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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회 삼일절을 앞두고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이선우 지사 묘역에 103개의  태극기가 설치됐다
 제103회 삼일절을 앞두고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이선우 지사 묘역에 103개의 태극기가 설치됐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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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전남 여수시 화장동 산 143번지 무선산 국군 묘지에서 여수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이선우 지사 묘역에 103개의 태극기를 날리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정채호 전 여천시장, 윤치홍 여수독립운동가협회장과 후손 이채희씨를 비롯해 12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삼일운동이 열린 1919년 3월 1일부터 전국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는 항일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여수에서는 독립만세를 부르지 못했다. 이때 젊은이들이 모여 "1919년 해가 저물기 전에 여수에서도 독립만세를 부르자"고 결의해 1919년이 끝나기 전인 12월 20일(여수 장날)에 거사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당시 여수공립수산학교(수산대학교 전신)에 재학 중이던 이선우(당시 20세)를 비롯한 친구 3명은 '종포'에서 회합 후 19일 덕충동에서 태극기 120개를 제작했다. 진남관 부속건물에 있던 학교 기숙사에 돌아온 이선우는 수산학교 학생들과 보통학교 졸업생 친구들에게 거사일이 20일이라면서 독려하기 위해 다녔다.

그런데 갑자기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 경찰이 해안가에서 올라와 학교를 포위하고 종고산 방향에서 내려와 학교를 포위해 만세운동을 기획했던 주동자들을 검거했다. 후손인 이동희씨가 <독립운동사> '제3권 여수군편'에 기록된 내용에 근거해서 한 말이다.

"기록을 보면 일본 경찰 1대라고 적혔는데 일본 경찰 1대는 몇 명인지 모릅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밀고자에 의해 발각돼 체포됐다고 합니다."

이선우를 비롯한 만세운동을 기획했던 주동자들은 고문을 받은 후 대구형무소에서 6개월간 복역 후 석방됐다. 석방된 이선우는 "독립만세운동만 나라를 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며 교육 운동에 뛰어들었다. 
국민을 계몽하는 길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며 사재를 털어 설립한 미평학교 제2회 졸업생들과 기념촬영(1936년)한 이선우 지사 모습(맨 중앙)
 국민을 계몽하는 길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며 사재를 털어 설립한 미평학교 제2회 졸업생들과 기념촬영(1936년)한 이선우 지사 모습(맨 중앙)
ⓒ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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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설립한 학교 학생들과 기념촬영(1937년)한 이선우. 모자를 썼지만 두루마기 입은 학생도 보인다
 자신이 설립한 학교 학생들과 기념촬영(1937년)한 이선우. 모자를 썼지만 두루마기 입은 학생도 보인다
ⓒ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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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계몽하는 길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 이선우는 사재를 털어 현천학원(1921년), 쌍봉학원, 보성학원의 3개 사립학교를 설립했다. 그가 세운 학교 이름에 '학원'이란 이름이 들어갔지만 당시의 '학원'은 현재의 학교를 지칭한다.

해방 후 교육당국에서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소라남초등학교 교장으로 발령했다. 그후 여수 소재 여러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1961년 8월에 정년 퇴임한 그는 퇴임 한 달만에 세상을 떠났다.

"고문 후유증으로 몸이 상했지만 학교에 재임 중 긴장을 풀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퇴임하자마자 긴장이 풀려 돌아가신 것 같다"고 말한 이동희씨가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한 말이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이선우 지사 묘역에 태극기를 설치한 후 기념촬영한 후손과 참석자들 모습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이선우 지사 묘역에 태극기를 설치한 후 기념촬영한 후손과 참석자들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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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이선우 지사 묘역입구에 설치된 태극기 모습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이선우 지사 묘역입구에 설치된 태극기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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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뒤늦게나마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쫒아다니면서 미루어 짐작컨대 굉장히 힘든 길을 묵묵히 가셨을 것으로 압니다. 할아버지의 유지를 가슴 깊이 새기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뿌듯함에 전율이 솟을 때가 많아요. 할아버지한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에 헌신했을 뿐만 아니라 38년 동안 나라의 동량재를 키운 이선우 지사의 영면을 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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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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