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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언론에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에 대한 내용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최근 과로자살 사건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듯하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주 52시간으로 연장근무가 제한되고, 감정노동자 보호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잇달아 생긴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는 단순한 사건 나열 혹은 산업재해 승인 여부를 덧붙이는 데에 그친다. 독자들의 반응도 망자에 대한 안타까움 또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에 머무른다는 점은 아쉽다.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 구조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이러한 비극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과로 자살에 대해 한 발짝 더 나아간 관심과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올해 초에 이러한 주제를 다룬 두 권의 책이 연달아 출판되어 반가운 마음에 소개하고자 한다.
 
과로로 자살을 유발하면서도, 과로와 자살 간의 연관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존버씨의 죽음'
 과로로 자살을 유발하면서도, 과로와 자살 간의 연관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존버씨의 죽음"
ⓒ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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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씨의 죽음'은 시간 연구자인 김영선님이 쓴 책으로 과로와 죽음 간의 거리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과로라고 하면 장시간 근무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착취의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과로의 성질이 이전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성과 평가가 도입되어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노동을 쥐어짜고, 디지털 모바일 기술로 SNS 업무 지시와 같이 업무시간이 아닐 때도 지속적인 감시를 받게 되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현재 발생하는 과로죽음의 원인을 '과로+성과체제'라고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금융회사, 경마장, 게임업체, 우정사업본부 등 과로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업종에서 이러한 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들을 세밀히 파헤쳤다. 만연한 성과주의와 능력주의로 인해 노동자 스스로 '내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나 스스로가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든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반면 각 업종별로 그러한 경향이 강화된 독특한 원인이 있다는 점은 새롭다. 가령 게임업체의 경우 P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주력이 바뀌면서, 게임 개발 기간이나 유행 주기가 급격히 짧아지고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점은 미처 몰랐다.

업무 관련 자살의 산재 인정 기준에 대해서도 자세히 분석하여, 과거 치료력이 있거나 업무 스트레스의 정도가 '통상적'이라는 이유로 불승인이 남발되는 상황에 대해 논리적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판정 결과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문제다. 산재 승인 여부에 관여하는 전문가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존버씨의 죽음'은 과로로 자살을 유발하면서도 과로와 자살 간의 연관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있는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친절하게 설명한 '일하다 마음을 다치다'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있는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친절하게 설명한 "일하다 마음을 다치다"
ⓒ 나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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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하다 마음을 다치다'는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함이 묻어난다. 직무스트레스는 무엇인지, 정신 질환은 무엇이며 왜 생기는 것인지부터 '내가 나약해서 정신질환에 걸린 것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취업에 불이익이 생길 것이다'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흔한 오해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또 업무로 인한 정신질병이나 자살 사건의 산업재해 승인을 위해 알아야 할 정보들을 상세히 알려준다. 회사 출퇴근 기록이나 교통카드 내역 등을 통해 업무시간에 관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든지, 재해자나 유족이 직접 질병판정위원회 심의에 참석하여 직접 업무를 설명할 수 있다든지 하는 구체적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때문에 정신질병으로 산재 신청을 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신청 전에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 내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예방도 다루고 있는데, 포괄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근본 원인이 팀별 성과 평가에 따른 급여 차이가 너무 커서 팀 내 저성과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라면 가해자 처벌보다는 성과 평가 비중을 감소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또 막상 직장 내에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함께 일하고 있거나 병가를 가게 되었을 때, 또는 자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거나 대처가 늦어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흔한데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설명되어 있어 경영자, 노동자, 보건관리자 등 다양한 이들이 이 책을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내용을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아무쪼록 이 두 권의 책이 마중물이 되어, 일하다 마음을 크게 다치거나 죽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좀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노보연 후원회원이자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이정엽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일터> 3월호에도 게시됩니다.


일하다 마음을 다치다 - 갑질 고발과 힐링을 넘어, 일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 이야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은이), 나름북스(2022)


존버씨의 죽음 - 갈아넣고 쥐어짜고 태우는 일터는 어떻게 사회적 살인의 장소가 되는가

김영선 (지은이), 오월의봄(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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