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미크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코로나19 검사·진료체계가 전면 전환된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코로나19 검사·진료체계가 전면 전환된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22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7만 명을 넘어선 이후 일일 확진자 숫자는 16만~17만 사이를 오가고 있다. 지난 14일 5만명 대였던 신규 확진자가 15일 9만명 대로, 21일 9만명 대였던 신규 확진자가 22일 17만명 대로 거의 두 배가 되는 등 확진자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확진자 폭증에도 오미크론이 델타변이에 비해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고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 1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폭 개편했다(카페-식당 등의 영업시간 1시간 연장(오후 10시까지), 방역패스 업종 제외 출입명부 사용 중단 등).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변경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칫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새 거리두기 발표가 나오기 이틀 전인 16일 코로나19 일상회복위원회 자문위원직을 사퇴하며 정부 방침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단 하루 만에 확진자가 7만명 증가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현재 상황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지난 23일 이재갑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뒤로 일일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일단 이번 주에 조금 완만해지길 바랐는데 확진자 규모 확 늘어나서 걱정이에요. 커브가 꺾여야 피크도 얼마나 될지 예측이 되는데 이번 주도 계속 더블링되고 있어서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 오미크론이 한국에 와서 우세종되는 데까지 7주가 걸렸으니 피크까지 또 7주 걸릴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희가 다른 국가보다 천천히 늦게 시작해서 늦게 올라가기 시작했거든요. 우리나라의 경우, 미접종자면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꽤 높은 상황이라서 다른 국가보다 좀 더 길게 갈 거라고 예상해요. 오미크론이 우리나라에서 늦게 우세종 된 건, 델타 때문에 거리 두기를 강화시켜서거든요.  지난주에 거리 두기를 약간 풀었잖아요. 그런 영향 때문에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걸로 생각은 됩니다. 하지만 우세종이 되는 데 7주가 걸렸기 때문에 피크까지 7주가 걸린다는 건 잘은 모르겠고요. 지금의 상황을 봐서는 3, 4주 정도는 더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우리나라 확진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확 늘어나는 걸까요?
"우리가 전체적인 감염자 숫자가 매우 적었잖아요. 사실 오미크론이 제대로 우세종 되기 전까지 100만 명 걸렸는데, 우세종 되고 나서 지금 이미 100만 명 넘었거든요. 다른 국가에 비해 2차 접종 완료율이나 3차 접종 완료율은 꽤 높기는 하지만, 아직도 감염되지 않은 분들이 꽤 남아 있어서, 그 부분이 이번 유행에 꽤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요. 거기에 돌파 감염까지 더해지니까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 걸로 보이고 있어요."

- 그럼 언젠간 걸려야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정부가 선택한 게 웬만큼 걸려서 피크 찍고 자동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 같기는 해요. 지금 방역 정책을 특별하게 강화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지금대로 가만두면 걸릴 사람 다 걸려야지 떨어질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 22일 방역 당국은 현재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응이 풍토병 관리의 초입 단계라고 판단했어요. 
"백신 접종을 다 했거나 웬만큼 걸리면 정말로 위중증으로 진행하는 환자의 범위가 많이 줄어들게 될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독감보다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다음에 다시 변이가 오더라도 아주 병독성이 높은 바이러스만 아니라면 확진자 규모도 규모지만 중증환자는 많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만약 오미크론 이후에 델타 정도의 병독성을 지닌 변이가 들어오더라도 이미 웬만한 사람들이 다 걸렸고, 또 백신도 다 맞았으니까 중증 환자는 작년 델타 유행 때만큼 발생 안 할 거라 예상되거든요. 이게 풍토병이 되는 N데믹으로 가면서 넘어가야 하는 산은 맞아요. 하지만 그걸 앞으로 풍토병이 될 거니까 지금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건 문제라고 보거든요."

- 지난달 인터뷰에서 일일 확진자 20만 명이면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병원만 얘기하더라도 너무 힘들거든요. 병원 대부분이 2~3개 병동에서 확진자 나오면 2~3개 이상 병동 폐쇄시키고 있는 상황이고 직원들이 못 나와서 일부 병동은 축소 근무를 시작한 데도 많고요. 또 일부 교수님들이 감염돼서 일부 과는 진료가 잘 안 되거나 수술이 안 되거는 상황이 벌어지고도 있고요. 그리고 최근 어디서 통계 냈는데 요양원 요양병원들이 작년 델타 한창일 때보다 2배 정도 이상 집단 발병 숫자가 늘어서 거의 초토화돼 있는 상황들이에요. 이미 의료 현장은 감당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됐죠. 지금 17만 명인데 상황 봐서는 늘어날 것 같잖아요. 그러면 병원들이 제대로 안 돌아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거거든요."

- 신규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서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델타 때보다는 적지 않나요?
"저희 걱정은... 이번에 신규 확진자가 17만 명 늘었잖아요. 이번에 늘어난 중환자는1, 2주 있다가 반영이 될 거거든요. 지금 중환자가 500명밖에 안 되는데 99명(22일)이 사망했다는 얘기는 지금 중환자의 5분의 1이 죽는다는 얘기예요. 그건 중환자가 발생하면 빨리빨리 돌아가신다는 걸 반영하고 있는 거거든요. 지금 발생하는 중환자들은 요양원, 요양병원에 계셨던 분들이라 며칠 안 있다가 사망하는 상황이라는 얘기이기 때문에... 중환자도 문제지만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도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에요."

