 같은데? 그 무거운 게 스스로 어딜 가."

몇 년째 매일매일 금구천 데크 쉼터에 모여 담소를 나눈다는 옥천읍 가화리 주민 전병옥씨와 옥천읍 양수리 주민 김동열씨. 이들은 분명 금구천에 돌고래가 있었다고 했다. 전병옥씨가 지팡이로 가리킨 곳은 이제 텅 비어 있지만, 그의 표정은 확신으로 가득하다.

사라진 돌고래를 찾아서

"금구천 돌고래를 본 적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확실하게 그런 건 없었다"고 주장하는 장야리 주민 이금숙씨다.

"어머, 웬일이야. 나 옥천에 73년 살면서 그런 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데? 돌고래? 금구천에 돌고래? 없지. 그건 바다에나 있는 거잖아. 그런 건 없습니다. 수달인가 해달이 나왔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는데. 오리, 왜가리, 은어, 올갱이... 이런 건 있어도."

73년을 옥천에 살았지만, 금구천 돌고래에 대해서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는 싸늘한 반응.

옥천읍 금구리 도립대학 근처에 거주 중인 김미숙씨는 옥천읍 삼양리에서 쌍용석재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금구천 산책로를 통해 출퇴근을 한다는 김미숙씨는 "돌고래는 분명 있다"며 돌고래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있어요, 돌고래. 저기 한참 전부터 있었...! 어머머, 그거 없어졌네. 말도 없이 왜 없어졌지? 그런데 그 돌고래들이 그냥 조형물은 아니었고 그게 분수였어요. 아마 주민들은 거의 모를 걸? 그걸 두어 번 틀었을까 몰라. 그걸 매번 보긴 했지만... 지금 없어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걸 보면서 새롭다거나 멋지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

금구천 돌고래 조형물이 실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등허리에서 물을 뿜는 분수였다는 것. 하지만 돌고래 분수를 가동한 건 몇 차례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해 금구천 근처에서 16년째 옥천부산물센타(옥천읍 삼양리)를 운영하는 이창길씨를 찾았다.

"분수 맞아요. 우린 맨날 요 앞에 있으니까 운 좋게 몇 번 봤지. 주민들은 잘 모를겨. 근데 그게 만들 때부터 좀 희한하긴 했어요. 민물에 무슨 돌고래가 살아요. 그래서 안 어울린다고 말이 많았지. 실제로 금구천에 있는 은어나 올갱이면 모를까.

하다못해 옥천에서 잡힌다는 쏘가리나 민물고기도 아니고, 돌고래? 민물에 무슨 돌고래냐고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걸 은어라고 그러기도 하고. 청동색이라 색도 좀 그래서 흉물스럽다는 사람도 있고. 예산 낭비라는 사람들도 있고 뭐 그랬지."
 
'금구천 돌고래 가족'의 모습.
 "금구천 돌고래 가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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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길씨와 옥천부산물센타의 한 손님은 돌고래 세 마리 중 한 마리의 행방을 알고 있었다. 장맛비에 가장 먼저 사라진 돌고래 한 마리가 이원면 장찬리 고래마을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다는 것.

옥천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하나인 '도란도란 옥천맘'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을 찾을 수 있었다. "건강보험공단 뒤 물에 있던 돌고래들이 안 보이네요~ 어떻게 된 걸까요?"라는 질문글에 "장찬저수지 고래마을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답변과 돌고래 사진이 함께 게시된 것이다. 이원면 장찬리 송경숙 이장에게 확인한 결과 돌고래가 이원면 장찬리 고래마을에 있는 것이 맞았다.
 
'금구천 돌고래가 생각난다'는 댓글의 의미


2009년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금구천 돌고래는 한때 '예산 집행의 나쁜 예', '예산 낭비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어떤 이유로 설치된 것인지, 왜 돌고래가 만들어진 것인지 알려진 바가 없었고, 그 용도가 분수대였는지 아는 주민도 거의 없었다. <옥천신문> 1020호(2010년 2월 26일 자) '옥천의 얼굴 금구천, 어디까지 가봤니' 기사에서는 이 내용과 관련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돌고래가 들어섰다. 돌고래가 점프하는 형상 3개가 하천 가운데에 나란히 세워져 있는데 보는 이마다 '은어도 아니고, 강에 웬 돌고래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이마를 찌푸리기도 한다.

10년이 훌쩍 넘어 돌고래가 사라진 지금까지도 이 반응은 변하지도 잊히지도 않았다. 이후에도 예산 집행을 지적하는 기사에 '금구천 돌고래가 생각난다'는 댓글이 달리는 등 실제로 금구천 돌고래는 '예산 낭비의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었다.

