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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소속이었던 나는 이제 충남여성가족연구원 소속이 되었다. 기관 명칭이 2월부터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기관명을 정할 때 많은 고심이 있었다. 고백하자면, 난 여성가족부를 비롯하여 전국 여성가족연구원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름은 곧 상징인데, '여성+가족'에서 오는 반감과(도대체 가족 없이는 여성이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인가) '여성'이라는 성별 구분으로(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몰아넣는 것 같은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만일 백인을 위한, 백인에 의한, 백인의 세상이라면?? 그리고 그 속에서 배제돼왔던 다른 인종을 위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 (사실 현재도 존재하는 차별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백인처럼 되는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한가? 그럼 백인 옆에 있으면서 스스로 그들에게 비비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그들이 나를 위해 호혜를 베풀어줄 것이다. 이 역시 불편한가? 그렇다면 어렵지만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투쟁이다. 백인을 위한, 백인에 의한, 백인의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은 모든 부서에 다른 인종을 배려한 정책을 만들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것을 허락할 리 만무하다. 기득권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힘든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 시작은 백인의 세상이었음을 드러내는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 

  다시 돌아가 위의 인종차별을 성차별로 바꿔보자. 여성+가족부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때 여성이 호명된 이유는 '여자'만 더 위해야 한다거나 '여자'로 세상을 전복시켜야 한다는 주장 따위가 아니다. 이 단어는 지금의 '남성-이성애-자본인간 중심적 경제체제' 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다른 이들을 대신한다. 그동안 안락한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가족의 공간인 '집'을 예로 들어보자. 이 '집'이라는 공간은 상당수 청소년과 여성들에게 가부장적 폭력이 행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더믹 국면에서 '가정폭력'이 많이 증가한다는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뿐인가. 여성과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자본주의가 원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임신·출산·양육·돌봄을 담당하는 여성 노동은 부불노동(돈을 지불하지 않는 노동)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부장적 경제시스템에서 여성과 청소년의 (노동력) 가치는 없다. 그래서 '여성+가족부'가 담고 있는 뜻은 그동안 자본주의-가부장제 시스템에서 사적 영역으로만 평가받아 왔던 여성과 가족을 명시함으로써 그 속에 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여성, 아동, 청소년의 문제를 드러낸다. 즉, 여성+가족부의 여성은 여성이면서 동시에 여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원한다. 성별로 구별하지 않고 피부색으로 평가받지 않는 사회를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저절로 올 리 없지 않은가. 여성+가족부가 없어도 되는 세상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필요한 역설... 어쩌면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모든 운동이 가진 운명이다. 페미니스트 역사학자 조운 W. 스콧은 '페미니즘, 위대한 역설'이라는 책을 썼다. 이를 두고 여성학자 전희경은 이렇게 표현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가는 약자들은 서로 모순돼 보이는 과업을 동시에 추구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똑바로 서려는 노력과 운동장의 기울기 자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여성의 본질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 그것이 페미니즘"이라고 말이다. 

  누가 누가 더 센 지 대결해서 결국 게임의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체제를 바꾸자는 것. 인간은 결국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에 그 약함을 서로 돌보고 책임지자는 것. 그 대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논의하자는 것. 그것이 '여성+가족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여성가족부폐지'라는 밑도 끝도 없는 가벼운 일곱 글자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이 결코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대전충남인권연대 이채민 회원의 기고글입니다.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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