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오른발 유효 슛 순간 ⓒ 심재철
기성용의 오른팔에 두 번 맞은 공 중 하나는 자책골로 기록됐지만 나머지 하나는 긴 시간 VAR 영상 판독 후 핸드 볼 파울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들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난 시점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이렇게 인경전(仁京戰), 경인 더비는 어느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이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FC 서울의 2022 K리그 1 시즌 첫 더비 매치가 26일(토)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렸고 박진감 넘친 게임 결과는 양 팀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기며 1-1로 끝났다. 극적인 동점골 주인공이 인천 유나이티드 FC 출신 윙백 김진야(FC 서울)였기에 더비 매치의 여운이 더 길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기성용의 오른팔에 두 번 맞은 공
공 점유율만 놓고 보면 어웨이 팀 FC 서울의 완승으로 보였다. 66.9%를 점유한 FC 서울은 역시 안익수 감독이 팀을 완전히 바꿔놓은 모습 그대로였다. 압박 수비가 놀라웠고 이를 바탕에 둔 역습은 빠르고 위협적이었다. 이 흐름은 두 팀의 패스 기록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났다. FC 서울이 패스 성공률 82.8%(589/711개)로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63.7%(215/337개)를 압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효 슛 기록(인천 유나이티드 FC 5개, FC 서울 2개)은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앞섰다. 시즌 첫 게임부터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린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 덕분이었다. 무고사는 86분을 뛰며 4개의 슛 기록을 남겼는데 그것 모두가 양한빈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FC 서울 골문 안으로 날아간 유효 슛이었다.
▲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송시우를 에워싼 FC 서울의 필드 플레이어들 ⓒ 심재철
게임 시작 후 19분 만에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골이 먼저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도혁이 부드러운 왼발 터닝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믿고 반대쪽으로 돌아들어간 스테판 무고사가 파워 헤더 슛을 날렸다. 이 공이 양한빈 골키퍼의 글러브에 맞고 골 라인 위로 떨어졌을 때 홍시후가 달려들어 오른쪽 어깨를 내밀었고 이를 막아내기 위해 따라들어간 FC 서울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의 오른팔에 맞고 자책골이 된 것이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어웨이 팀 FC 서울의 공격이 매서웠다. 후반전 시작할 때 이태석 대신 들어온 김진야가 잊을 수 없는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74분, 오른쪽 측면에서 '지동원-기성용-고요한'으로 이어진 짧고 정확한 패스 흐름이 완벽했고 이 연결을 받은 김진야가 인천 유나이티드 FC 교체 수비수 델브리지를 따돌린 뒤 오른발 동점골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유스 팀 대건고등학교를 거쳐 2017년 프로 무대를 밟은 뒤 73게임(1득점 3도움)을 뛰고 라이벌 팀 FC 서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진야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여 첫 골을 터뜨린 날이 하필이면 친정 팀과의 어웨이 게임이었으니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이 달려들어 축하해 주었지만 김진야는 활짝 웃지도 못하고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손짓으로 친정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 4618명의 팬들 앞에서 예의를 갖췄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에 FC 서울의 기성용은 또 하나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교체 선수 아길라르가 찔러준 공을 받은 김도혁이 이용재를 겨냥하여 오른발로 살짝 들어올리는 패스를 시도한 순간 바로 앞 기성용의 오른팔에 맞은 것이었다.
누가 봐도 핸드 볼 반칙 순간이었지만 VAR 온 필드 리뷰 절차를 거친 김동진 주심은 의도적으로 팔을 뻗어 공의 진행 방향을 막은 것은 아니라는 판단으로 게임을 그냥 끝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홈팬들은 아쉬운 탄식을 내뱉었고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질렸던 기성용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 킥 오프 직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파랑검정)가 펼쳐든 반전 펼침막 ⓒ 심재철
한편 킥 오프 직전 양쪽 서포터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추라는 손글씨 펼침막을 들어올리며 같은 목소리를 울려퍼지게 했다.
2022 K리그 1 결과(2월 26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FC 서울 [득점 : 기성용(19분,자책골) / 김진야(74분,도움-고요한)]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김도혁, 무고사(86분↔이용재), 홍시후(29분↔송시우)
MF : 강윤구, 이명주(72분↔델브리지), 여름, 김보섭(86분↔민경현)
DF : 김동민, 이강현(86분↔아길라르), 강민수
GK : 김동헌
FC 서울 선수들
FW : 나상호, 강성진(60분↔김신진), 조영욱(69분↔권성윤)
MF : 기성용, 팔로세비치(60분↔지동원), 고요한
DF : 이태석(46분↔김진야), 오스마르, 이한범, 윤종규
GK : 양한빈☞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