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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에게 이동권은 생존권이기도 하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출근길 투쟁을 벌인 이유이기도 하다. 21일 중앙선거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법정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마지막 1분 발언'으로 이 문제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림책 <늘보 씨, 집을 나서다>(한울림 스페셜)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지난 2월 19일, 저자와의 대담을 줌으로 진행했다.
 
김준철 작가와의 비대면 화상 대담
▲ 김준철 작가와의 비대면 화상 대담  김준철 작가와의 비대면 화상 대담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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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보'는 원래 행동이 느리거나 게으른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지만, 매우 느린 동물인 '나무늘보' 덕에 더 널리 알려졌다. 작가가 책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명확하다. 늘보 씨는 느릴 수밖에 없지만, 집을 나서는 용기 앞에서는 느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그림책은 살며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오늘은 좀 더 멀리까지 가 볼 생각이야!"라고 다짐하는 늘보 씨의 행복한 표정에서 출발한다. 물론 용기가 주는 설렘과 기대 밑에는 두려움도 있을 터다. 좀 더 멀리까지 가 보겠다는 다짐은 곧 멀리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은 장애인 시각에서 담담하게 이동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늘보는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모르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지. 그래도 실망하지 마!"라고 읊조리는 한편, '절대 품위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해'라고 다짐한다. 장애인들의 꿋꿋한 마음의 자세를 강조하지만, 사회 환경과 비장애인들의 인식 문제를 바꾸는 데까지 나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늘 다니는 보도블록, 횡단보도, 끝간 데 모를 낭떠러지처럼 보이는 지하철 계단 등을 그저 담담히 보여 줄 뿐이다.
 
<늘보 씨, 집을 나서다>
▲ <늘보 씨, 집을 나서다> 표지  <늘보 씨, 집을 나서다>
ⓒ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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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불어 웃고 재잘거릴 수 있는 평화로운 숲에 다다른 늘보의 모습을 그려낸 이 책은, 동물로 의인화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치우치는 감정 없이 읽을 수 있다. 늘보의 길 나서기, 작은 걸음을 보며, 사회적 배려와 정책적 배려가 부족해 출근길 절박한 투쟁으로 발전한 것은 아닐까, 생각에 잠긴다.

김준철 작가는 30년 동안 투석을 받아온 장애인이기도 하다. '줌'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해, 몇 가지 대화를 나눠 보았다.

- 직접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2015년 소외당하는 이들에 대한 그림책 <꿈틀>(양철북)에 이어 낸 그림책이다. 이런 그림책을 내는 이유가 있다면?
"
장애인으로서 장애인들과 함께 따뜻한 용기를 나누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그림에 소질이 있는 걸 알았지만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그림책 수업을 받은 뒤로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가로 나서게 되었다. 그림책은 일반 직장 생활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집에서 마음껏 그릴 수 있어 좋다."

- 장애인 이동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장애인들은 관심이 없고 장애인들은 두려워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집을 나설 수 있는 환경과 배려가 필요하다. 유아 그림책이라 그런 점을 충분히 그리는 대신, 어른과 아이 모두가 생각해 볼 문제를 담고자 했다."
 
 지하철 리프트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는 주인공 늘보(그림책에서)  @김준철
▲ 지하철 리프트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는 주인공 늘보  지하철 리프트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는 주인공 늘보(그림책에서)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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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를 위한 등산로에서 함께 인사 나누며 즐거워하는 마지막 장면 그림(그림책에서) @김준철
▲ 교통약자를 위한 등산로에서 함께 인사 나누며 즐거워하는 마지막 장면 그림 교통약자를 위한 등산로에서 함께 인사 나누며 즐거워하는 마지막 장면 그림(그림책에서)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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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전장연을 중심으로 장애인들의 출근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요한 출퇴근 시간이라 많은 이들이 불편해할 줄 안다. 사실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장애인들이 평소 겪는 불편함은 상상 이상이다. 장애인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런 투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장애인 정책과 관련한 약속을 꼭 지켰으면 한다."

- 그림책은 "오늘은 여기까지!"로 끝이 난다. 후속작을 염두에 둔 것인가?
"(웃으며) 눈치채셨군요. (하하하) 더 큰 용기로 더 멀리 가는 그림책을 그리고 있다. 기대해달라."

늘보 씨, 집을 나서다

김준철 (지은이), 한울림스페셜(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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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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