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알못' 남편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원인은 '애견인' 아내였다. 2월 21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서 반려견 양육 문제로 갈등을 빚는 푸들 패밀리 보호자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지며 '반전 솔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뚱, 씽, 원, 산이라는 이름의 푸들 4마리를 동시에 키우고 있는 다견가정이었다. 애견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 보호자는 과거 사고로 강아지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남편의 선물로 뚱이를 입양하게 됐다고. 원과 산은 뚱이의 자식이었다. 그리고 씽이는 기형이라는 이유로 쓰레기장에서 버려졌던 유기견을 보호자가 데려와서 키우게 되었다는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행복해보이는 푸들 패밀리에게 유일한 문제는 바로 남편 보호자와의 관계였다. 아내에게는 순하고 조용하던 푸들 패밀리는 남편이 등장하자마자 계속 짖어대고 소란을 피웠다. 남편은 개 때문에 도망다니느라 바빠서 집안에서도 편하게 밥을 먹거나 쉬지도 못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알고보니 남편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 비반려인이었다. 아내는 "남편과 개를 키우는 문제에 대한 생각 차이가 크다. 남편은 개를 그저 소,돼지같은 '가축'으로 여긴다.고 아쉬워했다. 남편은 "연애할때부터 개를 많이 키운다는 것은 알았지만, 솔직히 결혼하고나서도 같이 살 것이라고는 생각은 전혀 안했다. 아내가 애견샵에서 일하고 있어서 가게에서 키울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남편은 반려견들을 '똥개' '이상한 푸들' '무존재'로 지칭할만큼 시큰둥했고, 개 자체에 전혀 무지한 모습이었다.
 
또한 문제는 개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존재했다. 14살 노견이고 실명 직전의 뚱이는 병약한 몸상태에, 원이의 질투 때문에 괴롭힘까지 당하고 있었다. 여기에 씽과 산도 사이가 좋지 않아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사소한 시비로 싸움이 붙기 일쑤였다.
 
부부는 푸들 패밀리 때문에 같은 집안에서도 각방을 썼고, 남편은 귀마개를 착용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남편과 아내는 솔루션을 통하여 개들의 관계 개선을 기대했다. 특히 아내는 "남편과 개들이 잘 융화되서 모두 함께 잘지내는 것"을 최종적인 소원으로 바라고 있었다.
 
VCR를 지켜본 강형욱은 남편의 문제보다도 "개를 키우는 방법에 균형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강형욱은 다견가정일수록 오히려 애정표현을 줄여야 한다는 뜻밖의 조언을 꺼냈다.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면, 모두 똑같이 불만을 가지게 된다"는 것.
 
역시 다견을 키우고 있는 이경규는 "자신이 더 좋아하는 개가 있지만, 개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는다"고 밝혔고, 강형욱은 "이게 정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로 강형욱은 남편에 대하여 "개에게 관심이 없는 비반려인의 성향도 충분히 존중해야한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러울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고민견 가정을 방문했다. 낯선 사람을 좋아한다는 푸들 패밀리는 오히려 처음 만나는 이경규와 장도연에게는 스스럼없이 재롱을 떨면서도 주인인 남편만 외면하여 웃음을 안겼다. 아내는 노견인 뚱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새로운 반려견을 데려올 계획이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고백으로 남편을 당황하게 했다.

다행히 부부 사이는 화목했고 반려견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큰 갈등도 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남편이 이제라도 반려견과의 관계를 개선해나갈 의지를 드러냈다는 게 희망적이었다.
 
강형욱이 본격적인 솔루션을 위하여 나섰다. 강형욱은 '남편에 대한 개들의 경계심'과 '개들간의 싸움'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강형욱이 지목한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반려견 케어에 대한 '남편의 무지나 무관심' 때문이 아닌, 바로 '아내 보호자의 잘못된 애정'이라는 놀라운 진단을 내렸다.
 
강형욱은 다견가정에서 범하기 쉬운 잘못된 양육 방식을 지적했다. "다견가정에서 일부의 서열을 인정하거나 방치할 때가 있다. 이 서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들이 매일 싸우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상담도중 원이가 산을 공격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아내는 산이를 품에 안았다. 이를 지켜본 강형욱은 "산이를 특별하게 아껴주니까"라고 싸움의 원인을 지목하며 "다견을 키울 때는 때로 모질어져야 한다. 지금은 개들과 아내 보호자와의 관계 정리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당황한 아내가 "약한 개가 물리거나 해도 신경을 꺼야하나. 누구 하나를 챙겨주면 편들어준다고 생각할까"라고 궁금증을 제기하자, 강형욱은 "서열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왔다면 개들도 약한 대상을 보호하는 모습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미 서열 사회에서 지내온 개들이라면 약한 대상을 이뻐하는 모습에 울화통이 터진다"라고 설명했다.
 
강형욱의 분석에 따르면, 원과 씽은 높은 서열, 뚱과 산은 낮은 서열이었다. 높은 서열은 아내 보호자의 사랑을 독점하려 했고, 낮은 서열은 높은 서열의 견제로 인하여 보호자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강형욱은 솔루션을 통하여 아내가 반려견에게 애정표현을 자제하고 소파에 올라오는 것을 강하게 제지하도록 지시했다. 아내의 관심을 얻지 못하자 개들이 그동안 무관심했던 남편 보호자에게 안기는 진풍경이 연출되어 부부를 깜짝 놀라게했다.
 
이를 두고 강형욱은 "어쩌면 아내가 오히려 (반려견들과) 남편 보호자와의 친화를 막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뜻밖의 진실을 지적했다. 아내는 "내가 생각을 잘못했었던 것 같다. 사랑을 준다는 것만 생각하고 미안함에 모질게 대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강형욱은 많은 반려인들이 비슷하게 저지르는 실수라며 보호자를 격려했다.
 
이어 강형욱은 개들마다 조금씩 성향과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해갔다. 원은 자신의 서열 유지를, 씽은 아내 보호자의 사랑을 유난히 갈구하고 있었다. 반려견들의 서로 다른 성향에 맞춰 통제 훈련을 진행해나가자 자연히 남편에 대한 짖음도 점점 줄어들었다. 초보 반려인인 남편은 서툴고 어색해하면서도 자신의 곁에 다가온 반려견들을 다루는 법을 기초부터 배워나갔다.
 
강형욱은 반려견들이 각기 흩어져 있는 광경을 두고 "이게 일반적인 반려견들이 사는 방법이다. 보호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싸우는게 아니라 각자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항상 곁에서 개들을 떼어놓지 않았던 아내가 더 불안해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지적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친 남편은 이제 "혼자 게임 안 하겠다"며 꾹 닫아놓았던 방문을 반려견들에게 개방하겠다고 선언하며 MC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더 노력해서 아내 마음에 드는 남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큰 울림을 자아냈다. 이야기를 나누는 주에 반려견들이 이제 남편의 곁에 모여있는 모습으로 훈훈한 감동을 안겨줬다.
 
아내는 "제가 진짜 문제였다는 게 마음에 많이 와닿았고, 반성을 많이했다"고 고백했다. 진정한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부터 먼저 변화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첫 솔루션 이후로도 꾸준한 훈련을 통하여 푸들 패밀리는 더 이상 남편에게 짖지않게 되었다. 남편은 반려견에게 직접 간식도 주고 친근하게 애정을 표현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서로의 관계가 점점 개선되어가는 훈훈한 풍경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개훌륭 푸들 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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