2016년 <옥천향수신문> 기사에서도 "1800만 원을 들여 만든 돌고래 분수대가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각종 부유물로 고장이 나면서 사용이 중지되었는데, 수리비가 1천만 원 가까이 나온다는 것을 이유로 군에서는 그저 조형물로만 사용하겠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담당자 지정이 안 되어 있어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과 관리 비용과 수리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옥천군 허가처리과와 도시교통과 등에 돌고래의 행방을 여러 차례 문의한 결과 "금구천 돌고래가 설치될 당시가 2009년쯤인데 그 후 조직개편, 담당 공무원 휴직 등으로 지금은 돌고래 조형물과 관련된 정확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더 깊고 넓은 집 찾아간 돌고래, '장고'로 다시 태어나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찬리 '고래마을' 입구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찬리 "고래마을" 입구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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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장찬리 고래마을은 2018년을 전후로 장찬리 장찬저수지가 고래 모양을 닮은 것이 알려지며 붙여진 별명이다. 2014년부터 장찬리 이장을 맡은 송경숙씨는 고래마을이라는 이름을 통해 장찬리를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2018년부터는 장찬리 장터(고래마을 장터)를 열어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고구마·도라지 같은 농산물을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했고, 겨울에는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호떡 판매 수익금을 '호떡기금'이라는 이름의 장학금으로 기부한다.

'사랑해요 장찬리'라는 현수막과 정다운 벽화가 있는 마을 입구에는 분홍빛 타일로 만들어진 귀여운 돌고래가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금구천 돌고래는 아니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저수지를 따라 난 구불구불 언덕을 10분가량 올라가 고래마을에 다다르면 또 다른 고래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거대한 분홍 고래 캐릭터 '장고'다. 이 고래가 보이기 시작하면 장찬저수지 꼭대기, 즉 고래의 꼬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에는 미술작가이기도 한 송경숙 이장의 조소 작품을 전시하고 음료도 판매하는 소나무갤러리가 있다. 갤러리 앞 장찬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드디어 금구천 돌고래로 추정되는 돌고래 한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사진 속 청동 돌고래가 아닌, 색동 모자를 쓴 분홍돌고래 한 마리가 있는 것이다.

"몰라보겠죠? 예전 금구천 돌고래 분수 맞아요. 분수가 나오는 부분을 제거하고 마을 주민들이 분홍빛으로 색을 칠했어요. 원래 없던 꼬리와 모자도 만들어 붙인 거예요. 고래마을을 상징하는 '장고(장찬리 고래의 줄임말)'의 모습으로 변신한 거죠. 장고는 제가 이장이 되면서 장찬리 고래마을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만든 캐릭터인데, 분홍빛 몸과 모자가 포인트예요."

송경숙 이장의 말에 의하면 금구천 돌고래가 장찬리와 인연을 맺은 건 2020년 2월. 빗물에 부러진 금구천 돌고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송경숙 이장이 군에 문의하면서부터다. 이후 첫 번째 돌고래가 장찬리 고래마을로 이송됐고, 2020년 3월 손질을 거쳐 장찬리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에 설치됐다.

장고의 색동 모자에도 깊은 뜻이 있다. 장찬리를 둘러싼 산과 풍경을 담은 초록,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사랑을 담은 빨강, 마지막 노랑은 '모두가 합쳐져 맺을 결실'을 뜻한다.

"금구천에 있던 돌고래는 총 세 마리인데, 아마 가족을 생각하고 만든 것 같아요. 그중 두 번째로 큰 돌고래가 지금 '장고'가 된 돌고래예요. 저희는 이 돌고래가 엄마라고 추측해요."
 
송경숙 이장의 말에 의하면 금구천 돌고래가 장찬리와 인연을 맺은 건 2020년 2월.
 송경숙 이장의 말에 의하면 금구천 돌고래가 장찬리와 인연을 맺은 건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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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나머지 돌고래 두 마리도 장찬리로 오게 됐다. 아직 설치되지는 않았지만, 2021년부터 진행한 '풍경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 말, 나머지 두 마리 돌고래도 설치될 예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돌고래 세 가족은 더 깊고 넓은 물을 바라보며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사실을 금구천 마실지기 전병옥, 김동열씨와 옥천부산물센타 이창길씨 등에게 알리자, "나름 어울리는 집을 잘 찾아가 다행"이라는 반응. 하지만 "예고 없이 설치되고 홀연히 사라질 돌고래 조형물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역을 고려한 상징물을 알맞은 곳에 잘 설치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숨기지 못했다.

어찌됐든, 금구천 돌고래 세 가족은 '천덕꾸러기 조형물', '예산 낭비 상징물'로 불리던 때를 뒤로한 채 고래마을을 상징하는 분홍돌고래 '장고'로 다시 태어났다. 돌고래 가족에게도 이 일은 전화위복이 되었을 터.

이제 금구천 돌고래가 아닌 '장찬리 돌고래'로 넓고 깊은 물, 따뜻한 고래마을 주민들과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찬리 고래마을을 찾는 이들에게도, 금구천 돌고래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도 전화위복의 행운이 함께할 수 있기를!

월간옥이네 통권 56호(2022년 2월호)
글·사진 서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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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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