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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활동가들이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을 요구하며 지난 2월 19일, 9일 동안의 천막농성을 마무리했다.
▲ 합천보 농성장 낙동강유역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활동가들이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을 요구하며 지난 2월 19일, 9일 동안의 천막농성을 마무리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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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9일간의 천막농성을 접고 농성장을 철수한 날이 지난 2월 19일이었다. 환경부는 활동가들이 떠난 그 즉시 수문을 닫고 합천보에 강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날로부터 딱 8일이 흘렀다. 낙동강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현장을 찾았다.

달성보부터 합천보까지 낙동강을 따라가면서 현장을 확인했다. 강은 다시 강물이 가득한 낙동강으로 변해 있었다. 낙동강이 강물만 그득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강은 단지 물그릇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은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생명의 공간이다. 모래톱도 있고 자갈과 수초도 있고 수변 환경이 다양하고 풍부해야 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살 수가 있다. 그런데 기껏 열렸던 수문이 닫히면서 다시 거대한 물그릇이 되고 만 것이다.

환경부는 합천보 수문개방 후 모니터링을 한다면서 수문을 연 후 고작 2개월 19일 만에 다시 합천보를 닫았다. 2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모니터링을 한 것이다. 적어도 5~6개월은 수문을 열어 놓아야 낙동강 생태환경의 변화를 파악해 모니터링 자료로라도 활용 가능할텐데 고작 2개월 19일로 무슨 모니터링이 될지 의문이다.

[# 장면1 - 박석진교] 모래톱이 사라졌다 
 
지난 1월 22일, 박석진교 아래 모래톱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과 그 가족들이 피케팅을 하면서 모래톱 걷기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박석진교 아래 모래톱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과 그 가족들이 피케팅을 하면서 모래톱 걷기를 하고 있다.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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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수문을 닫고 강물을 가두자 거대한 물그릇이 만들어졌다.
 합천보 수문을 닫고 강물을 가두자 거대한 물그릇이 만들어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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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수문이 닫힌 낙동강을 달성보에서부터 시작해 합천보로 이동하면서 낙동강을 살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박석진교다. 박석진교 아래는 합천보 개방으로 넓은 모래톱이 돌아온 곳이다. 그래서 그 모래톱에서 지난 1월 22일 시민들과 함께 낙동강 모래톱 걷기 행사를 하면서 "물 채우지 마!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피케팅을 했던 곳이다. 30여 명의 시민들이 피켓팅을 하고 모래톱을 따라 걸었던 그곳이 모두 수장당했다.

모래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검푸른 강물만 그곳에 가득했다. 저 멀리 고라니와 천연기념물 독수리가 앉아서 쉬던 그 모래톱도 모두 물에 잠겨버리고 생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이런 강이 우리가 원하던 모습일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대강 재자연화를 "친수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4대강을 수문이 닫힌 채로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다. 낙동강을 물만 가득한 지금의 모습 그대로 두겠다는 말이다. 

동의하기 어렵다. 당리당략이 아니라면 절대 선택할 수 없는 게 지금 낙동강 모습이다. 낙동강은 농업용수가 필요한 농민들만 이용하는 게 아니다. 새와 고라니, 삵, 수달과 같은 야생동물도 이용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마실 물을 이곳에서 얻는다.

강이 건강해야 우리가 건강한 물을 얻을 수 있다. 물만 가득한 작금의 강은 전혀 건강한 강이 아니다. 날씨만 조금 풀리면 나타나는 녹조라떼. 그 속에 든 청산가리가 100배나 되는 녹조 독소가 도사리고 있다. 건강은커녕 도리어 대단히 위험천만한 강이 되어있는 것이다.

[#장면2 - 우곡교] 새들도 사라졌다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나타난 우곡교 상류의 모래톱. 이 모래톱 위에 백로와 왜가리, 독수리가 앉아 쉬고 있었다.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나타난 우곡교 상류의 모래톱. 이 모래톱 위에 백로와 왜가리, 독수리가 앉아 쉬고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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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앉아 쉬던 독특한 모양의 모래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겨울임에도 강은 녹조 빛깔을 띠고 있다.
 새들이 앉아 쉬던 독특한 모양의 모래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겨울임에도 강은 녹조 빛깔을 띠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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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진교를 뒤로 하고 도동서원을 거쳐 다다른 곳은 우곡교다. 합천보가 열렸을 당시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에는 기하학적 모양을 한 모래톱이 신비하게도 드러나 있었다. 그 톱날 같은 모래톱 위에 백로와 왜가리 그리고 독수리와 같은 새들이 날아와 쉬고 있었다. 평화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모래톱도 모두 사라지고 없다. 새들도 흔적조차 없다. 그 많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서 지친 날개를 쉬고 있을까? 작금의 낙동강은 야생동물들에게 쉼의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누가 낙동강을 이렇게 만들었나.  

[#장면3 - 합천보 상류 어부선착장] 아이들이 놀던 공간이 사라졌다 

우곡교를 벗어나 이제 합천보로 향했다. 이동하는 내내 단조로운 강이다. 물만 가득한 호수가 된 낙동강. 지난 10년 동안 지겹도록 보아온 바로 그 풍경이다. 합천보 상류 이방면 장천리 어부선착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낙동강유역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활동가들이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이어갔던 바로 그 현장이다.
 
