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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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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비현실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제대로 된 동맹을 만들지 못해 이런 사태에 직면했다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하고 있다.

지난 24일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는 "(우크라이나가) 신속히 나토에 가입해야 했습니다"라며 "동맹국이 없는 비동맹 국가의 외교적 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이번 사태입니다"라고 규정했다. 그런 뒤 "확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억지력만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라며 "저 윤석열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25일자 페이스북에선 "주한미군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든든함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라고 한 뒤 "저 윤석열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견해가 존중받도록 만들겠습니다"라고 끝맺었다.

역사적 사실을 따져보자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6일 오전(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 공격대와 교전 후 불발탄을 찾고 수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6일 오전(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 공격대와 교전 후 불발탄을 찾고 수거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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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크라이나가 '동맹이 없어서' 지금 상황에 처했다는 윤석열의 분석은 지난 30년간의 우크라이나 역사를 도외시한 결과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들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사적 균형이 깨진 계기는 소련 해체 3년 뒤인 1994년 12월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이다. 핵탄두 1700여 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0여 기, 전략핵폭격기 40대를 보유해 미국·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영국이 영토 및 독립을 보장해준다'는 조건 하에 핵무기 전부를 러시아에 넘겼다.

세계 비핵화를 위해 결단과 용기를 보여줬으므로,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영국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지켰어야 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독립을 어떻게든 보장했어야 마땅했다. 양해각서가 국제법적 효력이 있든 없든, 우크라이나가 그 정도의 포기를 감수했으니 적어도 미·영만큼은 의리를 지키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의리는 지켜지지 않았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그랬다. 미국은 러시아를 비판하고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그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군사적 제재 조치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2014년 상황이 지금도 재현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전만 해도 우크라이나를 지켜줄 것처럼 공언했던 미국은 지금은 다소 '다른 사람'이 돼 있다. 물론 미국이 참여하는 금융제재도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긴 하겠지만, 그 타격으로 인해 러시아가 휘청거리기 전에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쉽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94년 이후의 우크라이나 역사는 동맹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동맹을 과도하게 믿었기 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상호방위조약 같은 동맹조약은 아니지만 '핵무기를 포기하면 영토·독립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은 동맹 수준의, 혹은 그 이상의 강력한 약속이다. 그런 약속을 해준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으니, 동맹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동맹을 지나치게 신뢰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윤석열 후보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과 그 이후의 상황을 근거로 동맹의 중요성을 되레 역설한다. 그는 부다페스트 '동맹조약'이 아니라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된 것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입니다"라며 "1994년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라는 종이 각서 하나를 믿고 스스로 무장을 해제했습니다"라고 짚었다. 그런 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이 임박하자 이 각서를 근거로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간 각서라는 것이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휴짓조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인류의 역사"라며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신속히 나토에 가입해야 했습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런 다음에 나온 발언이 앞서 소개한 "동맹국이 없는 비동맹 국가의 외교적 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이번 사태입니다"라는 대목이다. 각서만 믿고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들어가지 않은 탓에 지금의 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나토에 신속히 가입했어야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나토 영상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나토 영상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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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조약도 아닌 양해각서만을 믿고 핵을 포기한 것은 미국을 그만큼 신뢰했음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미국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지 않고도, 나토에 들어가지 않고도 그렇게 했다는 것은 미국을 동맹국 이상으로 믿었음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는 동맹을 과도하게 신뢰한 결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종잇조각만 믿고 동맹의 중요성을 몰라서 생긴 일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맥락과 맞지 않다.

사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게 아니라 가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해야 정확하다. 나토에 가입하고자 했지만, 방해를 받아 가입하지 못했다. 러시아만 방해한 게 아니었다. 가입이 저지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가 펴낸 2008년 9월호 'e-Eurasia'에 이 연구센터 양오석 연구교수의 기고문 '그루지아의 외교안보정책: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실패'가 수록돼 있다. 이 기고문에 이런 대목이 있다.
 
"그루지야(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입 무산은 서방세계 정상들에 의해 그리 큰 지지를 받지 못한 편이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 전단계인 '회원국 행동계획(MAP)' 가입을 신청한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반대 외에도 서유럽 대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러시아 편에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신속히 결정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는 러시아가 흑해를 거쳐 지중해나 중동으로 진출할 때에 전략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국가들이다. 이 나라들의 나토 가입을 러시아가 반대하자, 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를 의식해 덩달아 반대했던 것이다. 위 기고문은 "(우크라이나·조지아의) 이들 정상들은 러시아·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그리고 독일의 반대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고 말한다.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반대하는 것은 러시아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들이 우크라이나의 동맹이 될 의사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 나라들과는 손을 잡지 않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후보는 손을 잡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고 보고 있다. "신속히 나토에 가입해야 했습니다"라고 주장한다. 신속히 가입하고자 했지만 신속히 거부당한 엄연한 사실을 간과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위 기고문에도 신속히 거부당한 정황이 소개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남들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 좋은 동맹을 만드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남의 원조 없이도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푸틴의 팽창주의 때문이기도 하고, 강대국을 지나치게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석열 후보가 적극 지지하는 바로 그 미국을 너무 믿은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신뢰하며 대북 및 대중국 냉전의 가속화를 역설하는 윤석열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에 물음표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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