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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은 화재를 비롯한 재난, 재해를 예방하고 대응하며 위급한 상황으로부터 구조 구급활동을 통해 국민의 재산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공무원이다. 따라서 화재현장에서, 교통사고 현장에서, 태풍피해 현장에서, 폭우 현장에서, 계곡에서, 산에서, 강에서, 바다에서 발생한 각종 재난과 재해 현장에서 숨진 이들이 많다.

그들의 기본 업무인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분들이 유달리 많다. 21년 전인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제동의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소방관 6명이 한꺼번에 순직하고 3명이 큰 부상을 입은 국내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한꺼번에 6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최악의 참사 홍제동 화재 사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사진자료.
 한꺼번에 6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최악의 참사 홍제동 화재 사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사진자료.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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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새벽에 화재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후 가장 가까운 서울서부소방서(현 은평소방서)를 비롯한 인근 소방서의 소방차 20여대와 소방관 46명이 출동했으나, 골목에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으로부터 100m 떨어진 곳에서부터 소방호스를 끌고 뛰어 진화작업을 시작했다. 구조차량도 주차 차량으로 인해 진입할 수 없어 5명의 구조대원들이 25kg이 넘는 장비들을 직접 들고 200m 가량을 달려서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의 진화 시작 5분여 만에 집주인 및 세입자 가족 등 7명을 무사히 대피시켰지만 "아들이 저 안에 있어요"라는 다급한 구조요청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불길이 채 잡히지도 않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30년 넘은 건물 무너져 소방관들 건물 속에 매몰

오전 4시 11분, "꽝" 하는 소리와 함께 2층 주택 전체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3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이 소방수를 흡수하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갑자기 무너졌다. 소방관 10명이 무너진 건물 속에 그대로 매몰되었으며, 인근에 있던 소방관 3명도 날아온 파편에 맞아 쓰러졌다.

불법주차 차량으로 중장비조차 진입할 수 없어 시내 11개 소방서에서 도착한 구조대원 200여 명이 소방호스 대신에 삽과 망치를 들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무너진 콘크리트를 꺼내며 필사의 구조를 했다. 그 결과 3명의 소방관을 구조해 냈으나 6명의 주검을 안아야 했다.

그날의 화재는 "왜 늦게 다니느냐"는 꾸지람을 들은 아들이 어머니를 때린 다음 생활정보지에 불을 붙여 자신의 방과 어머니의 방에 차례로 불을 지른 것이 시발점이 됐다. 화재범으로 지목됐던 아들은 이미 몸을 피했고, 아이러니하게도 화재범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소방관들은 불구덩이에 묻히게 된 것이었다.

이 사고로 결혼을 앞둔 1년차 소방관과 20년차 소방관 등 6명의 대원이 순직했다. 박동규 소방장, 김철홍‧박상옥‧김기석 소방교, 장석찬‧박준우 소방사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방화범인 집주인 아들은 불길이 크게 번지자 친척집으로 달아났다가 그날 오후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현주건조물방화 및 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지만, 1989년경부터 정신 질환으로 세차례나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심신미약 등을 인정받고 징역 5년 형을 살았다.
 
홍제동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이 모습이 서울서부소방서에 부조로 새겨져 있다.
 홍제동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이 모습이 서울서부소방서에 부조로 새겨져 있다.
ⓒ 국립대전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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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사고가 벌어지자 순직 소방관들을 위한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합동분향소에는 3일 동안 3만명에 가까운 시민과 공무원이 조문하는 등 나라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또 소방관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근무 형태가 24시간 맞교대 격일 근무에서 3교대로 바뀌었고 방화복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되었으며 의무소방대가 창설되었다. 소방복도 주황색 기동복(남색 옷깃)으로 통합되었다.

순직한 소방관들은 사후 1계급 추서되었으며,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홍제동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홍제동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 우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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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석란정 잔해에 깔려 숨진 소방관

화재 잔해에 깔려 순직하는 일은 2017년에도 재현됐다. 2017년 9월 17일 새벽 4시 29분경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에 있던 석란정이라는 정자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잔불정리 작업을 하던 중 정자가 무너지면서 잔해에 깔려 경포 119안전센터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가 순직했다. 이들은 매몰된 지 18여 분 만에 구조됐으나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이영욱 소방위는 5시 33분, 이호현 소방사는 6시 53분경 결국 숨을 거두었다.

석란정은 1914년에 출생한 동갑 문인들의 계모임 장소를 위해 1956년에 지어진 정자다. 하지만 비지정문화재인데다, 정자 인근의 호텔 측과 석란정 소유주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건물 이전이 논의 중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소방대원들은 전통양식의 건축물을 최대한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당시 이영욱 소방경은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있었고, 이호연 소방교는 임관된 지 불과 8개월에 불과한 새내기여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들은 2017년 9월 19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묘역에 안장됐다.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이영욱 소방경과 임관된지 불과 8개월에 불과한 이호연 소방교가 순직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이영욱 소방경과 임관된지 불과 8개월에 불과한 이호연 소방교가 순직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 우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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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시민미디어마당 협동조합입니다.
태그:#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화재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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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간 신문사(언론계)에서 근무했음. 기자-차장-부장-편집부국장을 거쳐 논설위원으로 활동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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