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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 달리 요즘 새봄맞이는 꽃피는 들판이 아니라 백화점, 관공서에서 더 요란하다. 무슨 새봄맞이 축제나 세일 행사로부터 새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지나고 어느새 봄이 찾아왔다.

"새싹이 파란 논둑길 구경 왔네. 한겨울 내내 어디 있었니, 새봄이 왔네. 들판 위에 강 건너왔네. 봄바람이 고양이 수염 몰래 간질이고,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가네."

1978년 '산울림' 앨범에 있는 가사다.

새싹이 돋고 꽃 피는 계절이 봄이라지만, 부드럽고 따스한 봄바람은 막을 수 없는 봄기운이다. 중국 명나라 때 환초도인이라 불린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에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말로 봄바람과 가을 서리의 지고지순함을 꼽았다.

9세기 당나라 때 백낙천도 시 '춘풍'에서 "봄바람에 먼저 핀 앞뜰 매화꽃, 앵두·살구·복사·배꽃 이어 필 테지. 깊은 마을 냉이꽃과 두릅순도 말하네. 봄바람 나를 위해 여기 왔다고." 봄바람이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기르는 것과 같이 모든 생명이 봄바람을 만나면 되살아난다고 했다.

남자의 마음보다 여심을 더 흔든다는 봄바람은 우리의 영원한 가곡 <봄처녀>에서 볼 수 있다. 1932년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의 이 가곡은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라며 새봄을 처녀같이 아름답게 표현했다.

하지만 이맘때쯤 꽃샘추위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헛봄바람'인 셈이다.

봄날에 허황하게 들뜬 마음을 비유하는 '헛봄바람'은 쓸데없는 바람이다. 헛바람은 실속 없는 헛된 명성을 뜻하는 '헛이름'과 아무런 보람 없이 고생하는 '헛고생'과 삼총사다. 보람 없는 뜻의 헛걸음과 헛수고는 되돌릴 수 있기도 하지만, 요새 정치판의 헛소문과 헛장담 등은 그야말로 헛물이나 헛일이라 바로잡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봄날에는 진실한 마음 갖기가 중요하다. "삼일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 탐하여 모은 재산은 하루아침에 먼지가 된다"라는 유명한 불교의 명구가 전한다. 고려 후기 야운 선사가 지은 <자경문>의 글귀로, 불교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소납에게도 출가하기 전, 스승에게서 듣고 출가할 마음을 가지게 한 글귀다. 이 책에는 "말을 적게 하고, 행동을 가볍게 하지 말라. 자신을 높이고, 남을 업신여기지 말라. 다른 사람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등 열 가지 생활신조를 일러두고 있다.
 
돈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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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선생이 지은 <자경문>도 스스로를 위한 인생 지침서와 같다. 봄날에 헛바람 드는 이웃을 보듬고, 자신을 가꿀 수 있는 가르침이다. "뜻을 크게 가지자. 말을 적게 하자. 마음을 안정시키자. 혼자 있을 때를 삼가고, 게으름을 이기자. 책을 읽자. 욕심을 버리자. 일할 때는 성심을 다하자. 정의로운 마음을 갖자. 반성하는 마음을 갖자. 밤이 아니면 눕지 말자.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하자"는 11가지 항목에는 자기를 바꿀 수 있는 보물이 담겨 있다.

또 "좋은 것은 서로 나누면 배가 된다"라는 순리처럼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남에게도 이롭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와 예수, 모하메드 등 4대 성자들의 가르침도 이와 같다. 이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기원전, 이 땅에 온 붓다께서도 봄날에 태어나 봄바람에 깨침의 향기를 전했다. 새봄이 왔네. 석성산성에도 찾아왔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대한불교조계종 백령사 주지 돈각스님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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