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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에 다시 탈이 났다. 몇 년 전부터 무릎이 안 좋아 병원에 꽤 오래 다녔지만 최근에는 특별히 많이 아프지는 않아 좋아졌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조금씩은 아팠지만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고 출퇴근할 때 지하철 역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에도 크게 무리는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강한 통증이 생겨 평지는 그럭저럭 걸었지만 계단을 오르기는 힘들었다. 병원에서는 무릎 관절에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처방받은 약을 먹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무릎을 많이 쓰지 말라고 하는데 출근은 해야 하니 지하철을 탈 때는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지하철 역 엘리베이터 이용하기

지하철 역 에스컬레이터가 첫 관문이었다. 에스컬레이터에 타려면 계단을 열 몇 개 올라야 한다. 돌아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주로 노인들이 많이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출퇴근 시간이라 붐비는지 아니면 늘 붐비는지 모르겠다. 주로 계단으로 걸어다녀서 지나치면서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무리해서 타지 않으려고 뒤로 물러나 서 있었다. 되도록 줄 서 있는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 내 모습이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될 것 같으리라는 지레짐작 때문이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부딪히는 무례한 눈빛이 그런 생각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개찰구로 지나 다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이번에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도 되지만 내가 올라간 방향의 반대편 방향으로 가야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려면 머릿속으로 지도를 잘 그려야 한다. 걸어 다닐 때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사항들이 다리가 불편해지자 절대 고려사항이 되었다.
     
전철 1호선 엘리베이터 안내
 전철 1호선 엘리베이터 안내
ⓒ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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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갈아타고자 신도림역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찾아 지하 1층에서 내렸다. 1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면 지하 2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방금 탔던 엘리베이터는 2호선 지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한 층을 내려가야 한다.

신도림역의 환승 구간은 꽤 넓었고 엘리베이터가 어디쯤 있는지 찾기 어려웠다. 그동안에는 익숙한 길로만 다녀서 다른 곳에 무엇이 있는지 관심이 없었다.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복잡하게 놓여있고 엘리베이터 안내는 많지 않았다. 한참을 왔다 갔다 하다가 엘리베이터 그림을 보고 따라 갔다. 좀 전에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던 할머니들은 이미 그곳에 기다리고 있었다.

2호선을 타고 목적지에 내려서 승강장에서 개찰구가 있는 층으로 가려고 또 한 번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그리고 드디어 지하철역의 바깥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집 근처 지하철 역부터 직장 근처 지하철 역까지 총 여섯 번의 엘리베이터 찾기와 타고 내리기가 필요했다. 걸어서 계단을 이용할 때에 비하면 이동 속도를 고려해도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집으로 갈 때는 더 복잡했다. 신도림역에서 아침에 탔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더니 집으로 가는 반대방향 승강장이 나왔다. 잠깐만 집중을 놓치면 이동시간은 몇 배로 늘어난다. 그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반대 방향으로 넘어갈까 싶었지만 워낙 복잡한 곳이라 위로 올라가서 건너가는 곳이 없으면 다시 내려와야 할 것이었다.

내려가서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매일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보았던 엘리베이터다. 일반 열차 타는 곳과 급행열차 타는 곳으로 가는 두 개의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한 번도 어디로 가는지 관심 없었다. 바쁜 시간에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요리조리 엘리베이터를 피해 걸어가야 했을 때 왜 이렇게 엘리베이터가 진로를 방해하면서 여러 개일까 생각했던 적은 있었다.

 
전철 1호선 엘리베이터 안내
 전철 1호선 엘리베이터 안내
ⓒ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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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에는 꼭 엘리베이터를 고집하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는 곳이면 그렇게 해 보기로 했다. 일부러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지만 가까운 에스컬레이터라면 계단을 직접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니까 오케이다.

신도림역에서 지하 1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이동 거리가 멀어서 문제였다. 계단 옆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던 생각을 하면서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봐도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없다.

내가 봤던 것은 올라가는 방향이었다. 역시 주의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계단은 양방향 가능이니까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는 방향이 중요한 문제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러 걸으면서 그동안 얼마나 이러한 것들에 무심했었는지 생각했다.

장애인 연대의 시위를 겪으며

몇 주 전 뮤지컬 공연을 보려고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이제 두 개만 지나면 내릴 역이었지만 지하철은 출입문을 연 채로 십분 가까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장애인 연대의 시위가 있어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공연까지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급기야 서서 읽던 책에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만약 아주 급하게 가야 하는 사정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애가 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뉴스에서는 전국 장애인차별철폐 연대에서 수 주간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 시위로 인해 지각한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시위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하는 시위는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다. 단지 며칠의 경험으로 시위하는 분들의 심정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가 겪어보지 않았다면 생각하지도 않았을 일이다. 비교적 체계적으로 보이는 지하철 역 엘리베이터 문제도 이렇게 복잡하고 불편하리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얼마 후 무릎 통증이 나으면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보며 허탈하게 계단 한 칸 한 칸을 짚으며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이동이 불편하지 않은 대부분의 날을 살며,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고 있었다.

며칠째 집 근처 지하철 역에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다. 걸어서 올라갈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만 마음을 열어 관점을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면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기자의 블로그에도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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