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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악한 자들에 의해 위협받는 것이 아니라, 악을 허용하는 자들에 의해 위협받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Die Welt wird nicht bedroht von den Menschen, die böse sind, sondern von denen, die das Böse zulassen.- Albert Einstein
 
푸틴의 야망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80년 만에 유럽이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푸틴이 전쟁과 상황에 따라서는 2024 재선 위기 감수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과 나토 중심의 현 유럽 안보 질서를 흔들어 새롭게 재편하고자 함이다. 그가 전쟁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패권 국가인 미국(1위)과 중국(2위)보다 뒤처진 러시아(11위)의 경제적 열등감 때문이기도 하다. 천연가스, 석유, 석탄 등 에너지 자원 수출에만 의존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낮은 러시아 경제로 앞으로 국제적 지위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푸틴에게 군사력과 전쟁만이 국제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왜 지금?

푸틴이 지금 침공을 시작한 것은 서구 핵심 나토 회원국들의 국내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은 유럽에서 한발 물러서 내정에 집중하기를 원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에도 유럽 안보는 유럽에 맡기고 더 중대한 사안인 대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프랑스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대외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운 형편이고 독일은 새 정부 출범 후 대러시아 외교 노선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또한 유럽방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던 영국은 EU 탈퇴하여 유럽대륙 안보에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즉 누구도 이 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전쟁 직전까지도 미국과 서유럽은 소극적이었고 미미한 제재만을 발표했었다. 또한 트럼프 정부 이후 유럽의 대미신뢰는 현저히 약화 되어 있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국은 유럽 나토 가입국들과 관계를 강화할 의지를 보였으나 현실적으로 미국 내정과 향후 중간선거 등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직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 군산 복합체는 환영하겠으나 인플레이션, 무역 악화 등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전쟁국면에 따라 2차 대전 때와 같이 미국의 애국주의와 결합 가능성이 남아있어 전쟁에 한 발 더 깊게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핵무기가 투입될 수 있는 3차 대전의 위험으로 개입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유럽연합 가입과 나토 가입을 공약하며 당선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친서방 정책을 가속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스크 합의를 거부했다. 지난 2월 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상황 해소를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고위 당국자들이 모여 논의(노망디 포맷)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푸틴의 전략적 목표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22년간 다진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글로벌 헤게모니 질서가 미국 단일 패권에서 미중(美中)을 필두로 양극 체재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도 패권국가의 한 극(몫)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선포한 것이다. 소연방 해체 후 러시아를 무시하고 추진된 나토 동진을 더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유럽 안보 질서 재편에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우선 크림반도와 돈바스 합병하여 크림반도로 연결되는 육로를 얻고 흑해로 진출하는 거점 군항(마리우폴)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와 접경한 구소연방 독립국 중에서 민주주의의 실험을 시도했던 우크라이나에서 만약 친 서방 민주주의가 성공한다면 이는 독재자 푸틴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푸틴은 장기적으로 외부 갈등(전쟁)을 통해 러시아 국가주의에 근거한 (제정러시아 및 구소련)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현재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러시아 권력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사실 군사적 압력을 바탕으로 벼랑 끝 전술로 양보를 얻어 내려 한 푸틴은 미국의 강경한 입장과 나토의 단일적이고 일관된 대응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이 사태는 그동안 뇌사 상태라고 비판받으며 불투명했던 나토의 존재가치와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유럽의 친서방주의 가속

이제 신냉전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결 구도는 과거와 같은 바르샤바 조약기구 대 나토가 아니라 러시아 대 나토 또는 러시아-중국 대 서방 세력으로 재편될 것이다. 전쟁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동구 국가들에 적극적 나토가입 동기가 부여되고 장기적으로 친 유럽 정서가 동유럽 전체에 확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는 향후 푸틴이 희망하는 러시아 중심의 (소비에트) 세력권을 재건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신(新)군비경쟁 돌입

히틀러에 대한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으로 2차 대전의 비극을 초래한 유럽, 특히 전 총리 슈뢰더를 필두로 대러시아 유화정책을 고집해온 독일은 (에너지) 경제난, 대량 난민사태, 유럽 안보 질서 교란 등 전략적 실책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 같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 국방력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기사: 독일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결정하다 참고)

27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추가로 천억 유로(135조) 상당의 국방비 증액을 공언했다. (2022년 한해 한국 국방예산 54조, 독일 국방예산 49조) 서유럽 각국에서 국방비 증액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가 잦아지는 희망의 봄을 기대했지만 전쟁 그리고 신냉전 군비경쟁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유럽을 엄습했다.

태그:#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군비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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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ie Universitat Berlin, Department of History and Cultural Studies (Researcher, Lectu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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