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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유난히 외로움과 가까운 사람이다. 많은 날들을 혼자서 생각하고,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긴다. 글쓰기는 내 삶의 또 다른 도전이었고 꿈이었다. 나는 사람과 만나서 말을 많이 하는 걸 즐기지 않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글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사람이 사는 방향에 여러 갈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해가 바뀌고 새해가 되면 언제나 자기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지금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잘살고 있나 점검해 본다. 어느 날 문득, 무엇인지 모르게 흔들리는 내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무리 차가 좋아도 내 나머지 삶을 차만 마시며 보내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내 가슴 안에는 꿈과 열정이 남아있었다. 그게 바로 내 안에 저장되어 있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걸 꺼내어 글을 쓰는 일이었다. 꿈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다. 문학은 늘 내 가슴 안에 샘솟고 있는 감정의 샘물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많은 날 무력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을 때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의도치 않아도 인연이 되면 만나게 된다. 나이에 기대 도전을 멈추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면, 성찰을 통해 내면을 살피며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글쓰기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삶의 여정이기도 했다. 

삼 년 전의 일이다. 2월이 지나 매화가 꽃봉오리를 터뜨릴 때, 그즈음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 있었다. 세상은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 때가 되면 멈추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살다가 길을 멈추고 잠깐 쉬어야 할 때가 있다. 어느 곳이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인지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익숙한 곳을 떠나 외롭더라도 원하는 길이라면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때 동네 서점인 한길문고에서 글쓰기 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뭄에 단비를 만나듯, 나에게 기쁜 소식이었다. 글 선생인 배 작가를 만나면서 글은 내게로 와서 친구가 되어주었다. 글을 쓰는 일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날들과는 결이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해줬다. 글을 쓰면서 내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삶을 관조할 수 있어 그 또한 신선했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원하는 진로를 찾아 도전해 왔다. 문학의 세계는 항상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어떤 계기가 오지 않아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정말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용감하게 글쓰기 도전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도 글쓰기는 내 삶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
 
컴퓨터로 글쓰기
▲ 글 쓰기 컴퓨터로 글쓰기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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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늦게 만난 글쓰기를 통해 정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구속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 신경 쓸 일도 없는 자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글을 쓰면서 나의 정체성을 알게 되는 것도 성취감을 느끼는 부분이다. 

나이가 들면 복잡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단순해져야 한다. 홀로 내 삶을 관찰하고 사색하면서 글을 쓸 때면 나를 온전히 만나게 된다. 내 오랜 삶의 흔적들이 내 기억에 남아 있어 글을 쓸 때면 마치 고구마 줄기에서 고구마가 줄줄이 딸려 나오는 것처럼 신기했다.

원래 나는 책을 좋아했던 소녀였다. 사느라 바쁘고 생활 여건이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내가 진정 원하는 곳에 와서 마음껏 글 쓰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아 너무 좋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자유다. 나는 평소에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 대신 마음속으로 새기는, 사색을 좋아한다. 아팠던 일도, 슬펐던 일도 외로움에 가슴앓이를 했던 일도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다. 그 많은 시간이 지나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이제 와 새삼 생각하지만 지나온 세월이 감사하고 감사하다. 어쩌면 그 세월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해 주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바꿔줬을 것이다. 사람은 많은 상처를 견디고서야 인생을 바라보는 해안을 갖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상처를 얼마나 잘 승화하며 사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남아메리카 공화국 대통령이며 세계인권 운동의 상징이었던 만델라 대통령은  27년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도 항상 감사함을 잃지 않고 살았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감옥의 밑바닥에서 기적을 이루어냈다. 감사에는 모든 걸 이루는 기적이 있다. 

작은 것을 찾아 고난을 견디는 건, 결국 큰 것을 찾기 위함이다. 이 기회를 통해 더 나은 삶의 목표를 세우고 희망을 꿈꾸어 본다.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면 감사할 수 있다. 헬렌 켈러는 에세이를 통해 "절대로 고개를 떨어뜨리지 마라, 낙관주의는 성공으로 이루는 믿음이다"라는 말도 남겼다. 감사는 주변에 긍정을 전파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감사하는 삶을 살면 그 무엇이든 우주가 보답을 할 것이다. 

세상살이가 자꾸만 팍팍하다. 근래 오미크론이라는 전염병이 놀랄 정도로 확산하고 있어 사는 게 힘들다고 모두 말한다. 사람은 어려울 때일수록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참고 견뎌야 한다.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변하고 있는 세상의 물결을 관조하면서 글을 쓰면서 지내는 시간이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어려운 날도 시간이 가면 지나가리라 믿는다. 특히 노인 세대는 면역력이 약해 조심하면서 집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에게는 글 친구가 있어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코로나가 오고 2년이 넘어가면서 조금은 적응이 되어간다. 매일 책 보고 글 쓰는 지금이 좋다.

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 내가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글쓰기라는 '놀이'를 찾았다. 글쓰기는 나에게 긍정의 힘과 감사의 마음을 알게 해주었다. 날마다 글을 쓰며 살고 있는 삶이 외롭지 않고, 더 바랄 것이 없이 감사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글 쓰기,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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