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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사표 논란'입니다. 사표(死票)란 죽은 표를 말합니다. 사표를 단어 그대로를 읽으면, 후보가 아닌 사람에게 던지는 표가 아닐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표의 사전적 정의는 '낙선한 후보에게 던지는 표'를 의미합니다.

낙선한 후보라면, 본래 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말할 것인데, 어떻게 '결과도 나오기 전에 어떻게 사표가 될 수 있지?'라고 의아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누구도 의아해 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선거후보자
 대통령선거후보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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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누가 대통령이 될까요? 이렇게 묻는다면, 분명 의견은 갈릴 것입니다. 1번 민주당이나 2번 국민의힘 후보 중에 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이죠. 워낙 양쪽이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에 의견 일치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어쩌면 정치적 견해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부부 사이에도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데요. 만약 다수당인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이 될까, 아니면 소수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될까 묻는다면 답변은 어떻게 될까요?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견이 없는 질문과 답입니다.

이러한 이견이 없는 합의가 나온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또는 '당연한 현상이다'라고만 생각하십니까. 이것이 두 당의 정치 선전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신지요?

먼저 생각해야 할 문제 하나가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양당의 독식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양당의 파벌과 줄서기에 따르는 정치가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누가 당선돼도 국민의 반은 불만족

국민의힘 지지자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망할까요? 반대로 민주당 지지자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망할까요? 두 당의 주장, 그 명제의 값이 사실이라면, 누가 당선돼도 대한민국은 망하게 돼 있습니다.

군사독재정권은 논외로 하더라도 보수와 진보 정권 때문에 대한민국이 후퇴한 적이 있습니까. 일시적으로 경제가 후퇴한 적은 있습니다. 외환위기가 가장 대표적인 장애요소였습니다. 그런데요 외환위기가 정권의 문제였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코로나가 한참입니다. 코로나가 현 정권의 실정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까. 국민의힘에서는 부동산 폭등 문제를 거론하는데요. 과연 부동산 문제가 정권의 '의도된' 행위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에 휩쓸린 것뿐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같은 문제에 휩쓸릴 것입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그것이 처음 맞이하는 위기라면,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당황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고한 양당 체제가 부정부패를 만든다

저는 공고한 양당의 체제의 문제가 부정부패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감시자'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계적인 위기상황에 유기적인 대처가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들어야 할 목소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제1야당의 목소리만 귀 기울일 뿐, 나머지 야당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일 이유가 필요가 없어져버립니다. 나머지 야당의 목소리는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불안하겠지만, 불안해 할 이유 없습니다. 불안해한다는 것은, 양당의 정치선전에 휩쓸린 것입니다. 누가 되어도 대한민국의 진로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대통령 한 명만이 모든 선택을 주장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만약 그 누구라도 그릇된 선택을 한다면, 중간선거 성격을 띠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투표로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사표 논란'이 있더라도 양당의 정치선전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소신에 따르는 투표, 소수에게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투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를 살아가는 한명의 시민으로서 소중한 '정치적인 의사'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을 것입니다.

태그:#20대 대선, #대선후보자, #소수당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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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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