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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음식은 맛이 없고, 만들기 까다롭다?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다양한 비건 집밥 요리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입춘이 지나면 한동안 시장을 자주 찾게 된다. '와! 벌써 냉이가 나왔네!', '참나물 싸다', '아직 쑥은 안 보이네...' 하며 봄나물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다.

시장은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더욱더 역동적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을 기다리는 마음, 프로경기 시즌을 기다리는 스포츠 열성팬의 마음, 나는 그 마음들을 다 알 것만 같다. 계절에 따라 그 때에만 맛볼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이 시장에서 보이기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고기에는 제철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식축산으로 생산되는 고기는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채소와 과일도 비닐하우스 등 인공적인 환경에서 사시사철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제철의 채소와 과일은 확실히 기운이 다르다. 수박은 여름에 선풍기 앞에서 먹는 것이 제맛이고 귤은 겨울에 이불 속에서 먹는 것이 제맛 아닌가. 겨울에 먹는 수박, 여름에 먹는 귤은 어쩐지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 

제철음식은 내 몸의 시계와 주변 환경의 시계를 맞추어 활력을 갖게 한다. 그런데 도시에 살다보면 제철채소에 관한 감각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농촌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채로 음식을 상품으로 만나는 것과, 흙에서부터 내 뱃속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봄에 토마토, 고추, 가지 모종을 심어 여름에 바구니가 넘치게 수확을 해보았다면 그것들이 여름의 채소라는 것을 자연히 알게 된다. 월동을 한 무와 배추를 수확해보면 겨울을 견딘 뿌리채소가 얼마나 달콤한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소규모로나마 텃밭농사를 해보면서 이러한 감각이 되살아났다. 흙을 만지는 경험은 이렇게 내 몸의 시계를 계절에 맞춰 정비하는 계기가 된다.

봄나물의 계절이 돌아왔다 
 
냉이의 향과 들기름에 부친 두부가 잘 어울린다.
▲ 나물무침과 두부부침으로 간단한 상차림 냉이의 향과 들기름에 부친 두부가 잘 어울린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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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럼 먹는 날이라고 하는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 되면 정말로 봄나물의 시즌이 시작된다. 나에게 봄나물은 평등한 음식이다.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순자가 말하듯, "미나리는 어디에 있어도 알아서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든 건강하게 해준다." 냉이, 쑥, 미나리 등 야생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나물들은 잡초처럼 어디서든 자라지만 고유한 향을 가지고 한 계절을 향긋하게 꾸며준다는 점에서 참 좋다.

어릴 적 운동장 구석에서 흙을 파고 놀다가 민들레보다는 덜 보송보송하지만 작은 흰 꽃망울이 톡톡 터져있는 잡초를 쑤욱 뽑아본 적이 있다. 무심코 뿌리의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냉이와 똑같은 냄새가 나자 기절초풍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건 냉이였다. 냉이가 잡초였다니!

나중에야 꽃대가 올라오기 전, 바닥에 엉겨 있는 작은 풀덩어리가 먹을 수 있는 상태의 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나물은 사실 지천에 있고 부지런한 누군가가 캐준 것을 먹고 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기운이 두 배로 나는 듯 하다.

오늘 소개할 간단 비건레시피는 냉이된장무침이다. 나물은 손질이 반이라고 할 정도로 손질만 잘 마치면 조리는 금세 끝난다. 질긴 부분을 제거하고 흙만 잘 씻어주면 데치고 무치기에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냉이는 나물 중에서 손이 좀 많이 가는 쪽에 속하는데, 뿌리 다듬기가 영 익숙치 않다면 참나물, 취나물 등 간단히 씻어내기만 하면 되는 나물 요리를 먼저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한 번만 더 냉이의 편을 들어보겠다. 냉이야말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지금이 가장 맛있다! 제철 봄나물의 향을 충분히 만끽하길 바란다.  

참 쉬운 냉이된장무침 만들기
 
칼을 눕혀서 뿌리를 살살 긁어내면 흙과 잔뿌리가 정리된다.
▲ 냉이 뿌리 다듬기 칼을 눕혀서 뿌리를 살살 긁어내면 흙과 잔뿌리가 정리된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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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이 다듬기. 칼 각도를 연필을 깎을 때와 정반대로 하여 뿌리의 겉껍질을 긁어낸다. 흙과 잔뿌리가 정리된다. 얼어서 흐물흐물해졌거나 노랗게 시든 잎 등을 정돈한다. 
2. 손질한 냉이를 깨끗한 물에 여러 번 담갔다 흔들어 흙을 씻어낸다.
3. 1L 정도의 물에 굵은소금 한 스푼을 넣고 팔팔 끓인 뒤 손질한 냉이를 1분 동안 데친다. 데친 냉이를 꺼낼 때에는 가볍게 흔들어서 남아있는 흙이 씻길 수 있게 한다.
 
뿌리와 잎 정돈을 마친 냉이는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궈준다.
▲ 손질을 마친 냉이 뿌리와 잎 정돈을 마친 냉이는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궈준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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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건져낸 냉이는 즉시 찬물로 헹군다. 바로 차갑게 해주지 않으면 잔열이 냉이를 푹 익게 해서 식감을 해친다.
5. 물기를 가볍게 짜고 먹기 좋게 자른 냉이에 된장 1스푼, 참기름 1스푼, 설탕 1/3스푼, 다진마늘 1/4스푼, 통깨 1/2스푼을 넣고 무쳐준다. 완성!

Tip) 들기름과 식용유를 1:1 비율로 두른 프라이팬에 두부를 부쳐 곁들여 먹으면 잘 어울린다. 
 
된장, 참기름, 설탕과 다진마늘 조금만 있으면 나물무침 완성이다.
▲ 냉이무침 된장, 참기름, 설탕과 다진마늘 조금만 있으면 나물무침 완성이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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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비건집밥요리, #나의비거니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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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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