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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좌파'란 누구를 지칭하는 말일까? 단어의 기원이 어떻든 '강남좌파'를 '강남에 사는데도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이해해도 무리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회 고위층 인사들은 지금의 체제를 지키려는 보수정당을 지지할 것 같은데, 강남좌파들은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용어의 창시자 강준만 교수는 <한겨레신문> 칼럼에서 강남좌파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실제로 프랑스에도 사회당을 지지하는 사회 고위층을 일컫는 '캐비어 좌파(Gauche caviar)'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다만 강남좌파 현상을 데이터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반론들이 있는데, 실제로 지난 20·21대 총선에서 강남 3구에 배정된 8석 가운데 대부분을 보수정당이 휩쓴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 고위층의 대다수는 여전히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것일까? 강남좌파는 일부 사회 고위층의 예외적인 움직임에 불과한 것일까?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교수가 얼마 전 발표한 논문에서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피케티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민주주의 국가 21개국의 선거 결과를 토대로 사회 고위층이 정치적으로 둘로 쪼개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피케티 교수에 따르면 1950~1960년대만 해도 이들 21개국에서 대체로 저소득·저학력 인구가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사회 고위층인 고학력·고소득 인구는 보수정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점차 고학력 유권자가 선거에서 진보정당을 지지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상당수 고학력 유권자가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있다. 고학력 유권자들과는 달리 많은 수의 고소득 유권자들은 여전히 보수정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 피케티 교수는 이 현상을 사회 고위층 사이에서의 지지하는 정당이 달라지는 정치적 분열(Political Cleavage)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들 21개국에서 사회 고위층 사이의 정치적 분열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World Political Cleavages and Inequality Database에 따르면, 2000년 총선에서 상위 10% 학력 수준을 가지고 있는 고학력 유권자들은 그 외 유권자들보다 약 5%p 더 보수정당을 지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꾸준히 감소하여 고학력 유권자들의 경우 2016년 총선에서는 오히려 그 외 유권자보다 3%p 낮게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역전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 총선에서 소득 상위 10%의 고소득 유권자들 사이에서는역전현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한국사회에서도 고학력 유권자들과 고소득 유권자들 사이의 정치적 분열이 발생한 셈인데,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사회 고위층인 이른바 강남좌파가 부분적으로 실재한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다만 '강남좌파'라는 단어가 고학력 유권자와 고소득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적 분열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강남좌파 현상으로 설명하는 것은 반쪽짜리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사회 고학력 유권자들의 진보정당 지지 역전현상으로 사회 고위층의 진보정당 지지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강남좌파'보다는 'SKY 좌파'가 현재의 상황을 더 잘 설명하는 단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의도와 달리 특정 대학 구성원들의 진보정당 지지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로 오해될 여지가 있긴 하겠지만.

덧붙이는 글 | 자세한 데이터는 World Political Cleavages and Inequality Database (https://wpid.world/)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Amory Gethin, Clara Martinez-Toledano, Thomas Piketty (2022), BRAHMIN LEFT VERSUS MERCHANT RIGHT: CHANGING POLITICAL CLEAVAGES IN 21 WESTERN DEMOCRACIES, 1948–2020,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Vol. 132 (1)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의사항은 sehyun.hong@ehess.fr 로 연락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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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는 세무학과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신입생 첫 수업 과제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고 감명 받은 바람에, 회계사, 세무사,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다른 동기생들과 다르게 프랑스로 떠나, 바게뜨와 크로와상만 주구장창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위안인 점은 프랑스 빵이 정말 맛있다는 점과 토마 피케티를 매일 본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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