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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던 우체통에 한 통의 우편이 도착했습니다. 모두 열네 명의 후보자에 대한 선거공보물입니다. 얼른 개봉해 보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보물이 가장 두꺼웠습니다. 현실적으로 양자 대결인 만큼 1·2번 후보의 선거공보물에 눈이 가장 먼저 갔습니다. 물론 나머지 후보의 공보물도 꼼꼼히 읽었습니다. 어떤 분들인지 궁금했거든요.

여러분들이 선거공보물을 받으시면 무엇을 먼저 보시는지, 어떤 관점에서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이런 질문도 하실 듯합니다. '선거공보물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라는. 아마도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달된 선거공보물과 관계없이 마음속으로 결정한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거공보물
 선거공보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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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보물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후보들의 세세한 공약사항을 알 수 있을 것이고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분들의 경우 선택하는 데 미력하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런 생각도 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인터넷 시대에 일일이 인쇄를 해서 우편으로 송부하는 것이 낭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죠.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낭비라고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인터넷에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습니다. 국민 다수를 생각한다면 꼭 필요한 절차일 것입니다.

그런데요, 이번 선거공보물을 보면서 재미있는 점 한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1번 더불어민주당과 2번 국민의힘 선거공보물의 차이점입니다.
  
이재명후보 선거공보물
 이재명후보 선거공보물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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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보물을 바라보는 두 당의 전략은 분명히 다릅니다. 1번 이재명 후보의 선거공보물은 후보가 말하고자 하는 정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미래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죠. 이 선거공보물만 봐도 이재명 후보의 꼼꼼함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국민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기 위한 전통적인 선거공보물일 것입니다.

2번 윤석열 후보의 선거공보물은 마치 잡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내용도 인터뷰형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문장도 따뜻하고 읽기에 편안합니다. 이 따뜻함이 강조하는 것은 '국민'이라는 단어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을 부각시키는데요, 이 말은 마치 '석열이 형이 국민을 따뜻하게 감싸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듯합니다.
 
윤석열후보 선거공보물
 윤석열후보 선거공보물
ⓒ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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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소개사진도 다릅니다. 1번 이재명 후보는 '인물'을 부각합니다. 이 사진을 봤을 때의 처음 느낌은 자신감 넘치는 후보의 모습입니다. '코로나로 얼룩진 국가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겠습니다'라는 환한 각오가 소개사진에서 보입니다.

2번 윤석열 후보의 소개사진은 인물보다는 '미소'가 먼저 보입니다. 미소가 먼저 보인 까닭, 배경도 한몫하는데요, 배경을 어둡게 해서 인물이 부각하는 것을 낮췄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의도적으로 작게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작게 배치한 까닭은 자신을 낮춰서, 자신보다 더 큰 국민이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의도가 있었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양 당의 선거캠프에서 최선을 다해서 만든 선거공보물이라서요, 흠잡을 수 없겠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먼저 1번 이재명 후보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전 대통령 선거공보물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도 없을뿐더러, 반복되는 공약도 있습니다. 공약이 반복되는 까닭은 그만큼 개선이 어려운 까닭도 있겠지만, '공수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2번 윤석열 후보의 경우 감성에 치우친 나머지 정작 중요한 공약사항이 소홀히 다루어진 듯합니다. 공약사항은 마지막 2페이지에 '윤석열의 내일을 바꾸는 10대 약속'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내용도 부실할뿐더러 글씨가 너무 작습니다. 저도 읽기가 힘든데요, 주 지지층인 60대 이상의 분들은 더 읽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스무 번째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으로 어떤 후보를 뽑을지 결정하시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준비한 이번 선거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또한, 제가 말씀드린 부분이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선거공보물, #제20대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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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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