합천보 상류 700미터 지점에 차려졌던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촉구 천막농성장의 모습이다. 넓은 모래톱 위에 차려진 농성장이다.
▲ 합천보 천막농성장 합천보 상류 700미터 지점에 차려졌던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촉구 천막농성장의 모습이다. 넓은 모래톱 위에 차려진 농성장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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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이 있던 모래톱은 모두 물에 수장당했다. 먼 산이 그곳에 농성장이 있었음을 가늠해주고 있을 뿐이다.
 농성장이 있던 모래톱은 모두 물에 수장당했다. 먼 산이 그곳에 농성장이 있었음을 가늠해주고 있을 뿐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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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이 있던 그 모래톱도 모두 물에 잠겨 버렸다. 농성장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맞은편 산의 모습으로 그곳에 농성장이 있었음을 확인할 뿐이다. 그 상류에 드넓게 펼쳐졌던 그 아름답던 은백의 모래톱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독수리가 먹이를 뜯던 그 모래톱도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 아이들이 배구와 피구를 하며 뒹굴고, 두꺼비집을 만들던 그 모래톱도 모두 수장되고 시퍼런 강물만이 단조롭게도 가득할 뿐이다.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낙동강 은백색 모래톱. 이것이 낙동강의 본래 모습이다.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낙동강 은백색 모래톱. 이것이 낙동강의 본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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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름답던 은백의 모래톱은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한 낙동강
 그 아름답던 은백의 모래톱은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한 낙동강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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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4- 회천] 아름다운 삼각주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상류로 올라가면 낙동강의 지천 회천을 만나게 된다. 합천보가 열렸을 때 회천은 넓은 은백의 모래톱 위를 낮은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전형적인 모래강의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은 모래강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내성천의 그것에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내성천의 모래톱이 지금은 식생(풀과 나무)이 들어와서 옛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이곳 회천이 더 아름다운 모래톱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합천보 담수와 함께 이곳 회천의 아름다운 모래톱도 수장당했다.
 
모래의 강 내성천 못지않은 아름다운 모래톱 보유한 회천의 독특한 모습
▲ 모래의 강 회천 모래의 강 내성천 못지않은 아름다운 모래톱 보유한 회천의 독특한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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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담수로 회천의 모래톱이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한 회천. 이 모습이 정녕 아름다운가?
 합천보 담수로 회천의 모래톱이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한 회천. 이 모습이 정녕 아름다운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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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은 5~6킬로미터 상류까지 올라가서 그곳까지 모래톱을 모두 잠식해 버렸다. 모래의 강 회천도 거대한 물그릇으로 바뀌었다.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부에 만들어졌던 그 아름다운 삼각주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유유히 흘렀던 강은 합천보로 막혀 흐름을 거세당했다. 이렇듯 합천보는 낙동강의 지천까지 잠식해 버렸다.

[#장면5 - 낙동강 주변] 모든 것들이 강물 속으로 잠겨 버렸다 

합천보 수문이 개방된 지난 2개월 19일 동안 낙동강은 생기가 돌았다. 낙동강이 비로소 흘렀고, 모래톱이 드러났고, 그 위를 새들과 야생동물들이 찾았다. 낙동강이 비로소 생명력을 얻었다. 그 모습이 영원하길 바랐다.

그러나 정확히 지난 2월 19일부터 합천보에 물이 채워지기 시작하더니 8일만인 27일 모든 것들이 강물 속으로 잠겨 버렸다. 새들과 수달과 고라니가 놀러왔던 그 발자국들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모두 강물 속으로 잠겨 버렸다. 안타까웠다.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은백의 모래톱 위에 천연기념물 독수리가 앉아 쉬고 있다. 모래톱은 이들 대형 조류들에게 중요한 쉼터이다.
 합천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은백의 모래톱 위에 천연기념물 독수리가 앉아 쉬고 있다. 모래톱은 이들 대형 조류들에게 중요한 쉼터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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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에 물을 채우자 독수리가 쉬던 그 모래톱도 완전히 물에 잠겨버렸다. 물만 가득한 낙동강이 되어버렸다.
 합천보에 물을 채우자 독수리가 쉬던 그 모래톱도 완전히 물에 잠겨버렸다. 물만 가득한 낙동강이 되어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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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올해 합천보의 수문을 닫게 만든 달성군 소유 양수장 2곳의 구조개선공사를 바로 시작하기로 환경부와 이곳 농민들과 합의했다. 그래서 내년 여름 전에 공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2023년 가을부터 합천보를 개방해서 2024년 모내기철까지는 합천보 개방을 올해보다 더 연장할 수 있게 된다. 농어촌공사 소유 다른 양수장들의 구조개선도 올해 안에 가능하다면 합천보 상시개방도 가능하다.

그날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낙동강 뭇 생명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간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면서 4대강사업을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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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뚫리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지향하는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낙동 대구'(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를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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