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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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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글쎄? 한번 좀 가르쳐 주십시오."

지난 21일 열린 20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답을 하지 못했던 질문이 있었다. "주식양도세가 왜 도입됐는지 아십니까"라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질문이었다.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한 윤 후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번 가르쳐 달라"며 심 후보에게 공을 넘겼다.

심 후보는 "삼성 이재용 변칙 상속에서 비롯됐다.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상속세 12조를 5년 간 내야 한다"면서 "그런데 누구보다 잘 아실 윤석열 후보께서 주식양도세를 이때 폐지하고자 하는 저의가 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삼성가의 변칙 상속이 주식양도세 도입의 단초가 됐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겠지만, 역사적으로 재벌들의 편법적인 세습이 자본시장 질서 개편의 배경이 돼온 것은 분명하다.

1991년 비상장주식 양도세 도입, 한진 등이 말썽

지난 1989년 한진그룹의 대한종합운수 흡수합병으로 총수 일가가 막대한 이득을 남기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지난 1989년 9월 당시 자본금 10억원의 비상장회사였던 대한종합운수는 300%(3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로 늘어난 주식 중 5억원 어치는 조중건 당시 대한항공 사장과 조양호 대한항공 부사장 등 총수 일가 6명에게 넘어갔다. 사실상 총수 일가의 뜻이었다. 이 회사가 한진(한진해운)그룹이 100% 출자한 자회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두 달 뒤인 1989년 11월, 한진그룹은 이사회에서 대한종합운수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대한종합운수 주식 가치는 주당 5000원이었는데, 당시 주당 2만원대였던 한진그룹 주식과 동일하게 평가(합병비율 1:1)하기로 했다. 5000원짜리 주식이 순식간에 2만원이 되는 것이다. 조양호 등 주식을 소유한 한진 일가가 떼돈을 버는 방안이었다.
      
한진그룹은 "공정가액으로 평가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한 한진 주주들의 거센 반발은 계속됐다. 결국 한진은 합병비율을 1(한진):0.5(대한종합운수)로 조정해 합병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조양호 등 총수 일가들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합병에 따른 이득을 톡톡히 챙겼다. 당시 이를 처벌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했다.

한진에 이어 동부석유화학, 대한방직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부를 증식해 물의를 빚었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자 당시 증권감독원은 상장기업과 비공개 계열사 합병에 따른 부당이득 규제장치 마련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1991년부터 국세청은 비상장주식 양도에 따른 자본이득 과세를 시작했다.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로 이어진 SK 편법 증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윤 후보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윤 후보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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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진 시기는 지난 1999년부터다. 삼성과 SK그룹 등 재벌 일가들의 편법적인 부의 세습이 단초를 제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998년 SK그룹이 총수 일가(최태원 등)에게 주식을 편법 증여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공정위 보고서에 따르면 SK는 지난 1994년 유공이 주당 1만원에 출자한 대한텔레콤 주식 70만 주를 최종현 당시 SK회장의 아들 최태원(현 SK회장)에게 주당 400원에 넘겼다. 단순히 주식 가격만 계산하더라도 최태원 회장은 67억원이 넘게 차익을 남겼다. 세법상 당시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격은 0원으로 평가돼, 최 회장은 증여세 등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 문제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측도 별도의 대책을 강구할 정도로 파급이 컸다. <한겨레>의 지난 1998년 1월 26일자 보도를 보면 김대중 당선자 측 고위관계자는 SK 편법 증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최종현 SK회장 일가의 편법 증여는 계열사 주식을 이용해 재산을 자식 세대에게 물려주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재벌들의 편법 증여 수법이 날로 지능화하고 대담해져 이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6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고, 지난 1999년부터 5%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상장주식을 양도하면서 남긴 이익에 대한 양도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주식양도세 도입의 배경이 된 것은 엄밀히 따지면 삼성이 아닌 SK와 한진 등이다.

이 지점에서 윤석열 후보의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윤 후보는 "재벌이나 기업의 대주주들이 자신의 주식을 증권시장에서 샀다, 팔았다, 그거는 사실 크게 많지 않다"며 주식양도세 폐지 부작용이 없을 거라는 입장이지만 이해당사자들이 이익극대화를 위해 악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재벌들의 부의 세습은 언제나 제도의 빈틈을 노렸다. 

심상정 후보는 "이재용 일가는 올해만 해도 2조원 이상 주식을 매각한다고 얘기했다"라며 "(주식양도세 폐지는) 삼성 일가 감세법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환사채 규제 단초 제공한 삼성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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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아닌 '전환사채'를 활용한 삼성의 고차원적인 세습, 이른바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이후 대대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삼성 에버랜드는 지난 1996년 10월, 주주 배정방식의 전환사채(CB) 129만2800주 발행했다. 같은 해 12월 전환사채의 절반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나머지는 이 부회장 동생들에게 배분하면서 이 부회장은 애버랜드 최대 주주가 됐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애버랜드는 지난 1998년 삼성전자·삼성물산 등의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여 삼성생명 대주주가 된다. 이재용-애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가의 쇠사슬 지배구조가 이때 구축이 됐다.

이 같은 변칙증여를 막기 위해 전환사채 관련 제도에 대한 수술이 시작됐다. 재정경제원(기획재정부 전신)은 지난 1997년 재벌들의 각종 변칙증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전환사채를 비롯해 신주인수권부 사채, 교환사채를 활용해 상속 증여를 하면 최대 45%의 세금을 물린다는 내용이다. 같은 해 재정경제원과 증권감독원은 전환사채 정비 방안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의 사모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했다.

재벌들의 편법적인 부의 세습은 역설적으로 주식양도세 등 자본시장 정상화 제도가 만들어지는데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재벌 총수 일가의 탈법적인 세습 문제가 불거지면 뒤늦게 제도가 재정비되곤 했었다"면서 "삼성과 SK 등 대기업들의 일탈이 현재 자본시장 질서를 개편하는 데 일부 영향을 끼친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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