- 당국은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지금 확진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현재는 (치명률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어요. 전체 확진자는 확 늘었지만, 늘어난 확진자가 사망하려면 1, 2주에서 4주까지 걸리기 때문에 그걸 감안한다면 위중증화 비율과 사망률은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세종 다솜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세종 다솜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국무총리실

관련사진보기

 
-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을 16부작 미니시리즈에 비유하며 14부 정도 온 것 같다고 하시던데 교수님 판단은 어떠세요?
"저는 한 12부 정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직 오미크론 때문에 꺾어야 될 파란만장한 게 남아 있어요. 보통 16부작이면 가장 갈등이 고조되는 시기가 10~14부 정도에 몰려 있잖아요. 이제 막 갈등 시작돼서 클라이맥스로 올라가는 수준이니까 저는 한 12부 정도 생각을 하고요. 이 클라이맥스를 지나고 회복기 거치려면 4부는 더 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럼 최고 어디까지 갈 거라고 보세요?
"예측이 어려운 게, 지난주에 거리두기를 완화했지만 확진자 규모가 늘어나니까 사람들 이동량이 꺾이기 시작했거든요. 거리두기를 완화했지만, 그것이 이동량을 촉진시키고 있진 않은 상황이죠. 그래도 저는 거리두기 완화가 피크를 당기는 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전 한 2~3주 이후 피크가 오지 않을까 정도로 예상하고, 규모는 꽤 커질 거라고 봐요."

- 그게 100만 명까지 갈 수도 있다고 보나요?
"100만 명까지는 안 가야죠. 하지만 지금 유행 상황 반영이 되면 2~3주 내에 40만 명도 넘지 않을까 하죠. 그리고 40만 명대 정도에서 피크를 찍고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데 제발 거기까지는 안 갔으면 좋겠어요."

- 40만 명이란 건 정부 발표기준인가요, 아니면 자가진단키트로 걸러지지 않는 확진자 포함인가요?
"거기서 말한 40만 명은 정부 발표 확진자예요. 지금 사실상 유행을 차단하는 방법을 아무것도 동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말 어디가 피크인지 예상이 안 될 정도예요. 정부는 요새 자꾸 안심하란 신호만 보내잖아요. 지금 규모가 늘어나면 적어도 국민들한테 다중 이용시설도 가지 말고 조심해야 된다는 얘기를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런 메시지 전혀 안 내보내고 있잖아요."

-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새 거리두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한 게 사실 큰 변화라고 생각되지 않겠지만, 그게 주는 심리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보거든요.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완화하면서 심리적으로 오미크론이 별거 아니란 사인을 정부가 계속 주고 있다고 보거든요. 그것 자체가 지금 유행 상황이 악화되는 데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주에 굳이 그런 논의를 왜 했을까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부분은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에서 완화책 자체를 논의했다는 것이 황당하거든요."

- 최근 들어 재택치료 중 사망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재택치료 괜찮을까요?
"사실 너무 규모가 늘어나게 되면 말이 재택 치료지, 재택 관리도 아니죠. 고위험군이야 재택 관리를 받는 거고 지금 비고위험군은 일반 관리라고 하는데, 그냥 자기가 알아서 해야 되는 상황이죠. 지금 고위험군에선 아무리 재택 관리를 열심히 해도 응급 상황이 발생해서 사망자가 나오잖아요. 일반 관리군에겐 그냥 알아서 진료받으라고 얘기 하는데, 그중에도 일부 중증으로 넘어가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상태가 안 좋을 때 바로 연락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빨리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재택 관리 중에 사망하는 숫자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지금 상황에서 해답이 있나요?
"일단 일반 관리군들이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끔 하는 핫라인 등을 제대로 만들어야 될 필요가 있고요. 지금은 어디가 안 좋아서 병원에 연락해서 진료를 받으면 약 처방만 해주지 어디에 연락해서 입원해야 되는지를 알려주지를 않아요. 서울은 상담센터가 있으니까, 전화해서 입원 여부를 확인하는데요. 거기도 전화가 너무 밀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환자 상태가 나빠졌을 때 어디다 연락해서 입원 여부를 물어봐야 되는지 여부라도 명확하게 해주면 피해 보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일반 관리군 같은 경우 너무 나빠졌을 경우에는 119 불러도 오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상태가 나쁘면 119에 연락을 해야 되는데 (환자들이) 그런 부분들도 제대로 인지를 못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예전에 했던 방법대로 가야 돼요. 상태가 나쁘면 의원급 방문은 안 되니까 전화해서 상담을 하고, 거기서 상황이 안 좋다고 판단하면 의원급 의료기관에 의뢰하는 거죠. 거기서 입원이 가능한지를 알려주면 바로 환자 의뢰해서 입원을 결정해 주는 식으로 가야 된다는 거죠."

- 앞으로 전망해 주세요.
"일단은 오미크론 위기를 어떻게 해서든 잘 넘겨야 되는데... 확진자 규모가 얼마나 될지도 잘 모르겠고 중증 환자도 꽤 늘어날 것 같아서 지금 의료 현장은 혼란스럽거든요. 어쨌든 이 시기를 국민과 정부, 의료진들, 방역 담당하는 분들이 같이 노력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이재갑, #코로나, #오미크론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